[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불안한 모습이다. 여기에 폭염과 가뭄,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며 국제곡물가격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 19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상당기간 고물가, 성장둔화 등 ‘복합위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매주 경제상황을 점검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가 말한 ‘복합위기’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금융·외환 시장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는 뜻일 테다. 

그러나 농촌경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복합위기’가 지속돼 왔다. 초고령 사회가 된 농촌은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력을 의존하는 구조가 됐고, 이마저도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 해마다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료나 농약 값도 큰 폭으로 올라 농가경제를 압박한다. 여기에 가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라도 한 번 오면 통장의 빚은 더 늘어나는 게 농촌 현실이다. ‘수박 값이 2만원 가면 뭐하나요. 계산해보니 남는 게 하나도 없는데.’ 얼마 전 출하를 마친 한 수박농가 한 얘기인데, 농사 지어봤자 본인 인건비 챙기기도 힘들다고 했다. 

충북 음성의 한 복숭아 농가도 크게 오른 인건비에 하소연을 쏟아냈다. 출하를 앞두고 봉지 씌우기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인력사무소의 수수료와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가 많이 올라 큰 부담이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달 초 경제부총리가 마트를 찾아 ‘농축수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한 얘기를 꺼냈다. “TV를 보면 물가 잡는다고 마트만 갔지 농촌이 지금 얼마나 어려운지는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다.”며 “인력사무소에 줄 인건비를 현금지급기에서 찾을 때면 가슴이 덜컥 덜컥 내려 않는다”는 말을 했다. 

한동안 화물연대 파업 얘기가 뉴스에서 오르내렸다. 고유가에 생존권을 위협 받는 화물노동자들이 화물차를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이들이 파업에 나서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유가에 연동해 화물운송료를 조정하는 ‘안전운임제’를 안착시켜 ‘달릴수록 적자인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농민들이 처한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에만 신경을 쏟는 사이 농촌경제는 ‘농사를 지을수록 적자인 구조’가 돼 버렸고, 이를 바로 잡아달라는 것이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다. 정부가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따른 물가 안정을 위해 부처 책임제를 도입했다고 하는데, 노동력 부족과 뛰는 농자재 값으로 ‘복합위기’에 처한 농촌은 누가 신경을 쓰고 책임지는지 모르겠다. 

김관태 유통팀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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