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온라인 도매플랫폼 폭발적 성장 속
‘나만의 상품’ 찾는 셀러에 농산물이 딱
유통비용 축소·청년 유입 ‘농촌에 기회’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이 좋기는 한데, 내가 직접 판매하는 것은 힘들어서 못 해!’

이것은 농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소제조업체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곳이 많았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많은 생산자에게 온라인 판매 교육을 했다. 하지만 실제 판매에 뛰어든 분들은 극소수다. 네이버나 쿠팡에 상품을 올려놓는다고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점에 올려놓은 상품은 소비자가 볼 수 있어야 판매도 된다. 문제는 상품 노출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술이 동원돼야 한다. 게다가 상품 노출 기술은 계속 바뀐다. 생산하기도 바쁜 생산자가 계속 바뀌는 상품 노출 기술까지 공부하며 직접 판매하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 판매의 어려움에도 네이버나 쿠팡의 판매량은 빠르게 증가했다. 어떻게 된 것일까? 바로 온라인 도매플랫폼 업체의 등장이 바로 그 비밀이다.

온라인 도매플랫폼 업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온라인 유통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구조는 생산자→도매→소매→소비자로 이어지는 상류와 물류가 일치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온라인 도매플랫폼 업체들은 상류와 물류를 분리했다. 상품 사진과 설명 등의 상류 관련 정보는 생산자→도매→소매(셀러)→소비자로 이어진다. 하지만 실제 상품의 물류는 생산자→소비자로 직접 가도록 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상품을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하면 셀러는 해당 판매 정보를 온라인 도매 플랫폼 업체에 넘긴다. 온라인 도매 플랫폼 업체들은 생산자의 물류창고나 자신들의 물류창고에서 셀러의 이름으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배송시키는 것이다. 상류와 물류를 분리한 이 온라인 유통구조는 온라인 상거래를 폭발시켰다. 생산자의 참여가 많아졌다. 온라인 도매플랫폼 업체 덕분에 생산자들은 더 쉽게 온라인 거래를 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상품 정보와 상품 사진만 온라인 도매플랫폼 업체에 넘기고, 나중에 연락해 오는 주소로 상품을 택배 보내면 끝이다.

판매자인 셀러도 마찬가지로 편해졌다. 셀러는 온라인 도매플랫폼 업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상품의 사진과 정보를 가지고 와서 네이버나 쿠팡에서 판매하면 된다. 소비자가 구매하면 셀러는 판매 정보를 온라인 도매 플랫폼 업체에 넘기기만 하면 알아서 배송해준다. 이삼십 대 친구들에게는 너무 쉬운 일이었다.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셀러로 창업하게 됐다. 

게다가 여기서 온라인 유통은 여기서 한 번 더 진화했다. 제조업체들은 매일매일 소량의 상품을 포장해서 택배를 보내는 것을 불편해했다. 판로는 생겼지만, 잡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고 택배 중심 물류창고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제조업체는 대량으로 물류센터에 입고해 놓기만 하면 된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면 물류창고에서 알아서 소포장해서 배송해주었다. 이를 풀필먼트 서비스라고 부른다. 덕분에 더 많은 온라인 도매 플랫폼 업체가 생겨났고, 40만명이 넘는 스마트스토어 셀러가 활동하게 됐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문제가 하나 부각되기 시작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진 것이다. 수많은 셀러들이 똑같은 온라인 도매플랫폼 업체의 똑같은 상품을, 똑같은 가격에 받아와서 판매하게 된 것이다. 결국 가격을 가장 싸게 판매하는 온라인 셀러만 판매가 가능했고, 이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40만이 넘는 온라인 셀러가 최근 부딪친 문제이다. 이 때문에 셀러는 나만의 상품, 가격비교가 어려운 상품을 찾게 됐다. 적정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말이다. 

재미있게도 수많은 셀러가 ‘나만의 상품, 다른 셀러들의 상품과 가격비교가 어려운 상품’을 가장 잘 공급해줄 수 있는 곳으로 찾은 곳이 바로 우리 농촌, 중소농의 농산물이다. 표준화, 규격화가 안 된 중소농의 농산물은 셀러에게 보물이다. 표준화와 규격화가 안 되었기에 ‘나만의 상품’에 대한 스토리를 더 잘 만들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농, 고령농이 다수인 한국 농업과 ‘스토리를 담은 비교불가능 한 상품’을 찾는 온라인 셀러는 너무도 잘 맞는 궁합이다.

농가-셀러를 연결시켜주기 위해서 지역이 할 일은 지역만의 온라인 도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첫째 지역의 농가와 생산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고, 둘째 셀러를 유치한 후, 마지막으로 소포장 택배중심 스마트 APC를 구축해 농가에서 생산물을 해당 APC에 가져다 놓을 수 있게 해주면 된다.

경쟁 심화로 셀러들이 나만의 상품을 찾게 된 지금이 바로 우리 농촌에게 큰 기회의 시기다. 농촌 지역에 온라인 도매플랫폼을 구축해보자. 그렇게 해서 농산물의 획기적인 유통 비용 축소를 통한 농가의 소득증대를 도모하고, 청년들이 귀촌해 셀러로 지역 농산물을 판매해줄 수 있는 창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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