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인건비, 복숭아 농가 '시름'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충북 음성군 감곡면 상평2리 정용문 씨(사진 오른쪽)와 한재식 씨가 한 달여 뒤 출하할 복숭아를 살펴보고 있다. 이곳 복숭아 봉지 씌우기 일당은 14만원. 인건비는 물론 약재비도 치솟아 농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 상평2리 정용문 씨(사진 오른쪽)와 한재식 씨가 한 달여 뒤 출하할 복숭아를 살펴보고 있다. 이곳 복숭아 봉지 씌우기 일당은 14만원. 인건비는 물론 약재비도 치솟아 농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봉지 씌우기 작업 이틀 동안
인건비만 수 백 만 원 '겁 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커져 ‘막막’
빈 과수원 계속 늘어나지만
농사 더 늘리는 건 꿈도 못꿔


충북 음성군 감곡면 상평2리. 마을 둘레 복숭아밭은 하얀색, 노란색 봉지를 씌운 복숭아와 아직 봉지를 씌우지 못해 초록 잎만 무성한 복숭아나무가 대비됐다. 이곳에서 40년 가까이 복숭아 농사를 지어온 정용문 씨(62)는 2만6400㎡(8000평) 과수원에서 올해 출하할 복숭아 적과와 봉지 씌우기에 바쁜 날을 보내면서도 치솟은 인건비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작년에 인건비가 9만원 10만원부터 시작해 사람이 없다보니 마지막에는 12만원을 주고 수확을 마쳤어요. 그런데 올해는 13만원에 시작해 지금은 14만원을 주고 사람을 쓰고 있어요. 간식 주고 이것 저것 쓰이는 돈까지 치면 한 사람 당 15만원은 들어가죠.” 

그는 11~12일 이틀간 복숭아 봉지 씌우기 작업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 10명을 불렀다. 하루에 150만원씩 300만원이다. “적과 작업을 한 달은 해야 되는데, 지금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내랑 계속 작업을 하면서 그때그때 사람을 부르고 있어요. 인건비도 현찰로 다 주니 현금지급기에서 한 번씩 돈을 뽑을 땐 겁이 나죠. 86년 농업후계자로 시작했는데 지금처럼 어려운 때는 없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선 치솟는 인건비가 인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부족하다는 소문에 인력회사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건비를 높여 부르고, 특히 인력회사들이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한재식 씨(60)는 이곳 하루 일당 14만원 중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돈은 10만원. 나머지 4만원은 인력회사가 수수료로 가져간다고 말했다. 4~5년 전만해도 인력회사 수수료는 1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내가 물어봤죠. 그랬더니 자기들(외국인 노동자)이 받는 돈은 10만원이라고 하더라고요. 인력회사가 폭리를 취하는 거지. 그것도 현찰 장사로 세금도 안내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요. 정부에서 이걸 왜 모르냐고요.”

돈도 돈이지만 마음 놓고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정용문 씨는 함께 일하다 마음에 드는 외국인 노동자가 있어, 본국에서 그의 친구들을 데려오려 했지만 취업비자를 받지 못해 데려올 수가 없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자기들이 없으면 우리 농사가 안 되는 걸 다 알아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갑과 을이 바뀐 느낌이에요. 또 14만원 주더라도 그만큼의 값어치를 해야 하는데 점점 더 일의 능률이 안 나고 있어요. 성실하고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 지인들을 데려오려 했는데 출입국사무소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문제라도 풀어주면 도움이 될 텐데 말이죠.”

한재식 씨도 이 같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농가에서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 문제를 빨리 해결해 주려는 생각보다 이런 것 때문에 안 된다, 저런 것 때문에 안 된다고만 하니 답답하죠. 전례가 없다면 의회를 통해서라도 방법을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요즘같이 막막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제일 큽니다. 월급쟁이 마냥 한 달에 얼마 나오는 게 아니라 돈은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데 앞으로 소득이 얼마가 될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상평2리 마을에는 현재 40여 가구가 있다. 농촌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을에는 빈 과수원이 생겨나고 있다. 정용문 씨는 “내가 이 마을 청년인데 이제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요. 작년에 어르신 세분이 농사를 그만두셨고, 올해도 몇 분이 더 그만 둘 것 같습니다. 옛날 같으면 과수원을 빌려 농사를 짓겠지만 지금은 내 농사만 짓기도 어려운데 농사를 더 늘릴 수 있습니까. 묵히는 과수원이 계속 늘어나겠죠. 이 마을에도 묵히는 과수원이 계속 늘겠죠.”

마을이장 한재식 씨는 농촌 현실이 이렇게까지 온 것을 한탄했다. “의식주 중 먹는 게 최고로 중요한 거 아닙니까. 그런 생각으로 평생 살아왔는데 지금 현실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복숭아 한 박스 10만원 해도 지금 같아선 비싼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농촌 사정을 신경도 안 쓰고, 맨날 물가 잡는다고 마트는 왜 가는지 모르겠어요.”

올해 복숭아 작황은 냉해 등 큰 자연재해가 없어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관련기사 5면 복숭아 수확을 한 달여 앞둔 정용문 씨와 한재식 씨는 출하량이 늘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질까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음성=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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