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최치경 한솔농장 대표는 계란이력제가 계란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로 보고 선제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업계 간 소통이 적었다는 등의 문제도 지적하며, 새로운 개선책은 적극적으로 종사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은 최 대표가 마트로 출하될 계란을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치경 한솔농장 대표는 계란이력제가 계란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로 보고 선제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업계 간 소통이 적었다는 등의 문제도 지적하며, 새로운 개선책은 적극적으로 종사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은 최 대표가 마트로 출하될 계란을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치경 음성 한솔농장 대표
시범사업 때부터 주도적 참여
“장기적으론 필요하다 판단”
유통 투명성 확보 등 긍정적

간편출고 시스템에 휴대폰 신고도 
현장 업무 부담 많이 감소돼
하지만 개선점 알리는 게 더 중요

2008년 국내산 소부터 시작된 축산물이력제가 2020년 가금분야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가금, 그중에서도 선별포장, HACCP(해썹) 의무화 등 현장에서 규제라고 여기는 정책이 유독 많은 계란(산란계)업계 다수는 사업 시행 초 다른 정책과 중복된 내용이 많은 이력제를 또 다른 규제로 볼 수밖에 없었다. 첫 단추를 합이 맞지 않게 꿰어서인지 계란이력제는 이후 여러 개선책이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정부와 업계 간 간극이 크다. 지난 10일 계란이력제를 현장에서 직접 해오고 있는 산란계업계와 이력제 추진 기관인 축산물품질평가원 담당자를 만나 계란이력제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과제 등을 함께 살펴봤다. 

“시범 사업 때부터 계란이력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이력제를 통해 계란 유통이 좀 더 투명해지고, 수급 전망 개선과 더불어 궁극엔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다만 왜 농장과 업체들이 계란이력제에 주저하는지도 알았으면 합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양계장을 운영해온 아버지를 이어 20년 전 대학 졸업 후 양계업에 뛰어든 최치경(46) 한솔농장 대표. 그는 충북 음성에서 20만수 정도의 산란계(1일 18만개 계란 생산)를 키우며 청주에서 직영판매장까지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계란이력제가 시범사업으로 시행된 2020년 초부터 주도적으로 이력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적어도 장기적으론 계란이력제가 계란산업 발전엔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 

최 대표는 “계란산업 발전을 위해선 이력제로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력제를 통해 계란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사육 현황까지 파악되면 궁극엔 수급 전망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계란이력제는 닭·오리와 함께 2020년 1월부터 축산물이력제 확대 정책에 맞춰 시행됐다. 2008년 국내산 소, 2010년 수입산 소고기, 2014년 국내산 돼지, 2018년 수입산 돼지고기에 이어 가금분야에도 축산물이력제를 도입한 것으로, 가금류 사육과 가금산물의 유통, 판매 등 모든 단계별 정보를 기록·관리하고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회수해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최치경 대표가 새롭게 개편된 이력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최치경 대표가 새롭게 개편된 이력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력제 시행 초기, 농가와 유통업체 반발이 컸다. 이 중심엔 ‘선별포장 등 여러 규제가 중첩·중복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력제를 하기 위해 갖춰야 할 전산시스템은 ‘다수가 고령자인 업계 종사자들을 산업에서 떠나게 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 대표도 이에 대한 문제를 공감했다.

최 대표는 “우리의 경우엔 해썹(HACCP)이 의무화되기 전에 해썹 시설을 갖췄고, 전산 시스템도 체계화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농장이나 업체에선 이력제에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제했다.

이와 관련 그는 “예를 들어 2020년 시행된 농식품부의 계란이력제와 2019년 시작된 식약처의 선별포장제도를 보면 중복되는 게 많다. 그런데 한쪽은 전산이고 또 한쪽은 수기 작성을 요한다”며 “선별포장도 힘든데 이력제까지 하라는 건 누구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선별포장업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이력제로 통일하고, 절차도 간소화되는 등 여러 문제들이 개선된 게 있고, 또 개선되는 과정이라고 하나 처음부터 현장 목소리를 간과하고 시행됐으니 농가와 유통업체들이 아예 쳐다보지 않는 면도 있는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첫술에 배부르라’고 하면 현장에선 공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제라도 여러 개선점이 도출되고 있기에 농가와 업계에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게 최치경 대표의 당부이기도 했다. 

최 대표는 “예전엔 개별적으로 거래처를 선택해서 일일이 거래내역을 신고해야했지만 이제 신고가 간소화돼 그날 거래한 거래처를 한 번에 선택할 수 있고, 이력번호도 한 번에 선택해 총 수량만 입력하면 바로 신고가 끝난다”며 “간편출고신고 시스템이 정착됐고, 휴대폰으로도 신고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개선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사업 초 소통이 제대로 안 돼 여전히 농가와 유통업체들이 아예 쳐다보지 않는 면도 있다”며 "하지만 시행규칙 개정에 맞춰 이력관리시스템도 사용자 중심으로 간편화됐고,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전산신고 지원사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어 계란이력제도에 대한 현장에서 느끼는 업무 부담은 많이 감소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개선점보다 더 중요한 게 이런 사항을 농가와 업체에 제대로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니인터뷰/김대영 축평원 이력지원처 차장
“계란이력제 다시 봐주길현장 목소리 새겨들어 개선해나가”

‘ERP전산연계 지원사업’ 등
여러 가지 개선점 도출 중
선별포장과 간극 좁히기 힘써

계란이력제의 실질적인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대영 축산물품질평가원 이력지원처 차장은 현장을 돌며 “계란이력제를 다시 한번 봐달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현장 의견을 수렴해 여러 개선점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인데 그는 대표적으로 ‘ERP전산연계 지원사업’을 들었다. 

김대영 차장은 “기존엔 이력관리시스템에 직접 아이디나 패스워드를 넣고 로그인해서 신고 항목별로 클릭해야 했는데, 이제는 ERP전산연계 지원사업을 통해 현장 거래 중에 입력하는 정보 중 이력제 정보에 맞게 변환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며 “별도로 중복 신고하는 게 아니라 거래 과정 중 생성된 파일이 이력제에 맞게 변환되고 이걸 그대로 전송만 하면 신고가 이뤄진다”고 전했다. 

또 하나 강조하는 게 식약처가 담당하는 선별포장과의 간극 좁히기다. 김 차장은 “식약처의 선별포장제도는 신고를 하기 위해 선별포장확인서, 식용란거래폐기내역서, 식용란선별포장의뢰서 등을 다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 중 지난해 식약처와 협의를 거쳐 이력제 시스템을 통해 선별포장확인서를 뗄 수 있게 했다”며 “식용란거래폐기내역서나 포장의뢰서 등도 그렇게 하기 위해 식약처와 접점을 찾아가고 있고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이어 “또 기존엔 거래처가 많은 수집판매업체에서 개별적으로 거래내역을 신고하기 어려웠는데, 올해 새롭게 거래처를 한 번에 선택할 수 있게 시스템을 변경했다”며 “그동안 거래처별로 일대일로 매칭해 신고를 해야 해 거래처가 많으면 그걸 신고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복잡했다면, 이젠 거래처가 100여 개가 돼도 한 번에 신고를 할 수 있게 ‘간편출고신고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차장은 “그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여러 의견들을 수렴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 주령별 신고 등으로 궁극적으론 계란 수급 전망에도 이력제가 밑바탕이 될 것”이라며 “계란이력제를 다시 한번 봐주시길 부탁드리며, 계란이력제가 계란산업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현장과 소통해 나가겠다. 만족치 못한 내용들은 언제든 알려주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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