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새정부 5만톤 수입 추진에
양돈농가 “10년 전 악몽 떠올라”
구제역 직후 할당관세 조치에
수입량 폭증…가격 하락 ‘몸살’
“또 희생 강요당하나” 답답 

“생산비도 못 건져 손해 볼 땐 아무 말도 없던 정부가 물가 잡겠다고 덜컥 할당관세(무관세) 카드부터 꺼내 드네요.”

“10년 전 할당관세 추진 이후 돼지가격이 폭락하며 많은 농가가 무너졌고, 지난해 계란 수입해 폐기 비용까지 세금으로 낸 건 왜 복기하지 못합니까.”

올해 들어 치솟는 생산비와 각종 방역시설 규제 비용 투입 등으로 궁지에 몰렸던 양돈 농가에 생산비 이상을 건지고 일정 수준의 수익도 낼 수 있는 돈가가 형성된 건 4월 중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는 시점부터였다. 외식 소비 호재와 5월 가정의 달 특수가 이어지며 예상을 웃도는 고돈가가 시작된 것. 이를 기점으로 언론에선 연일 ‘금겹살’을 보도 메뉴로 올렸고, 기획재정부는 새 정부 출범 20일 만인 지난달 30일 물가를 잡는다는 미명하에 돼지고기 할당관세 0%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무관세(미국, EU)가 아닌 캐나다·멕시코·브라질산을 중심으로 할당관세 물량 5만톤 공급 계획을 밝혔다. 2011년 이후, 11년 만에 돼지고기 할당관세가 전격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사룟값과 방역시설 비용을 비롯한 생산비 상승 속 정부의 돼지고기 할당관세 추진을 보는 양돈 농가는 우선 10년 전 악몽이 떠올라 불안해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막대한 살처분 뒤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자 2011년 초부터 돼지고기 할당관세를 무관세로 유지했다. 자연스레 2009년 29만7000여톤(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2010년 29만3000여톤에 불과했던 돼지고기 수입량은 2011년 50만2000여톤까지 급증했다.

그리고 돼지고기 가격은 폭락했다. 당시 적정생산비가 돼지 도매가격 기준 ㎏당 4300원이었는데 2012년 10월 2800원대까지 떨어졌고, 이후에도 2013년 줄곧 3000원대의 돼지고기 가격이 이어졌다. 반면 2011년 이전 30만톤이 되지 않았던 돼지고기 수입량은 할당관세 이후 지금까지 40만톤 초반에서 50만톤 후반 사이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결국 당시 도산하는 농가가 발생하기도 했고, 양돈 농가들은 모돈 감축 등 ‘제 살 깎기’를 통해 돼지고기 가격을 회복시켰다.

경기 북부권의 한 양돈 농가는 “10년 전 정부에 의한 과도한 살처분 이후 할당관세를 결정, 수입량은 늘고 돼지고기 가격은 폭락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농가에 돌아왔다”며 “잘못된 할당관세 추진에 대한 반성은 못할망정 정부가 또다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니, 그것도 올해 계속 생산비를 건지지 못하다 이제 겨우 한달 반 정도 올랐는데 그걸 못 참고 할당관세를 추진해 참으로 비참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하반기 양돈산업에 드리우는 여러 전망도 할당관세에 대한 농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하반기 국내산 돼지고기 공급량은 원활하고, 수입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사료업체들은 사룟값을 또 한 번 인상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6월 돼지관측을 보면 2022년 돼지 등급판정 마릿수는 평년 1775만 마리 대비 2.5~3.7% 증가하고 지난해와는 비슷한 수준인 1820만~1840만 마리로 추정됐다. 6월 이후 하반기만 봐도 10월을 제외한 모든 달이 평년보다 등급판정 마릿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양돈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3월 이후 처음으로 나올 축산관측은 보고, 하반기 도축마릿수나 수입량 예상치를 파악한 뒤 할당관세 여부를 신중히 결정했어야 했다. 생산비 급등에 신음하는 농가를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 그런 과정이라도 보여줘야 했다”며 “무자비한 FTA 추진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무관세로 수입 고기가 들어오고, 정부는 각종 시설규제로 우리를 옥죄고 있다. 우리는 정부 정책에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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