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조영만 씨가 낭충봉아부패병 감염에 감염된 벌통을 모아 소각하고 있다.
조영만 씨가 낭충봉아부패병 감염에 감염된 벌통을 모아 소각하고 있다.

전북 장수 조영만 농가
벌통 150개 감염…소각 처분
백화점 납품 무산 ‘8억 손실’

컨테이너 설치 관련 민원에
관련 공무원 등 수시 방문
소독도 없이 무분별 출입
‘사람에 의한 감염’ 의심 커

전국적으로 꿀벌의 원인 모를 집단폐사 현상이 사회 문제로 부상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 장수의 한 토종꿀벌 농가에서도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해 폐농 위기에 내몰렸다. 충북 영동에서 꿀벌을 키우다가 밀원이 풍부한 곳을 찾아 2019년 이곳 장수로 귀농한 조영만 토종꿀벌 농가가 처한 현실이다.

올해 강수량이 예년보다 적어 꿀을 채취하는데 좋은 환경이었음에도 그의 농장에서 수확할 꿀은 전무하다. 오히려 5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통 150개를 행정에서 알려준 절차대로 소각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소각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낭충봉아부패병 발생 원인을 사람들의 잦은 출입에 의해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 이유로 지난해부터 그의 농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민원인을 비롯해 공무원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오염을 유발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5월 초순 낭충봉아부패병을 발견하기 전에 동일인이 제기한 민원을 확인하기 위해 공우뭔들이 농장을 무단침입 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낭충봉아부패병의 확산 경로와 관련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이 앉았던 꽃가루를 다른 벌이 수집하거 벌통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감염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러스에 오염된 벌 기구 및 자재, 사람 등을 통해서도 확산될 수 있다고 한다. 드문 사례지만 사람에 의한 감염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농장에 사람들이 무단 침입했다는 것도 장수군에서 발송한 ‘원상복구명령서’을 받고 알았다. 농장주 입회하에 철저한 소독 과정을 거친 다음 출입해야 함에도 아무런 통보 없이 무작정 방문해 사진 촬영까지 이뤄졌다.

그는 “토종꿀벌은 환경에 민감하다. 민원에 대해 정확하게 확인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농장주에게 연락해서 소독한 다음 농장주와 함께 조사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아무런 조치도 없이 무조건 여기저기 다니며 오염원을 옮겨 감염 시켰을 것으로 의심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그는 “언제 온다는 연락도 없이 청정하게 유지해야 할 농장에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서 보냈더라”며 “국가에서 2종 전염병으로 분류될 정도로 낭충봉아부패병은 위험한데도 소독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출입한 민원인과 공무원들을 감염원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곳 농장은 전화도 안될 정도로 오지인데다 환경오염원으로부터 외부와 단절돼 있어 생산된 꿀은 전량 백화점에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는데 바이러스 오염으로 인해 공급마저 무산됐다. 이로 인해 그는 올해 8억원의 경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러한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6월부터 한 주민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민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장수지역으로 귀농한 이후 주민들과 소통하며 특별한 갈등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귀향한 한 주민의 지속적인 민원의 대상이 된 것이다.

첫 사례는 지난해 6월 컨테이너를 불법 설치했다는 민원이 발생해 장수군에서 조사차 연락을 해 왔다. 그의 토종꿀벌 농장은 이전부터 양봉장으로 사용되는 산지를 매입 했기에 농업을 하는데 문제없는 토지이긴 한데 농장 아래에 동화 댐이 있어 상수도보호구역에 포함된다.

그는 “컨테이너를 설치할 때 면사무소에 신고하러 갔으나 담당자가 18㎡ 이하는 신고 대상도 아니라고 해 사용하고 있었다”라며 “깊은 산속에서 양봉을 하려면 숙박은 필수인데 그래도 행정기관이 불법이라고 해서 벌금내고 도로명 주소까지 받고 적법화 시켰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그의 농장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면서 장수군청 건축과, 상수도과, 축산과, 농정과, 환경과 등 수많은 공무원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전북도에까지 민원을 넣어 지난 4월 27일경 장수군 건설교통과 공무원들이 재차 방문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문을 통해 잡석 및 콘크리드 포장, 정지 등 토지 형질변경 행위는 시장 또는 군수의 허가 사항인데 허가 받지 않고 무단으로 설치 및 사용했다고 원상복구 명령을 통보 받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무단으로 침입하게 됐고, 이후 국가 전염병2종인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되는 상태가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특히 4월 초순부터 월동 기간 동안 전남 보성과 고흥 등에서 관리했던 벌통을 장수 농장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던 시기여서 외부인들이 무단으로 출입한 것을 알았다면 벌통 운반 작업을 보류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어찌되었던 절차상의 문제가 발생한 만큼 장수군 명령대로 원상복구하고 농가주택 신축 신청을 낼 예정이다. 행정에서 불법이라고 규정하니 농민은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라며 “그러나 지속된 민원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 과정에서 우리 농장은 본의 아니게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라스 감염이라는 피해를 당했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엄청난 금전적 시간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잘잘못을 가리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양봉은 축산업으로 분류되는데 축산업은 기본적으로 사육과 관련된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서 정부가 양봉 농가에 대해 기본 시설설치에 대한 제도를 마련해 주기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수군 관계자는 해당 토지에 무단 시설물이 설치 돼 있다는 연락을 받고 확인하러 갔으며, 불법 시설물이라고 판단해 증거를 수집한 후 원상복구 명령 및 원상복구 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라고 밝혔다.

장수=이동광 기자 leed 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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