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모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농어민신문] 

‘지역먹거리 체계’ 실천전략 합의
‘먹거리 시민’ 주체적 역량 제고
부서간 협력-연계 가장 우선해야  

먹거리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 대응의 핵심은 ‘지역 먹거리 체계’ 구축에 있습니다. ‘지역 먹거리 체계’는 ‘관행적 먹거리 체계’가 야기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실천적 대안입니다. 지역생산~지역소비를 기본축으로, 생산자~소비자를 잇고, 먹거리 돌봄과 기본권 등을 보장하기 위한 실행전략입니다. ‘직매장’ 형태(이미지)로 고정화(?)되어가는 소위 ‘로컬푸드’ 수준(방식)을 뛰어넘는 ‘먹거리 종합전략’으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먹거리 종합전략은 ‘로컬푸드를 넘어 먹거리의 생산·유통·소비와 관련된 안전·영양·복지·환경·일자리 등 다양한 이슈를 통합 관리하는 지역 먹거리 계획’입니다. 공공이 나서서 ‘먹거리 종합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이유는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시장’을 통한 자원분배와 생산성 향상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먹거리 불평등과 소외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인류 보편적 가치인 ‘기본권’ 침해가 늘기 때문입니다. 굳이 취약계층의 열악한 먹거리 환경과 영양수준을 들지 않아도 됩니다. 경제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외부적 충격이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떨어트리고 절망의 상황으로 몰아넣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배가 고파 음식에 손대는 ‘코로나 장발장’, ‘아버지 병수발로 끼니 해결을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움이 우리 사회 자화상입니다.

그동안 ‘지역 먹거리 계획’이라는 정책으로 전국 111개 기초+광역 지자체가 ‘지역 먹거리 종합전략’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지역 간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나 저마다 현실을 고려하여, 기획생산~공공급식~먹거리돌봄~추진체계 등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역 먹거리 계획’은 이제 ‘정책적으로 시민권’을 얻은 ‘주류화된 정책’인 셈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정책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과 시행착오를 거쳐 왔습니다. ‘아이들이 눈치 안 보고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게 하자’는 데에서 시작한 ‘무상 학교급식 운동’은 그래서 파급력이 매우 큽니다. 초등학교에서 시작해서 고등학교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친환경 식재료를 건강한 학교급식에 제공하는 데까지 나갔습니다.

‘로컬푸드 정책’은 또 어떻습니까? 생산자는 제값 받고, 소비자는 건강한 지역 농산물을 먹는 ‘얼굴 있는 먹거리’를 만들자는 지역의 실천운동이 정책으로 보편화되었습니다. 꾸러미와 직매장 등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공동체지원농업(CSA)’의 전형입니다. 다품목 생산체계로 지역농업이 지속가능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이제는 사회적인 규범(기준)이 되었습니다.

‘식생활 교육 정책’도 ‘먹거리와 농업·농촌’의 가치를 사회화하기 위한 시민운동이 일궈낸 결과입니다. 관행적 먹거리 체계가 갈라놓은 ‘식(食)과 농(農)의 거리’를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국가 계획으로 만들어져 ‘학교,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식생활 교육이 민간의 실천역량으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의 현실적인 문제의식과 지역사회의 책임있는 대응을 통해 ‘먹거리’를 정책화·제도화해 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비록 정치적 공간을 통해 ‘먹거리 정책·제도’가 일부 폐기되거나 유명무실해진 사례(브라질, 영국 등)도 있습니다. 그러나 ‘먹거리’의 사회적·현실적·미래적 역할(가치)을 무색하게 하거나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행착오의 과정도 ‘사회적 자산’이 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역량과 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먹거리 정책’을 통해 갖춰오고 있는 지역 먹거리 체계의 ‘기본구조, 다양성, 확장성, 실행력’ 등이 어떠한지 냉철히 진단할 시점입니다. 지역 먹거리 계획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지역 먹거리 체계’의 기본구조(전략)에 대해 더 치열하고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되, 공통의 실천전략만큼은 반드시 합의해 내야 합니다. 그러한 합의는 단계적으로 확장·확대되어 나갈 것입니다. 생산과 공급이라는 ‘전통적인 농업(생산)의 틀’에 갇혀서도 안 됩니다. 먹거리의 가치를 이해하고 지역에서 실천할 이른바 ‘먹거리 시민’의 ‘역량(食解力)’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공공급식과 먹거리 돌봄 등 세부내용의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지역의 책임있는 주체(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먹거리종합지원센터 등)가 역할을 맡아가고 있는 점은 분명 이전과 다른 양상입니다.

지방권력이 교대되고 바뀌는 시점입니다. 가장 먼저 주목할 과제는 각기 추진하는 개별 사업을 연결하여 모아내는 일일 겁니다. 행정 내 부서 간 협력과 연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먹거리정책책임관’을 조례를 통해 지정·실행하는 방안, ‘먹거리정책행정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 방안, 시민의 ‘참여공간’(먹거리民會 등)을 설치·운영하는 방안 등이 그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먹거리 정책 거버넌스’의 실체입니다. 그리고 먹거리 종합전략의 계획·정책을 매년 수정·보완하여 형식·내용에서 ‘진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정책의 ‘균형점’은 시기(시점)와 공간(지역)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주도하는 주체(영역)에 따라 균형점은 변할 것입니다. 그래서 ‘진로’를 모색할 때, ‘시작점(출발점)’에서 실천과제를 찾아야 합니다. ‘지역 푸드플랜’이라는 정책의 영역과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우리 사회가 갖춰온 ‘실행역량’을 면밀히 타산해야 합니다. 그에 걸맞게 ‘변화의 시대’, 실천전략을 실효적으로 정립하고 혁신을 해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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