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산란율 저하로 계란이 많지 않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사진은 5월 말 지역의 한 계란 선별·집하장에서 계란이 선별·포장되고 있는 모습.
산란율 저하로 계란이 많지 않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사진은 5월 말 지역의 한 계란 선별·집하장에서 계란이 선별·포장되고 있는 모습.

계속된 변이에 백신 안듣고
큰 일교차에 생산성적 저조
산란율 20~30% 떨어져
계란집하장 거래실적 제자리

계란 고공행진 언론보도에
수년째 적자 산란계농가 ‘억울’ 

“계란은 공장에서 공산품처럼 찍어내는 게 아닙니다. 지금 닭이 많지 달걀이 많은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언론에서 연일 계란값 고공행진과 연계한 산란계 농가의 수익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정부에선 수시로 계란값 상승 원인을 농가에 묻고 있다. 산란계 농가들이 ‘계란값 상승의 주범’처럼 자신들을 낙인찍는 최근의 이런 행태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며 ‘산지의 현실을 먼저, 제대로 봐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산지 산란계농가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농산물로는 생산단수격인 산란율이 현재 현격히 떨어져 있다. 보통 산란계 산란율은 90%를 넘지만 이보다 20~30% 산란율이 줄어든 곳들이 부지기수라는 것. 이는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IB(전염성기관지염) 등의 소모성·호흡기 질병이 산지에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의 한 산란계 농가는 “소모성 질병이 산지에 돌고 있다. 계속 변이가 일어나 기존 백신 등으로 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여기에 때 이른 무더위에 아침저녁으로 큰 일교차가 계속되고 있어 닭들이 생산 성적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농장의 경우 신계에서 하루 7만개 계란이 생산됐다면, 지금은 5만개를 간신히 넘기고 있다. 올해 무더위가 일찍 찾아왔는데,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 같다”며 “농장 대부분이 20~30% 산란율이 떨어지고 있고 절반밖에 산란율이 나오지 않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재 계란 가격이 예년 대비 높게 형성되고 있음에도 계란 집하장의 거래 실적은 늘지 않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를 보면 국내 최대 계란 유통 실적을 유지하는 A집하장의 경우 지난해 5월 1693만여개의 계란이 출하됐지만 올해 5월엔 1607만여개의 계란 출하에 그쳤다. 또 다른 주요 집하장인 B업체도 지난해 5월 566만여개에서 지난달엔 317만여개로 줄었다. 수년간 적자에 허덕였던 농가들이 소위 언론이 말하는 계란값 고공행진 시대에도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왜 산란계 농가들은 계란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을까. 일단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축산물생산비조사 발표 결과에 기인한다. 통계청에선 계란값 상승에 비례해 농가 수익이 급증했다고 분석했지만 농가들은 평균 산란율로 농가 수익성을 계산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병충해나 날씨 등으로 생산단수가 매 순간 급변하는 농산물처럼 농장에서 계란 생산성도 수시로 바뀌는데 이를 평년 평균 산란율로 조사하는 건 신선농축산물 특성을 배제한 분석이라는 것이다. 

양계업계 관계자는 “변이가 일어나고 백신도 제대로 안 먹혀서인지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통계청 수익 조사는 이런 산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최근 나온 농가 수익조사도 계란 판매가격은 단순히 계란 가격이 상승한 비율 그대로 비례해 계란 판매 수익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농가를 옥죄는 또 하나는 ‘닭은 많다’는 데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3월호 산란계 월보를 보면 6월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전년 대비 12.7%, 평년 대비 9.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고, 역으로 계란값은 하락할 것으로 예고됐다. 이를 근거로 정부에서 최근 계란값이 양호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산지를 겨냥하고 있다. 

지역의 한 산란계 농가는 “수시로 정부 관계자가 전화 와 ‘왜 닭이 많은데 계란값이 높냐’고 묻고 있다. 단순히 묻는 걸 넘어 우리가 마치 담합을 하는 것처럼 의심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는데 그랬다면 우리가 수년간 적자에 허덕였겠느냐”며 “닭이 많은데 계란값이 왜 높냐고 하는 건 우리를 공산품 공장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란값은 좋다고 하지만 현재 농가들은 병아리 입식을 망설이고 있다. 왜 그럴까. 사룟값을 비롯한 생산비가 급등했고, 하반기 사룟값이 더 인상된다고 예고된 데다 소모성 질병도 확산돼 계란값이 높아도 제대로 된 수익을 보장받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라며 “정부에서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건 이런 부분이다. 생산기반이 무너지지 않는 대책부터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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