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양돈장서 ASF…새 정부 방역 ‘첫 시험대’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ASF 중수본 본부장)이 5월 26일 ASF 양돈장 발생에 따른 긴급 방역상황회의를 개최, 가축 방역 담당자들과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ASF 중수본 본부장)이 5월 26일 ASF 양돈장 발생에 따른 긴급 방역상황회의를 개최, 가축 방역 담당자들과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여 만인 5월 26일 강원도 홍천의 한 양돈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2019년 9월 국내 첫 확진 이후 양돈장 기준 22번째 ASF 발생 사례다. 전국에 상재화하고 있는 야생멧돼지로부터의 전파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날 기준 야생멧돼지에선 2613건의 ASF가 확진됐다. 새 정부 들어 농가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중요(1급) 가축전염병으로 이에 대한 정부 대응이 윤석열 정부의 가축 방역 정책에 대한 첫 시험대이자 앞으로 5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도축장 출하가 신속히 이뤄지는 등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농가들은 농장에서의 방역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리며 ‘특단의 야생멧돼지 감축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ASF 발생, 같으면서 달랐던 새 정부 대응

홍천 돼지농장 긴급 방역 뒤
권역별 지정 도축장 출하 허용

축산농가 요구 반영됐지만
3주전 같은 도축장 쓴 농장까지
이동제한 등 ‘과도한 방역’ 여전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본부장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는 5월 26일 강원 홍천군 소재 돼지농장(1500여두 사육)에서 ASF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3일 뒤인 29일엔 해당 농장에 대한 살처분·매몰, 정밀검사 등 긴급 방역 조치를 마무리 짓고 추가 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방역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발생농장의 살처분과 매몰, 잔존물 처리를 5월 27일 완료했고, 농장·주변 도로에 대한 청소·소독 등을 지속해서 실시하고 있다. 강원·경기 지역 일시이동중지(5월 26~28일, 48시간) 기간 축산 차량과 시설 6만4000개소에 대한 집중 소독도 완료했다. 홍천군 소재 양돈농장(14호)과 역학 관련 농장(89호)을 정밀 검사한 결과에서도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고, 강원도 내 양돈농장 188호에 대한 임상검사에서도 29일 현재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중수본 관계자는 “발생 초기 긴급조치, 정밀검사를 완료했으며 살처분 규모 등을 고려 시 이번 ASF 발생이 돼지고기 수급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며 “다만 중수본은 최근 야생멧돼지에서의 ASF 발생현황 등을 놓고 볼 때 현재 방역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임상검사, 농장방역실태 점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돈을 비롯한 축산농가들은 정부의 이번 ASF 대응 행보에 유독 더 관심을 보이고 있고, 또 보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정부에서 가축 방역정책에 대한 갈등의 골이 상당히 깊었고, 이에 새 정부에선 ‘산업을 같이 보는 방역 대책을 추진해달라’고 축산농가들이 요구했다. 사실상 이에 대한 첫 답을 농식품부가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ASF 발생 이후 5일가량 지난 시점에 축산농가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보이고 있다. 일단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됐다. 역학 관련 이동제한에 대한 양돈농가 돼지 출하가 발생 사흘 만인 29일 전격 허용된 것이다. 정부는 돼지 출하 중단으로 과체중 돼지 증가, 밀사에 의한 자돈 폐사 등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이동제한 중 돼지 출하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듣고, 이날 권역별로 지정된 도축장으로 돼지를 출하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강원권은 도내 지정도축장으로 출하, 충북·경북 북부는 권역 내 도축장 활용, 그 외 지역은 도내 도축장을 지정해 출하할 수 있도록 했다. 만일 ASF로 의심되면 즉시 도축을 중단하고, 긴급 방역조치를 실행키로 했다. 역학 관련 이동제한 양돈농가 가축분뇨도 기존엔 이동제한 시까지 분뇨를 농장 내 보관하고 최대한 반출을 금지했지만, 이번엔 조건부 허용이 내려졌다. 

한돈업계 한 관계자는 “아침(30일)에 정부 공문을 보고 솔직히 조금 놀랐다. 예전처럼 역학 농가를 완전히 꽁꽁 묶는 게 아니고 지정도축장에 출하할 수 있게 하는 등 완화된 측면이 보였다”며 “첫 발생 때와 달리 이제 ASF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게 됐고, 잘못된 대응에 대한 교훈도 얻었다. 정부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방역 대책과 관련 제도 개선엔 이런 것들이 제대로 담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최대 3주 차이가 남에도 같은 도축장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농장에 이동제한을 거는 등 과도한 방역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에선 이번 도축장 출하 허용이 농가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닌, 최근 삼겹살값이 높다는 여론에 떠밀린 행보라는 의심의 시선도 내보인다. 

강원도의 한 양돈 농가는 “해당 농장은 6일 출하했고, 우리 농장은 19일 출하했다. 13일이나 차이 남에도 해당 도축장을 이용했다는 하나의 이유로 우리 농장도 이동제한에 걸렸다”며 “좀 더 과학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방역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환경부 야생멧돼지 특단 대책 요구

한돈업계, ASF 재발 원인으로
안일한 야생멧돼지 정책 지목
“환경부 특단의 박멸책 펼쳐야”

궁극엔 ASF의 원인이 야생멧돼지에 있기에 이번 양돈장에서의 ASF 발생을 기점으로 야생멧돼지 대책을 새 정부에서 새롭게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한돈협회는 ASF 발생 다음 날인 27일 ‘홍천 ASF 발생에 관련해 새 정부와 한돈농가에 드리는 글’을 통해 ‘ASF 재발 원인은 환경부의 안일한 야생멧돼지 정책’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ASF 전국 확산이란 위기를 막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특단의 야생멧돼지 감축 대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돈협회는 “전문가들은 수년간 각종 연구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ASF 퇴치를 위해선 3년 동안 매년 75%씩 야생에서 멧돼지를 감축시켜야 하며, 야생멧돼지 제로화 벨트를 만들어 더 이상 남하를 막아야 한다고 지난 정부 내내 여러 차례 건의해왔지만, 환경부의 무책임으로 한돈농가 안전과 생존이 위협당하고 있다”며 “환경부에서 통제하지 못한 야생멧돼지 때문에 한돈농가들은 ASF 발생이 마치 집돼지 농장의 방역소홀로 전가돼 과도한 예방적 살처분, 지나친 권역화 통제와 이동제한, 과도한 8대 방역시설 설치 요구 등 생존권을 위협받을 정도의 철저한 불이익을 받아왔다”고 토로했다. 멧돼지가 민가로 내려와 사람을 공격하고 농작물 피해의 주범이 되는 등 이는 비단 한돈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협회는 주지했다. 

이에 협회는 “농장에서의 방역만으론 결코 ASF를 종식시킬 수 없다. 새 정부의 방역정책은 정확한 역학조사를 통해 발견된 철저한 과학적 근거에 의한 ‘산업을 살리는 방역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환경부는 한돈농가와 현장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야생멧돼지 박멸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즉각 추진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농식품부도 농가의 8대 방역시설 전국 의무화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환경부의 멧돼지 대책에 함께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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