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그 이상의 계란, 제주 계란 진화 현장을 가다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이욱기 제주웰빙 대표를 비롯한 6인의 애월아빠들은 ‘애월아빠들’ 브랜드를 입힌 양질의 계란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신선계란 뿐만 아니라 가공품과 공산품 등에 계란을 활용하며 일상 속 계란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사진은 이욱기 대표(왼쪽)와 애월아빠들 신선란.
이욱기 제주웰빙 대표를 비롯한 6인의 애월아빠들은 ‘애월아빠들’ 브랜드를 입힌 양질의 계란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신선계란 뿐만 아니라 가공품과 공산품 등에 계란을 활용하며 일상 속 계란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사진은 이욱기 대표(왼쪽)와 애월아빠들 신선란.

사실 계란만큼 만만(?)한 게 얼마나 될까. 시장이 대거 개방된 지금까지도 모든 국민이 먹을 수 있는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는 계란. 다른 상품 가격은 몇 배씩 뛰어도 오랜 기간 큰 변동 없는 가격대가 지지되고 있는 계란. 정부의 과도한 살처분으로 가격이 조금 뛰자 언론은 금란으로 포장하고 정부는 수입산으로 풀려는 계란.

하지만 수입계란 폐기에서 보여주듯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그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있는 K(대한민국)계란. 그런 계란이 원재료 본연의 먹거리를 넘어 커피, 마스크팩, HMR(가정간편식), 캐릭터 활용 제품 등 상품 확장은 물론 체험으로까지 진화하려 한다. 프라이, 찜 등 자체 음식에서부터 라면, 빵 등의 부재료로 활용되며 일상에서 함께했던 계란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 지난 18~19일, 기존 계란산업의 알을 깨고 시나브로 계란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는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을 찾았다.

가족 먹거리 책임지는 아빠들
항생제 없이 동물복지·HACCP로
계란 생산부터 차별화 자랑 

산란율 절반도 안되지만
제주 토종닭 ‘구엉닭’ 보전도


“계란 어디까지 가(맛)봤니.”

‘우주에서 가장 맛있는 계란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제주 애월에 둥지를 튼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제주웰빙). 이곳의 대표 브랜드 ‘애월아빠들’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생산돼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사업 총괄자인 이욱기 제주웰빙 대표를 비롯해 유통, 가공, 연구 등 각 영역을 책임지는 6인의 아빠들이 함께하고 있다. 1979년 양계농사를 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5년 설립한 이욱기 대표는 계란이 지닌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보고 지인이기도 한 ‘애월아빠들’과 ‘애월아빠들’을 만들며 계란 그 이상의 가치를 구현해내고 있다. 제주웰빙의 매출 규모만 지난해 220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27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우리 가족의 먹거리는 아빠들이 책임진다’는 사명 아래 모인 애월아빠들은 우선 계란 생산 단계에서부터 차별화를 꾀한다. 애월아빠들의 모든 계란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며, 제주 최초로 동물복지 인증과 통합 HACCP 인증도 받았다. 이욱기 대표는 “동물복지 인증을 지향한다. 현재 18개 농가와 함께 40만 수의 알닭(산란계)을 동물복지로 키우고 있다. 동물복지인증은 6개를 받았고, 나머지 농장도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웰빙 협력농장인 부성농장의 알닭들이 양계장 안과 들판을 운동장 삼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제주웰빙 협력농장인 부성농장의 알닭들이 양계장 안과 들판을 운동장 삼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실제 18일 찾은 제주웰빙의 협력농장인 부성농장은 애월아빠들 계란이 어떤 생산 과정을 지향하는지 보여줬다. 해발 500m 고지에 위치한 이곳의 알닭은 제주 토종닭인 구엉닭으로 7920㎡(2400평)의 농장에 6000~7000수의 구엉닭이 양계장과 들판을 운동장 삼아 누비고 있었다. 이 닭들이 먹는 양식도 대야생초와 쌀겨, 제주 물고기 등을 발효시켜 만든 EM 미생물 발효사료와 non-GMO 사료였다.

특히 구엉닭은 산란율이 기존 닭의 절반 정도인 45%에 그치지만 재래종을 보존해야 한다는 애월아빠들의 신념과 좋은 계란 생산이 먼저라는 제주웰빙의 사명감이 융화되며 구엉닭을 지켜내고 있다. 물론 재래종이라는 특성상 제주웰빙에서 구엉닭 재배 비중은 작지만, 다른 알닭 역시 생산 시스템은 부성농장과 대동소이하다. 

부성농장의 부웅관 농장주는 “제주 사람으로 제주 토종닭을 지키는 자부심이 크다. 특히 계란 시장은 분명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구엉닭을 키우고 있다”며 “애월아빠들과 만나고 난 뒤엔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고, 판로 걱정을 놓게 됐다”고 전했다. 

부성농장의 계란을 비롯해 제주웰빙 계란들은 계란이 무한히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선별장에서 온수로 세척하고 UV살균을 통해 계란에 묻어 있는 균과 이물질 제거, 육안과 파각검출기로 1,2차 실금란 여부 검사, 현란검출기로 현란 분류 등의 과정을 거쳐 즉시 냉장 보관되는 계란들은 여러 곳으로 수송된다. 제주 전역에 직배송 되며 익일특급 택배로 바다를 건너기도 한다. 또한 친환경·대형마트 매장에도 제주웰빙 계란을 볼 수 있다. 
 

애월아빠들 계란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① 계란 빵, ② 계란 커피·케이크, ③ 계란 마스크팩, ④알닭 활용 제주 몸국·해장국.
애월아빠들 계란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① 계란 빵, ② 계란 커피·케이크, ③ 계란 마스크팩, ④알닭 활용 제주 몸국·해장국.

계란연구소 ‘알라운지’에서는
다양한 계란 활용 연구가 한창
유정란찰떡, 알닭 닭곰탕부터
빵, 과자류는 물론 커피까지
계란 넣은 다양한 먹거리 눈길

마스크팩·캐릭터 상품 개발 넘어
체험까지 계란 영역 확장 욕심


무엇보다 이곳 계란은 다양하게 활용된다. 애월아빠들의 계란연구소이면서 맛있는 커피와 동물복지유정란으로 만든 빵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인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알라운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 계란은 다양한 가공품은 물론 계란이 공산품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선 이곳에서 계란은 다양한 빵, 과자류에 활용된다.

특히 계란과 쉽게 연관돼 생각하기 어려운 에스프레소·더치 커피에도 계란이 들어가고, 계란으로 만든 카스타드크림, 수플레케이크 등 대부분의 먹거리에 계란이 활용된다. 이외에도 제주산 레몬과 우유 등 타 재료 역시 제주산을 기반으로 한다. 또한 계란 마스크팩에서부터 계란 캐릭터를 활용한 티셔츠, 볼펜 등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산석구운유정란, 유정란찰떡 등과 앍닭을 활용한 닭곰탕 등의 HMR제품 및 관련 음식점도 빼놓을 수 없는 제주웰빙의 자랑이다. 

알라운지를 맡고 있는 이종관 제주웰빙 본부장은 “계란은 다양한 먹거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영양의 보고라는 효능적 특성에다, 친근한 캐릭터 상품 개발 등 그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알라운지에서 계란을 이용한 연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되고 있다”고 밝혔다. 
 

계란연구소이자 커피, 빵 등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인 알라운지 앞에서 이욱기 대표와 김종준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이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계란연구소이자 커피, 빵 등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인 알라운지 앞에서 이욱기 대표와 김종준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이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웰빙은 가공품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 개발을 넘어 체험으로까지 계란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 이욱기 대표는 “아버지께서 계란 생산에 전념하셨다면 우리는 다양한 상품 영역으로까지 그 폭을 넓혔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제주라는 지역의 특성을 버무린 관광, 체험까지 계란의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며 “멀지 않은 시기에 계란 때문에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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