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6월부터 수박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에 맞춰 출하 및 선별 등 산지의 손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생산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름 수박 시세는 좋은 흐름이 기대되고 있다. 19일 부여 규암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관계자들이 센터에 입고된 수박을 들어 보이고 있다.
6월부터 수박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에 맞춰 출하 및 선별 등 산지의 손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생산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름 수박 시세는 좋은 흐름이 기대되고 있다. 19일 부여 규암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관계자들이 센터에 입고된 수박을 들어 보이고 있다.

초기 작황 부진에 크기 작지만
비 적게 내려 당도 향상 기대

고령화·인력난에 재배면적 감소
산지 생산기반 붕괴 걱정도
“시세 반등해도 남는 것 없어”

유통상인-대형마트 물량 확보전
포전거래시세 전년비 10~15%↑


중남부 일대의 수박 산지에서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부터 수박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에 맞춰 출하 일정이 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산지에선 올 여름 수박 시세가 지난해보다 좋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안도감보다 걱정이 짙어지는 대목이 있다. 시세 반등이 재배면적 감소에 따른 물량 부족으로 빚어지고 있어서다. 이는 고령화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산지 여건이 악화되는 등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목소리다.
 

수박 물량 감소 심각

“올해 수박이 없어요.” 5월 중순 도매시장과 산지 관계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얘기가 수박 물량이 예년은 물론 시세가 좋았던 지난해보다도 줄었다는 것이다.

19일 부여규암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만난 윤영덕 장장은 “지난 4월 20일부터 출하 작업을 시작해 한 달 정도 지났다. 저녁과 새벽에 걸쳐 출하 및 입고, 선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일대는 최근 3년 전부터 물량이 감소하는 추세인데, 올해도 지난해보다 출하물량이 줄었다”고 전했다.

6월 본격적인 성출하기를 앞둔 5월 하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반입된 올해 수박 물량도 평년 대비 80% 수준으로 파악된다. 20일 가락시장 도매법인 서울청과의 김규효 경매사는 “가락시장 전체로 볼 때 수박 반입 물량이 2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물량 부족, 이유는

물량 부족의 이유로는 여러 요인이 꼽힌다. 일부 조짐은 이미 올해 초부터 예견됐다. 올해 1~2월 정식 이후 수정 작업에 어려움을 겪어 착과 불량 등 초기 생육 피해 사례들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윤영덕 장장은 “1~2월 햇볕이 많이 없어 일조시간이 적었고, 또 꿀벌을 통해 수정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육 차질을 빚은 농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남 함안 군북면에서 수박을 재배하고 있는 조현래 농가(농업경영인)도 “수정 작업을 위한 벌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기후 영향 등으로 함안 일부 지역의 생육 초기(3월) 피해가 20~30% 발생한 것 같다는 얘기도 들렸다.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했을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물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부분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고령화와 인력 확보로 힘들어하는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줄이거나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데 있다. 

윤영덕 장장은 “규암 지역은 대체로 수박에 이어 멜론을 많이 심었는데, 요새는 ‘사과대추’를 심는 농가들이 많다”며 “하우스 10동에 수박을 재배한다면, 요즘은 10동 중 5동에 수박을 심고 나머지 5동에 사과대추를 심는다. 사과대추 수요가 많은 데다 농사짓기가 수월해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시세 좋다는데, 산지는 뒤숭숭

물량 부족으로 시세는 지난해보다 강세를 띠고 있다. 5월 13~20일 현재 가격 흐름은 가락시장 도매가격(1㎏·상품) 기준 2700~3100원대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2000~2200원대)보다 15~20% 정도 뛰었다.

5월 말 충북 등에서 수박 출하가 본격화되면서 물량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체 물량 감소 문제는 올 여름 내내 안고 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 산지 시세는 물론 소비지 가격(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7~8월 물량 공백(부족) 등의 영향으로 ‘금수박’ 보도가 언론에서 줄을 이었는데, 올해도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규효 서울청과 경매사는 “물량 감소의 원인은 전반적으로 재배면적이 줄었고, 게다가 수정 상황도 좋지 않았고 인력까지 없다보니 농사를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초기 작황이 좋지 않았지만, 이후로는 작황이 나쁘지 않았고 작년보다 중량이 작은 특성이 있지만 비가 적어 당도가 오히려 좋아지는 등 품질 자체는 더 좋다. 6월에도 시세는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유통 상인과 대형유통 채널의 물량 확보전도 훨씬 치열해졌다는 전언이다. 포전거래 시세는 지난해보다 10~15% 정도 증가했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경북 봉화의 수박 생산 농가는 “500통을 심으면 보통 500만원 받는다. 포전거래 시세가 이전부터 1통당 1만원 정도였는데, 상인들이 하나하나 상품성을 살펴보면서 정산을 해줬다”며 “근데 올해는 물량 부족이 심각해서인지 직접 확인도 하지 않더라. 가격도 올라 550만원 정도로 받았다”고 전했다.

산지 및 도매시장 시세가 10~15% 정도 올랐지만 농가 경영 수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일 10만원 이하였던 인건비가 코로나 국면에서 30% 이상 치솟은 데다 자재비, 유류비 부담도 크게 불어난 실정에서 영농비라도 보전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많다. 

이에 못지않게 수박 산지 여건이 무너지고 있다는 걱정도 앞선다. ‘시세 반등’을 바라보는 산지의 심경이 복잡한 이유이기도 하다.

윤영덕 장장은 “수박 시세가 10~15% 오른다고 해도, 출하 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기본적으로 인건비, 자재비, 유류비 등이 모두 오른 상황에서 농가에 남는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이처럼 산지 여건이 열악해지다보니 농사를 포기하거나 재배면적을 줄이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시급하게 인력 문제라도 해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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