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봉 고려대 교수, 기초식량자급·농지보전 중요성 강조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세계적 곡창지대서 전쟁 발발
농업기반 물론 수출망도 붕괴
전쟁 끝나도 당장 회복 어려워

수출 제한 등 식량무기화 대비
기초식량 자급기반 확보 관건
적정농지면적 산출, 보전 시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식량위기가 최소 3년, 길게는 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현재 20%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을 높여 최소한 기초식량은 국내에서 자급할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적정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자급률 달성에 필요한 적정농지 면적을 산출, 전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향후 3년 간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것은 우리가 1970년대 이후 경험한 가장 큰 가격 상승 쇼크”라며 “1970년대처럼 식량, 연료, 비료 무역에 대한 제약이 커지면서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오는 2024년 말까지 원자재, 원유, 식량 등의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에 앞서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 등으로 이미 식량 위기가 발생한데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 같은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며 현재 수준의 식량 위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최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실화되고 있는 식량무기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30%, 옥수수 수출량의 15%, 해바라기씨 수출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겨울 밀, 보리, 귀리 등 곡물의 30%를 수확할 수 없고, 흑해 봉쇄로 곡물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올해 농지의 50%도 파종을 하지 못하고 있고, 많은 농민들이 전쟁에 참여하고 있으며, 농민들은 방탄복을 입고 파종을 하는 실정이라고 전해진다. 철도와 도로, 곡물저장소 등 곡물 수출기반시설도 상당부분 파괴돼 전쟁이 끝나더라도 농업 기반을 다시 구축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한 러시아는 흑해 주변 구 소련국가들로 이뤄진 유라시아(EAEU) 회원국들에게 밀, 보리, 호밀, 옥수수 등 농산물 수출 금지 지침을 내리고, 서방 진영을 압박하기 위해 ‘곡물수출 할당제’를 시행하는 등 식량무기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씨유 생산이 막힌 가운데, 전 세계 팜유 수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내수시장 안정을 이유로 팜유 수출을 중단하자 전 세계가 식용유 대란을 겪고 있다.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제한하면서 천연가스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무기질 비료가격이 유럽에서는 4배, 전 세계적으로 3배가 올라 올해는 물론 향후 2~3년간 농산물 단위당 수확량과 총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밀 수출량 세계 2위인 인도에서도 121년 만에 최악의 이른 폭염으로 올해 밀 수확량이 10%에서 많게는 5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하면서 공급량 부족을 인도산으로 대체하려던 기대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기초식량 자급기반 확보 급선무

이와 관련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식량무기화가 현실화 됐고,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큰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면서 “이 위기가 최소 3년 이상 이어질 것이므로 우리나라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높여서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주식이 쌀이기 때문에 식량위기에서 약간 벗어난 듯이 보이지만, 곡물자급률이 20%에 불과하고 소비량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라면서 “세계가 보호주의로 회귀하고, 전쟁과 기후 앞에서는 돈을 주고도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 기초식량은 국내에서 자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서는 우량농지 보전이 중요하다”며 “자급률 달성에 필요한 적정농지 면적을 산출, 전용을 억제하고 쌀을 중심으로 한 한국형 식생활을 지속적으로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곡물은 해외개발을 한다해도 전쟁이 나면 가져올 방도가 없어서 실패했다”면서 “기초 식량 자급률 확대 외에 수입선 다변화, 비축물량과 기간 연장 등을 중심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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