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11일 대전에서 열린 가운데 한돈 농가 관리위원들은 정부의 늑장승인과 일부 사업 예산의 일방적인 삭감·보류에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11일 대전에서 열린 제2차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한돈 농가 관리위원들은 정부의 늑장승인과 일부 사업 예산의 일방적인 삭감·보류에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 6개월 만에 승인 내며
요청보다 20여억원 ‘감액 칼날’

해외시장조사 전액 삭감
한돈나눔사업은 20%나 줄여 
현장밀착 실습교육 등도 ‘보류’

이견 조율 필요사업도 제동
“사사건건 발목, 소위 갑질” 지적

2022년도 한돈자조금 사업 예산과 관련 정부가 유례없이 늦은 5월 10일 일부 사업 예산을 삭감·보류한 채 승인했다. 공교롭게도 11일 2022년도 제2차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대전 유성호텔에서 예정돼 있었고, 이 자리에서 바뀐 사업예산을 처음 접한 농가 관리위원들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10일 오후 농림축산식품부는 한돈자조금관리위에 당초 사업 요구 예산(안)에서 주요 사업과 인건비 예산을 감액해 승인 통보했다. 지난해 11월 자조금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2022년도 자조금 사업 예산을 정부에 승인 요청한 뒤 6개월 만의 일이다.

시점이 늦어져 사업 차질이 우려됐던 가운데, 주요 사업 예산이 삭감되거나 보류됐다. 실제 해외시장조사사업(6000만원)은 전액 삭감됐고 한돈나눔사업은 당초보다 약 20% 줄어든 16억422만원만 승인됐다. 한돈농가 교육 및 교류지원사업과 축산환경 개선 연구용역사업도 각각 11.93%, 46.6% 줄어들었다. 이외 한돈인 간담회, 농가 정보 제공(정기 소식지 제작), 세미나 개최(양돈현안 국회 토론회) 지원 등도 감액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계속 진행돼 왔거나 한돈업계에선 산업 현안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돼지 FMD·열병(CSF·ASF) 박멸대책위원회 운영 △한돈전산관리시스템 운용 △현장밀착형 실습교육 등의 사업 예산은 5월 중순이 된 이제야 승인 보류가 내려졌다.

분야별로 보면 소비홍보 2억9000여만원, 유통구조 7700여만원, 교육·정보제공 16억1900여만원, 조사연구 3000만원 예산이 각각 감액·보류됐다. 전체적으론 2022년도 한돈자조금 사업 예산으로 376억여원을 요청했지만 20여억원이 감액됐고, 이 감액 예산은 정부의 수급안정예비비 등으로 돌렸다. 지난해 전체 자조금액 대비 예비비 비중이 31.1%였지만 올해엔 41.5%까지 확대된 것이다.

11일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정부 측 관리위원으로 참석한 박홍식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예산을 승인하기 전 공공기관에 준하는 지침에 맞게 분류 체계를 개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한돈은 물론 한우, 낙농, 가금 등 여러 축종이 있는 데다 자조금 집행 성격에 맞는지 검토하는 과정까지 거쳤다”며 “늦어지는 과정에서 시급한 사업 예산은 월별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 승인이 이례적으로 늦어져 사업 차질이 불가피한데다, 지속 사업으로 해왔고 당위성도 있는 사업을 일방적으로 승인 보류한 것에 대해 한돈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견 조율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 일방적으로 이날 보류 소식을 들은 한돈 농가 관리위원들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한 관리위원은 “한돈농가 관리 위원들은 (이번에 삭감되거나 보류된 사업 중) 수긍 못하는 내용이 많은데, 이견 조율 과정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게 합리적이냐”며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5월 중순에 와 예산 승인할 정도면 사업 지침 개정이나 구체적인 안 등에 대해 관리위원들도 정리를 할 시간을 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통 1분기에 돼지가격이 불안한데 자조금 승인이 늦어지면 1분기를 그냥 보내게 되니 그동안 농식품부에 예산 승인을 빨리해달라고 해 담당 사무관으로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답을 들었는데 지켜지기는커녕 오히려 사상 초유의 5월 예산 승인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리위원은 “29%의 정부 지원으로 이렇게 사업을 사사건건 발목 잡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관섭하고 있는데 굴욕감마저 든다”며 “자조금 지침에 맞게 정부가 지도 지침을 하면 됐지, 소위 갑질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돈산업 현안 새 정부에 건의

한돈 농가도 거리두기 보상 
수입 돼지고기 급증 대책 등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한한돈협회 2022년도 2차 이사회에선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한돈산업 현안에 대한 여러 건의 목소리도 들렸다. 무엇보다 3년 가까이 권역화에 묶여 있는 경기·강원 북부 농가들은 사료 환적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알리며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한 소상공인 지원처럼 한돈농가 보상 지원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입산 돼지고기에 대한 우려스러운 전망도 나왔다. 돼지고기 수입이 연간 40만톤을 넘어서면 국내산 돼지고기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해져 한돈산업이 어려워진다. 그런데 올해 4월까지 추세라면 연말까지 40만톤을 넘길 것으로 관측되고, 그렇게 될 경우 한돈의 적체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성에 제기됐다. 이외에도 △8대 방역시설 의무화 및 모돈이력제 재검토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 마련 △급등한 사룟값 지원책 등의 제언이 이어졌다.

손세희 한돈협회장은 “신임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취임과 함께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모돈이력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8대 방역시설 의무화 등), 축산법 개정 등의 정책 현안과 관련해 농가 목소리가 반영돼 전향적이고 상호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법이 모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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