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 신임 농식품부 장관, 여의도 농성장 방문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이승호 회장 농성 84일 만에
정 장관 ‘터놓고 협의’ 제안
“농가 불이익 정책 없을 것” 강조

인사 청문회 집중 포화
용도별가격차등제 도입 두고
‘농가소득 유지’ 전제 밝혀

정황근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이 지난 10일 만났다. 정부의 일방적인 낙농제도 개편에 반대하며 서울 여의도에서 농성한 지 84일 만이다. 그동안 정부와 낙농가들은 낙농제도 개편을 두고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던 만큼 이번 정 장관의 방문이 양측의 대화 재개에 물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농성장을 방문한 정황근 장관은 이승호 회장과 환담을 가진 자리에서 농성 장기화에 따른 이승호 회장의 건강을 염려하는 동시에 “낙농가들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정책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터놓고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승호 회장은 “바쁘실텐데 농성장을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낙농 문제는 장관께서 직접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정황근 장관에게 낙농가와의 소통을 통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해왔다.

실제 지난 6일 열린 당시 정황근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홍문표 국민의힘(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농식품부가 낙농가들이 견디기 힘든 대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낙농가들은 80일째 삭발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가 농성장을 한 번 방문하길 바란다”며 “장관이 압력을 넣어 낙농대책을 일방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낙농진흥회장이 사퇴까지 했다. 이 문제는 국회에 보고하고 처리하기로 (김현수) 장관이 약속했는데 국회를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낙농가와 협의해 대책을 다시 세우라”고 주문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 의원은 “용도별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농촌에 그나마 있는 낙농업계 청년들이 다 떠나게 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장관이 낙농가들과 소통해야 하며 농성장에 가서 대화를 꼭 해보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김선교 국민의힘(경기 여주·양평) 의원도 “정부는 낙농가들을 싸우듯 다루고 있다. 낙농가들은 정부안이 현재 유업체에게 쿼터 삭감, 유제품 수입의 모든 결정권을 주는 것이라며 무기한 농성을 하고 있다. 한 번 가서 소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당시 정황근 장관 후보자는 “여러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셨는데 걱정하지 않도록 낙농가와 소통하겠다”며 “낙농산업이 발전하고 낙농가들의 소득이 떨어지지 않는 전제 하에 대안을 만들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또 “유통 마진이나 다른 요소들은 잡지 않고 물가를 잡겠다고 낙농가를 잡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 용도별차등가격제를 무리하게 도입하기 위해 낙농진흥회까지 손댄 것 아니냐”(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지적에 정황근 장관 후보자는 “낙농산업과 관련해 물가와 연관 지어 검토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린다. 낙농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차원에서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낙농업계는 정황근 장관의 이번 방문이 정부-낙농가 간 대화 재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낙농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장관으로 취임해 낙농제도 개편을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답을 갖고 오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농성장에서 말한 대화 메시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향후 양측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부안만을 고집한다면 마찰이 불가피하다. 서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 낙농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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