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유병률·의료비용 높은 여성농
농작업 질환 검사비 90% 지원
11개 시·군서 시범사업 추진

선정된 지자체들도 재원 한정
1000명 선발 기준 등 미지수
홍보 부족, 모르는 여성농 많아
“모두 혜택 볼 수 있도록 힘써야”

현장 요구가 높은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제도가 윤석열 정부 농업분야 국정과제에 포함돼 여성농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으론 올해 처음 시행되는 여성농 특수건강검진 사업이 일부 시군에서만 시범사업으로 추진돼 대다수 여성농업인이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내년에는 본 사업으로 확대해 소외되는 여성농업인이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여성농업인이 남성농업인 또는 비농업인보다 유병률과 의료비용이 높은 특성을 고려해 농작업 질환 관련 특수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여성농업인의 근골격계 유병률은 70.7%로 남성농업인 55.1%, 비농업인 52.2%보다 유병률이 높으며, 여성농업인의 근골격계 의료비용 역시 125만5000원으로 남성 92만8000원, 비농업인 30만4000원보다 높은 편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지난달 26일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시범사업에 참여할 11개 시·군을 선정했다. 대상 지역은 9개 도 11개 시군으로 경기(김포시), 강원(홍천군), 충북(진천군), 충남(공주시), 전북(익산시·김제시), 전남(해남군), 경북(포항시), 경남(김해시·함안군), 제주(서귀포시)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3월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자체의 신청을 받았으며, 지자체 참여 의지, 검진대상자 사전접수 등을 판단해 최종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지자체로 선정된 전남 해남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는 한 여성농업인은 “밭에서 고구마를 심거나 수확할 때 반복적으로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굽히는 동작으로 인해 관절염, 허리통증 등을 앓고 있다”면서 “이 같은 질병을 미리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면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시군에 거주하는 만 51~70세 여성농업인은 누구나 지자체 담당 부서에 참여를 문의할 수 있으며, 검진비용의 90%를 정부가 지원한다. 검진항목은 근골격계, 심혈관계, 골절·손상위험도, 폐활량, 농약중독 등 5개 영역 10개 항목이다. 특수검진대상자로 선정된 여성농업인 중 일반건강검진 대상자인 짝수 연도에 태어난 사람은 일반건강검진과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함께 진행할 수 있으며, 홀수 연도에 태어난 사람은 특수건강검진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지자체에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사업에 선정됐더라도 신청 인원이 초과한 경우, 향후 추가재원을 마련할지에 대해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산이 한정된 시범사업의 특성상 아쉬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A지자체 관계자는 “여성농 특수건강검진 제도는 현장 요구가 높은 사업으로 선택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가 돼야 한다”라며 “우리처럼 선정되지 못한 지자체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B지자체 관계자는 “선정이 됐어도 신청한 인원 자체가 이미 1000명을 초과해 추가되는 인원을 어떻게 할지 검토 중이다”며 “지자체에서 추가 부담하더라도 인원을 전부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여성농업계는 여성농 특수건강검진 제도가 내년에는 본 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와 동시에 올해 한정된 재원으로 참여하지 못한 여성농업인이 소외되지 않도록 향후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여전히 특수건강검진 사업에 대해 모르는 여성농업인들도 많아 정책에 대한 홍보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숙원 한국여성농업인연합회 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특수건강검진을 시행하게 돼 기대가 크지만, 한편으론 적은 인원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아쉬움이 크다”면서 “내년에는 반드시 본 사업으로 확대돼 모든 여성농업인이 특수건강검진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정된 지자체는 도내 1000명의 여성농업인을 선정하게 될 건데,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에 대해서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특히 여전히 현장에는 특수건강검진 사업에 대해 모르는 여성농업인도 많기 때문에 더 많은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이 장기간의 준비 끝에 올해 처음 시행되는 사업인 만큼 향후 본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미란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은 “올해 제한된 재원으로 선정되지 못한 지자체의 아쉬움은 있겠지만, 여러 지역에서 의료기관을 선정해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올해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시범사업을 내실 있게 실시한 후 여러 유형의 개선점이나 장단점 등을 비교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농 특수건강검진 사업의 본 사업 전환을 위해 작년부터 준비해 왔으며, 협의가 마무리되면 예비타당성 조사만을 앞두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행정절차가 마무리되고 본 사업으로 전환돼 모든 여성농업인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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