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과수화상병이 수년간 지속해서 확산하며 과수 농가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과수화상병으로 사과 나무를 잘라내고 있는 모습으로, 현장에선 과수화상병 원인 규명과 더불어 보상 등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이 수년간 지속해서 확산하며 과수 농가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과수화상병으로 사과 나무를 잘라내고 있는 모습으로, 현장에선 과수화상병 원인 규명과 더불어 보상 등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과, 배 등 장미과 과수에 주로 발병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온 과수화상병이 올해 처음으로 이달 초 경기 안성 배 과수원에서 발병한 것이 확인되면서 과수 농가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과와 배 생산 현장은 올해 냉해 피해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안도하는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터진 과수화상병이 추가 확산 등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긴장하는 기색이다.

산지 분위기는

사과·배 생육 여건 양호 불구
갑작스레 안성 확진 ‘악재’ 덮쳐
“명확한 원인 규명·대책 없이
행정명령만 강행, 불안감 커져”

올해 4월 말까지 사과와 배 생산지는 예년과 달리 냉해 피해가 크지 않아 초기 생육 여건이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 많았다. 자재비 급등과 인력난 문제가 지속되고 있지만, 다행히 생육 여건이 나쁘지 않다는 안도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과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사과 생산 현장은 꽃이 만개돼 적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냉해 피해는 영하 3도 이하 기온이 2시간 이상 지속돼야 발생하는데, 올해는 영하 1도 이하가 거의 없어 꽃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안도했다.

배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화접이 끝난 상황인데, 올해는 화접이 잘 된 편이라고 들었다. 냉해와 관련해 큰 피해는 파악된 것이 없어 올해는 착과율이 좋을 것 같다”면서 “다만 인력 수급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인공수분 작업과 관련해서도 인력난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갑작스럽게 터진 과수화상병 발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지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과 관련 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사과 주산지인 안동, 청송까지 과수화상병이 확산돼 피해가 컸는데, 이제 시작인만큼 추가 확산 여부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올해는 설마했던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서 산지에서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추가 확산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과수화상병 발병 소식은 분명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의 배 생산 농가는 “과수화상병 문제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데, 명확한 발병 원인 규명과 방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로 행정명령 등 생산 현장의 부담과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장에서 바라는 점들은

사실상 국내선 ‘상재화’ 양상
확산 차단 초점 방제론 한계
보상과정 생산자 배제도 문제  
식물방역 ‘컨트롤타워’ 시급

수년간 지속되는 과수화상병 발병에 대해 생산 현장의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2015년 안성 지역에서 국내 처음 발생한 이후 과수화상병은 지난해까지 끈질기게 과수 농가를 괴롭히고 있다. 식물검역 당국이 발행한 ‘2020년 과수화상병 역학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5개도 15개 시군, 사과·배 과원 총 744과원(394.4ha)에서 발생했다. 전년(2019년) 대비 발생 과원수는 295%, 발생면적은 200% 증가했다. 과수화상병 발생 과원은 매몰처분 조치에 따라 3년 동안 폐원하게 된다. 2019년에는 보상비용이 300억원이 넘는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불러왔다.

이처럼 과수화상병이 사실상 국내에서 상재화되는 양상을 띠면서, 사후 확산 방지 차원의 방제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피해보상 제도 보완 요구들이 잇따르고 있다.

과수 단체의 관계자는 “2015년부터 국내에서 발생한 과수화상병이 여기저기에 퍼져 있는데, 겨울철 궤양목을 제거하는 수준으로 추가 확산을 막는 대책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관리가 될 수 있는 것인지 걱정된다”며 “국회에서도 과수화상병 원인 규명 및 관련 대책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민간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협의된 적은 없었고 대부분 정부 기관에서 결정해 왔는데 확산 차단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과 등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자가 채취보다는 대부분 수입산(중국산)을 쓰는데 수입산 꽃가루를 검증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 이를 담당하는 기관이 없다”며, 과수화상병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꽃가루 관리 문제 등을 지적했다.

한국배연합회는 지난해 10월 정부에 제출한 과수화상병 방제 및 피해보상 제도 개선 건의문에서 중앙방제협의회(보상단가 협의 등)에 생산자가 배제돼 있어 배 과수 특성 및 문제점에 대한 방안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발생 과원에 대한 폐원 기준 완화 △배 나무 잔존가치 현실화 통한 보상기준 및 보상가 조정 등을 요구했다.

생산 현장의 요구와 별도로,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9년 ‘과수화상병 방제 체계의 문제점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과수화상병 등 식물방제를 전담하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관계 부처간 협업체계의 효율성이 낮다. 농촌진흥청은 사전 예방약제 등록 및 살포와 예찰, 손실보상금 지급을,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발병원인을 밝히는 역학조사를 담당하고 있지만 식물 검역과 방제를 전담하는 총괄 전담조직은 농림축산식품부에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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