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코로나 시국 속 대외적으론 식량 주권 강화에 따른 국가 간 장벽이 쳐지고, 대내적으론 면역력 등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에다 집밥 소비도 증가하면서 국내산 가치를 인정받는 지표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주요 먹거리인 축산물을 봐도 지난 2년간 한우·한돈의 소비와 가격이 지지가 되는 등 안전하면서도 신선한 국내산 축산물이 선전했다. 닭고기 시장도 비슷해 국내산 닭고기업계의 대표 주자이자 종합식품기업으로 나가고 있는 (주)하림은 36년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직원 출신으로 하림 첫 수장이 된 정호석 대표이사는 “코로나 시국에 국내산과 프리미엄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다. 넘쳐나는 수입산에 맞서 하림은 앞으로도 식품 철학인 신선함, 품질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4월 1일 취임한 33년 ‘하림맨’ 정호석 대표이사를 29일 전북 익산 하림 본사에서 만났다.

코로나 악재 속 작년 ‘매출 1조’ 돌파 
모든 닭 사육과정 동물복지 인증
도계과정 100% 선순환 원칙 고수 등
하림 브랜드 가치·품질로 매출 신장


“얼마 전 한 외식업체가 치킨 원료를 수입 닭고기로 바꿨는데 한번 먹어봤죠. 첫맛은 달면서 짰고, 두 번째 먹었을 땐 비릿한 냄새가 났어요. 결국 세 번째엔 못 먹겠더라고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정호석 대표이사는 수입산으로 만든 치킨을 먹어본 소감을 전하며 하림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걷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하림의 매출 실적 흐름은 정 대표이사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지난 3년간 하림 매출 규모를 보면 2019년 8056억원의 매출액에 영업이익은 434억원 적자(영업이익률 –5.4%)였다가 2020년엔 매출액 8955억원에 영업이익은 61억원 흑자(영업이익률 0.68%)로 반등했고, 지난해엔 매출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1조871억원)하며 영업이익은 294억원(영업이익률 2.70%)까지 올라섰다. 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하림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이사는 “지금 닭고기 시장은 다 개방돼 있고, 수입산이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지만 결국 코로나로 건강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품질이 닭고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하림의 브랜드 가치와 함께 품질을 높게 산 게 매출 신장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육계협회가 2월에 국내산 닭고기 품질인증제도를 만들어 닭고기 시장에서 국내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하림은 모든 닭 사육과정에서 동물복지를 받았고, 닭이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 도계를 하며 도계과정에서 반출되는 것 없이 100% 선순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철학이 녹아든 다양한 고품질 먹거리 제품을 통해 수입산과 가격이 아닌 품질로 경쟁하겠다”고 강조했다. 

20년간 닭고기 가격 유지했는데도
‘담합 규정’에 억울하고 답답함 못감춰
법정에서라도 반드시 바로 잡히길


국내산과 고품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어나며 하림의 영업이익도 상승했지만 사실 하림을 비롯한 닭고기 계열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타 업계에 비해 매우 낮다. 아직 법적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행정지도에 의한 농축산물 수급조절 행위를 했다는 이들에게 닭고기 출하량과 가격을 담합했다며 다른 시선으로 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닭고기업계를 두 번 죽이게 하고 있다. 

정호석 대표이사는 “정부의 행정지도에 의한 수급조절은 차치하더라도, 최근에 국내산 등 품질에 대한 관심이 늘며 영업이익률이 올라섰지만 그 이전(공정위가 가격 담합을 했다고 본 10년)엔 0.3% 수준에 불과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들어가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제조업체나 식품업체 영업이익률이 5~8% 정도 된다”며 “우리는 영업이익률이 낮아도 하림 계약 농가에 대한 연평균 조수익을 꾸준히 올렸고(2021년 기준 2억2400만원), 소비자들에겐 20년간 큰 변화 없는 닭고기 가격을 유지하게 했는데 이를 담합으로 몰아 솔직히 너무 억울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2350여명의 임직원이 있고,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4000명이 넘는다. 여기에 계약 농가까지 있는데, 이들 모두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고, 의욕도 상실한 상태”라며 “이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법적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행위를 담합으로 보면, 이를 빌미로 수입산 닭고기도 더 봇물 터지듯 밀려들어올 것”이라며 “국내산 닭고기산업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라도 법정에서는 문제가 바로잡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호석 대표이사는 한  달 전 취임사에서 했던 약속을 재차 강조하며 생산자·소비자와 상생하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안전 경영’, ‘준법 경영’, ‘현장 경영’, ‘책임 경영’, ‘ESG 경영’을 강조했고 꼭 그것들을 지키겠다. 특히 33년 하림맨으로 현장을 누볐던 일들을 잊지 않고 현장에 답이 있다는 판단 하에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임직원들과 함께 농가와 소비자와 상생하는 정말 좋은 회사를 만들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호석 대표이사를 비롯한 하림 임직원들이 지난달 28일 ESG 경영을 위해 하림 본사 건물 주변에 편백나무를 심었다. 정 대표이사는 취임 일성으로 ‘안전 경영’, ‘준법 경영’, ‘현장 경영’, ‘책임 경영’, ‘ESG 경영’을 약속했다.
정호석 대표이사를 비롯한 하림 임직원들이 지난달 28일 ESG 경영을 위해 하림 본사 건물 주변에 편백나무를 심었다. 정 대표이사는 취임 일성으로 ‘안전 경영’, ‘준법 경영’, ‘현장 경영’, ‘책임 경영’, ‘ESG 경영’을 약속했다.

#지금 하림은 

지난 1986년 설립 후 대표 닭고기 업체로 성장
‘신선한 식재료’ 고집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

1978년 축산 불모지였던 국내에서의 양계업 운영을 기반으로 해 1986년 설립된 하림은 2022년 현재 누구나 알 듯 국내 닭고기산업을 대표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하림은 이제 이를 발판 삼아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려 한다. 첨가물을 넣지 않고 100% 물과 쌀로 지은 ‘순수한 밥(즉석밥)’, 닭고기 육수는 물론 채소 등 부재료까지 지역 농가에서 직접 키운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장인라면·짜장면’ 등의 신제품이 하림의 미래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식품의 본질은 자연에 있으며 신선한 식재료로 최고의 식품을 만든다’는 식품철학을 내세우는 하림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농가와 상생하는 걸 약점이 아닌 강점이자 경쟁력으로 삼으려 한다.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시점에 맞춰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고품질 제품으로 경쟁하겠다는 하림의 승부수가 닭고기업계를 넘어 국내산 재료 활용도가 미미한 전체 식품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김경욱 기자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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