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가 풀어야 할 친환경농업 주요 현안은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학교급식 만으론 판로 불안
소비시장 확대도 쉽지 않아
군대·취약계층 등에 도입해야

집적지구 규모·역량에 따라
단계별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과정’ 중심으로 인증제 개선을

탄소중립이 국가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농가, 생산자단체, 관련 산업 등 친환경농업계에선 친환경농업기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친환경농업 분야의 역할과 가치를 인정하고, 친환경농업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정책은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 없는 상태다. 때문에 국내 친환경농업에 대한 차기 정부의 인식과 정책 방향에 친환경농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우선 관심 가져야 할 친환경농업 분야 주요 현안을 짚어본다.
 

친환경농산물 공공급식 확대

2021년 기준,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 규모 약 1조9000억원 가운데 학교급식이 7400억원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시장의 39%를 학교급식이 담당할 만큼 학교급식 비중이 높은 상황으로, 친환경농가 입장에선 학교급식용 농산물 공급이 가장 안정적인 판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2020년 코로나19 초기 상황처럼 학교급식 운영이 불안정해질 경우 판로의 1/3이상이 막혀버려 친환경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국내 소비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친환경농업계에선 학교급식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대학, 군대, 취약계층 등에 대한 공공급식에도 친환경농산물 급식을 도입하는 친환경농산물 공공급식 체계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정리해 각 후보자 진영에 친환경농업 분야 공약으로 제안한 바 있으며, 윤석열 당선인도 농정 공약을 통해 군대와 학교 등 공공급식 단가를 인상, 국내산 친환경농산물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약속해 친환경농업계의 관심이 높아진 분위기다.
 

안정적인 생산기반 구축

국내 친환경농업 인증면적은 2020년 기준, 전체 농업면적의 5.2%에 불과한 실정이다. 2004년부터 이어진 ‘친환경농업지구’ 조성에도 불구, 지구 지정 시 연접성 등을 고려하지 않아 친환경 농가가 분산됐고, 농가에서 의도하지 않는 토양 오염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농약 비산 등에 의한 피해로 친환경인증이 취소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친환경농업 생산자단체에선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비의도적 오염 방지와 체계적인 농업환경 관리, 농작업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는 ‘친환경농업 집적지구’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친환경농업 집적지구 육성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에도 담긴 것으로, 기존 친환경농업지구 중에서 연접 면적, 주변 환경, 자원순환구조, 판로 확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 지정하고, ‘친환경농업기반구축사업’을 개편해 집적지구 규모와 역량별로 단계별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친환경농업계에선 집적지구 육성으로 친환경농산물 생산 규모화가 이뤄질 경우 안정적인 국내산 유기농원료 공급을 토대로 유기가공식품산업 육성도 가능해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유기가공식품산업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수출 확대로까지 연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친환경인증 제도 개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친환경농업 현장에선 농약이나 화학비료 사용 없이 농사를 지어도 친환경농산물로 인증 받지 못하거나 인증이 취소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친환경인증이 ‘결과’에 초점을 맞춘 탓에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작물을 키우더라도 인근 농지에서 뿌린 농약이 친환경 농지로 날아들거나, 비가 많이 내려 이웃 농가에서 살포한 농약이 친환경 농경지 땅속으로 스며드는 경우, 또 몇 십 년 전 뿌렸던 농약의 잔재 등 친환경 농가에서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의한 잔류 농약 검출에도 친환경농산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농업 선진국에서는 농가의 불가항력적인 부분을 고려해 잔류농약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인정하며 ‘유기적인 생산과정’만을 인증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친환경농가와 생산자단체에선 친환경농업 확대를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동등성 원칙에 기반 해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과정 중심’으로 친환경농산물 인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광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그동안 친환경농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기는 했지만 친환경농업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것이 현실”이라며 “친환경농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느 특정한 정책만이 아니라 생산부터 유통, 가공, 소비, 제도개선 등 여러 가지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차기 정부에선 이런 부분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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