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양조장협의회 ‘삭히다’ 김원호 회장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김원호 작는양조장협의회 ‘삭히다’ 회장(모월협동조합 대표)는 우리 농산물로 최고 품질의 전통주를 만드는 양조장들이 연대와 협업을 통해 각자의 목표를 이룰 수 있길 바랐다.
김원호 작은양조장협의회 ‘삭히다’ 회장(모월협동조합 대표)은 우리 농산물로 최고 품질의 전통주를 만드는 양조장들이 연대와 협업을 통해 각자의 목표를 이룰 수 있길 바랐다.

우리 농산물로 특산주 만드는
전국 28개 ‘작은 업체’들 활동

케케묵은 주류법 개정 목소리
병 디자인·공동구매 등 ‘합심’
각종 박람회 공동으로 참가도

“협업 원하는 업체 참여 기다려”

현재 전통주 열풍의 주역은 단연 규모가 작은 양조장들이다. 대중에게 외면 받아 돈벌이가 되지 않던 전통주를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상품을 개발하고 출시해왔던 노력들이 지금 전통주 열풍의 초석이 됐다. 

최근에는 작은 양조장들이 모여 연대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던 작은 양조장들이 협의회를 구성해 케케묵은 주세법을 현실성 있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개별로는 진행이 힘든 병 디자인과 공동구매 등을 추진하고 있다. 

“50여개의 대형 업체가 주도하는 국내 주류시장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규모가 작은 양조장들은 정부나 협회에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았고, 대부분 대형 양조장 위주로 정책의 방향이 설정됐어요. 그래서 작은 양조장들이 목소리를 내고 개별로는 불가능한 일들을 함께 하기 위해 협의회를 만들었습니다.” 

작은양조장협의회 ‘삭히다’(회장 김원호)는 지난 2020년 4월 15개 작은 양조장들로 구성돼 출범했다. 당시 전국의 작은 양조장들 사이에서 정부에 목소리를 내고 대형업체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막걸리 전문 교육기관인 ‘막걸리학교’의 졸업생을 중심으로 협의회가 구성됐다. 현재는 우리 농산물을 사용해 지역특산주를 만드는 전국의 28개의 작은 양조장과 소규모 주류제조업체(식당 내 판매 목적)가 협의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삭히다’의 활동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알차다. 코로나19와 바쁜 양조장 일 때문에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매월 첫 번째 월요일 저녁 9시에 영상 모임을 통해 주요 사안에 대해 토론하고, 더 나아가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한다. 업계에 새로 진입하는 작은 양조장들은 정례 영상 모임을 통해 인맥을 소개받거나 주조설비 등에 대한 조언을 듣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세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김원호 회장에 따르면 현행 주세법은 기준이 오래되고 실상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전통주 특례법도 현실과 맞지 않아 적용업체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같은 법으로 인해 오히려 양질의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는 업체들은 줄어들고, 저렴한 외국 농산물을 사용하는 업체가 이익을 보는 형태로 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원호 회장은 우리 농산물을 더 많이 사용하는 양조장이 혜택을 받도록 관련법이 개정돼야 하고, 협의회 차원에서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서로 도움이 되고 있다. 김원호 회장에 따르면 각종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선 부스당 300만원이 소요된다. 인원과 금전적인 여유가 부족한 작은 양조장 입장에선 박람회에 참석하는 게 ‘그림의 떡’이기만 하다. 따라서 협의회에서 공동으로 부스를 여러 개 신청해 공동으로 전시와 판촉행사를 벌이면 작은 양조장 입장에서는 금액도 절감하고, 판촉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오늘 5월에 개최되는 막걸리 축제에 해당 형태로 지역특산주 전시에 나설 계획이라는 게 김원호 대표의 설명이다.

또 술을 담는 주병을 공동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김원호 대표에 따르면 보통 술을 담는 주병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데 까지 1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양조장 개별로는 주병을 제작하기 힘들지만 협의회를 통해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공동주문하면 트렌디한 주병을 부담 없는 가격에 제작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우리 땅에서 자라고 수확한 농산물로 최고 품질의 전통주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같이 협업을 통해 각자가 그리는 최종 목표에 낙오 없이 도달했으면 좋겠다”며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고 협업하고 싶은 작은 양조장들의 참여를 기다린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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