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한국농어민신문] 

농진원 활용 지식·지술 공유하고
농진청 다양한 데이터 바탕으로
농산업 확장, 새 부가가치 창출을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토양정보시스템(흙토람 http://soil.rda.go.kr)에는 토양 특성, 농작물 재배적지, 물과 비료 사용량 처방 등 다양한 데이터가 쌓여 있다.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 농경지 토양을 과학적으로 조사·분석한 자료를 축적해온 것이며, 지난 2월 국가농경지 환경자원 데이터 센터(국가참조표준데이터센터) 지정을 받았다. 토양환경 정보를 국가표준 데이터로 수집·생산하고 이를 국민과 농업인에게 서비스하게 된 것인데, 이는 정책뿐 아니라 산업적 확장 기반을 닦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토양 정보에 농작물 생육 관측정보, 기상, 기후에 따른 생태변화, 농촌공간, 농촌사회 서비스 등의 데이터가 연결된다면 영농의사결정뿐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다양한 산업 창출이 가능하다. 농림축산식품부(2021)에 따르면, 농산물·자연·문화 등 유·무형 자원을 활용해 제조업, 서비스업과 결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촌융복합산업의 경우 약 10만4000여 개 경영체에 32만7000명이 종사하며 전체 매출액은 23조2564억원에 달한다. 작물 재배와 시설 등을 디지털 기술로 관리하는 스마트농업의 세계 시장은 2020년 135억 달러에서 2025년 220억 달러(연 매출성장 9.8%)로 성장이 기대된다.

이제 농업은 작물재배나 가축사육에 머물지 않는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농업인이 농사에 활용하는 기술 서비스 외에도, 보유한 특허를 사업체에 기술 이전해 농업지식과 기술에 기반 한 산업을 촉진한다. 그동안 기술이전 비율(국유특허 지식재산권 실용화율)은 2015년 35.3%에서 2021년 44.9%로 성장했다(농촌진흥청, 2021). 그렇다면 전체 산업에서 농업분야 사업체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떠할까?

산업별 창업 사례 8769개에 대한 분석결과(통계청, 2019), 농림어업은 0.32%로 비중이 매우 적다. 그러나 2010년 대비 2020년 산업별 창업기업 수 증가율은 전문, 과학, 기술서비스업(185.1%)에 이어 농림어업이 135.6%로 높다. 전 산업 119.1%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사업체의 지역분포를 보면 비수도권(경기 제외한 8개 도) 비율이 2016년 28.6%에서 2021년 25.8%로 줄어들어 수도권 쏠림이 크다. 농림어업 역시 79.5%에서 2021년 77.3%로 감소했으나, 유일하게 비수도권에 집중 분포한다. 즉, 지역의 인구소멸 위험으로 균형발전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즈음 농산업으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농림어업 사업체 중 지식재산권 보유는 3.5%로 전체 평균(5.5%)보다 낮다. 기술을 이전받아 창업한 비율도 4.7%로 전체 평균(8.6%)보다 낮으며,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13.5%)의 1/3 수준이다. 연구개발비도 0.1%로 전체 평균(0.8%)보다 낮다. 그렇다면 농림어업분야 사업체들의 특징이나 애로사항은 무엇일까?

창업 준비 기간은 농림어업이 13.5개월(전체 평균 7.9개월)로, 창업조건 마련과 기술습득에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된다. 창업 장애요인으로는 자금 확보(60.6%), 지식·능력·경험 부족(34.5%), 실패 및 재기에 대한 두려움(37.5%), 창업성공 시까지 경제활동 문제(29.9%), 지인의 만류(6.7%)가 전체 평균보다 높다. 준비기간이 길다는 것은 지식과 기술습득이 중요한 성공요인임을 역으로 보여준다. 다만 지인의 만류가 높다는 것은 농업분야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창업 후 손익분기점 도달 기간을 보면,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은 2년 내 47.3%가 도달하는데 반해 농림어업은 15.0%이다. 그러나 당기 순이익은 4550만원(2019)으로 전 산업(2620만원)보다 높고, 매출 대비 순이익 비중도 6.2%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4.1%)이나 전체 평균(3.8%)보다 높다. 창업동기 면에서도 ‘높은 소득 얻고자(64.2%)’, ‘생계유지 위해(68.1%)’가 산업 전체에서 높은 편이다. 그러므로 사업체 운영 기간을 장기적으로 설계한다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연령(2021)을 보면 대표는 평균 55.3세, 종사자는 30대 이하 18.4%, 50대 이상 50.5%로 전 산업 평균(대표 51.2세, 30대 이하 36.1%, 50대 이상 36.8%)보다 많다. 업무별 인력구성(2018)을 보면 경영관리직 17.3%(전 산업 35.9), 연구개발 0.8%(전 산업 3.0), 기능생산직 49.8%(전 산업 17.8), 단순노무직 17.6%(전 산업 13.9)다. 대체로 생산기능에 집중하고 있어, 앞으로 지식과 기술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농산업의 가능성과 확장을 위해서는, 먼저 산업연관 분석을 해야 한다. 융복합산업, 농업 데이터에 기반 한 스마트산업 등을 농업이라는 산업 범위에 담을 수 있을까? 농업분야 창업에 대한 시각을 넓혀야 한다. 둘째, 사업체 유형을 세분해서 보자. 농업회사법인, 영농조합법인 외에도 다양한 사업체의 진입 경로와 성장단계별 지원정책을 재설계하자. 셋째, 기술이전에 대한 실패 경험 지원, 연구개발 지원 등이 필요하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활용해서 지식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농촌진흥청의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농업은 이 부문에 매우 풍부한 자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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