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월 지수 전월비 0.4% 상승
15개월 연속 상승세 반면
농산물은 설 이후 수요 위축
전월대비 7.4%나 떨어져
물가지수 하락요인으로 작용


국내 생산자물가지수가 2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 인상의 여파로 가격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는 공산품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수산물 가격은 설 이후 수요 위축으로 하락폭이 커져 오히려 물가지수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대비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3월 23일 발표한 ‘2022년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4.82(2015년 100기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1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전월(올해 1월) 대비 0.4% 상승했고, 전년 동월(지난해 2월)보다는 8.4% 올랐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통계로, 매월 발표한다. 조사대상 품목은 891개인데, 농림수산품 71개, 광산품 6개, 공산품 696개,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14개, 서비스 104개다. 이 중 농수산물은 도매시장 경락가격 또는 유통가격을 조사한다.

2월 생산자물가지수의 가장 특징은 국제 유가 가격 인상으로 공산품의 가격 상승요인이 두드러진 반면 농수산물 가격은 오히려 물가지수를 내리는 쪽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공산품은 전월 대비 1.1%, 전년 동월 대비 14% 상승했다. 특히 석탄 및 석유제품의 경우 전월 대비 8.1% 증가, 전년 동월 대비해 59.6%나 올랐다. 상대적으로 농림수산품은 전월 대비 5.1%, 전년 동월 대비 6.6% 각각 떨어졌다.

농림수산품 중 특히 농산물의 하락 폭이 컸는데, 전월 대비 -7.4%, 전년 동월 대비 –14.2%를 기록했다. 딸기(전월 대비 –44.7%), 사과(-16.2%), 양파(전년 동월 대비 –70.6%), 파(전년 동월 대비 –70.2%) 등의 가격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축산물은 전월 대비 –4%, 전년 동월 대비 3.3%, 수산물은 전월 대비 –1.5%, 전년 동월 대비 –2.3%를 각각 나타냈다.

농림수산품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한국은행은 설 이후 수요 감소 영향이라고 봤다. 실제로 올해 설날(2월 1일) 이후 농산물 소비가 위축되는 신호들이 심심찮게 감지돼 왔다. 대목 특수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제수용품 선물세트 수요로 대거 집중되면서, 설 이후 일부 과일과 엽채류의 소비 부진이 나타나 도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본보 2022년 2월 22일자 6면 ‘설 명절 후유증’ 앓는 농산물값 기사 참조

심지어 일부 채소류는 공급 물량이 줄었는데도 가격이 떨어지는 이례적인 현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수도권에서 엽채류 재배를 하고 있는 황성태 씨(한국농업경영인서울시연합회 부회장)는 “외국인 근로자 인력 수급이 어려워 재배면적을 줄여 물량이 많이 감소한 품목도 시세가 좋지 않다. 소비 부진 문제가 큰 것인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영농 계획을 세우기도 힘들어지고 있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편 계절적 요인이나 외부충격에 따른 변동성을 뺀 근원물가지수(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상황이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04.22(2020년 100기준)로, 전월(2022년 2월) 대비 0.4%, 전년 동월(2021년 2월) 대비 3.2% 각각 상승했다. 근원물가지수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이를 기준으로 통화 및 물가 정책을 조율하고 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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