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산지 공급물량 많지 않은데도
최근 2주 사이 이례적 미끄럼

청양고추 도매가격이 최근 2주 사이 폭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산지 공급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례적인 하락 현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3월 둘째 주부터 일일 확진자가 30만명 이상 급증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소비 둔화 영향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1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청양고추(10㎏상자·상품) 경매가격(평균가)은 3만2818원. 현재 시세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가격대(3월 14일 2만9218원) 수준이다. 최근 5년간 같은 기간 시세(2021년도 6만3963원·2020년도 5만4749원·2019년도 5만651원·2018년도 4만2779원)를 비교해 봐도 가장 낮다. 시세가 좋았던 지난해보다는 ‘반토막’이 난 상황이며, 평년에 비해서도 60~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시세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3월 1일 6만1063원, 3일 7만2837원, 4일 8만1120원까지 올랐는데, 둘째 주인 7일을 기점으로 하락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7일 5만5430원, 10일 4만2710원, 11일 3만7936원으로 떨어졌고, 셋째 주인 14일은 2만9218원까지 폭락했다. 이후 16일 4만556원으로 잠시 반등했지만, 18일 3만6535원, 19일 3만4444원으로 3만원대 초반의 낮은 시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산지 관계자들과 농업 관측 기관에 따르면 산지 공급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인데도, 이례적인 가격 폭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월 관측자료에서 청양고추 3월 출하량이 전년 대비 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출하면적은 전년 대비 2% 감소했으나 단수가 전년 대비 8% 증가할 것이란 예측인데,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산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남 밀양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생산 농가는 “고추 농가가 줄고 재배면적도 줄어든 상황에서 단수가 조금 늘어난다고 해도, 현재 물량은 지난해보다 적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체감되고 있다”며 “공급 물량이 적으면 시세가 좋아야 하는게 정상적인데, 최근 시세가 좋지 않아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폭락의 주된 원인으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에 따른 소비 부진 심화를 꼽고 있다. 특히 청양고추의 경우 가정 소비보다 고깃집, 횟집 등 식당 수요가 많고, 배달 수요 증가에도 기본반찬 구성이 아니다보니 큰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락시장 도매법인인 중앙청과 박청환 채소2팀 팀장은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은 최근 오미크론 확산으로 소비 부진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며 “또 3월 중순은 출하 물량이 늘어날 시점이기도 해서 시세가 주춤하는 측면이 있다. 지금 시세가 바닥세인데, 향후 시세는 현재 가격 기준으로 보합세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김원태 농경연 농업관측센터 과일과채관측팀장은 “3월 출하 물량은 그렇게 늘지 않았고, 시세 부진의 원인은 3월 둘째주부터 오미크론 확진이 30만명 이상 급증함에 따라 소비 둔화가 심각해지는 영향으로 봐야 한다”며 “대형마트에서도 행사를 해도 잘 나가지 않는 분위기이고, 중간 유통인들이 코로나 확진으로 물량 분산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배달 수요도 늘어났지만, 청양고추 경우는 큰 수혜를 입지 못하는 것 같다. 다만 청양고추 시세는 현재가 바닥세로 보여지고, 향후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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