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잦은 비·일조량 부족 이상기후
인력난 등에 폐업 증가
염전면적 감소생산량 줄어
재고 부족 2년 이상 상승 전망

전체 생산비서 차지하는 비중
1~2%→10%까지 수직 상승  
김치업계 해수부에 대책 촉구


국내 김치 제조업체들이 천일염 가격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상기후에 염전 면적 감소까지 더해져 천일염 가격은 지난해보다 40% 상승한 상태다. 더욱이 천일염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고,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물가협회가 조사한 물가동향을 살펴보면 올 3월 천일염 20kg 기준 도매가격은 3만3200원으로, 지난해 9월 2만3700원에 비해 9500원(40%)이 상승했다. 산지가격의 상승폭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신안군 도초면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A 씨에 따르면 올해 천일염 산지가격은 20kg 기준 2만2000원이다. 2019년만 하더라도 천일염 산지 가격은 3000~4000원 가량이었지만 불과 3년에 걸쳐 약 7배가 상승했고, 재고 부족으로 향후 2년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천일염 가격 상승으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곳은 김치업계다. 전남에서 김치업체를 운영하는 정병준 북하특품사업단 대표에 따르면 김치 전체 생산비에서 천일염이 차지하는 비중은 1~2% 남짓이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 후로 전체 생산비의 10%로 비중이 커지자 김치업체들의 고민이 큰 상황이다. 

정병준 대표는 “천일염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정제염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아삭한 맛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선 비싸더라도 천일염을 사용하는 게 낫다”며 “간수를 빼기 위해 최소 1년에 걸쳐 보관하는 특성 상 한 번 구매할 때 대량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천일염 가격이 대폭 상승하면 김치 업체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일염 가격 상승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건 이상기후다. 2020년 이상기후 발생으로 인해 소금을 생산하는 3~10월 사이에 비가 끊이지 않았고, 일조량도 부족해 생산량이 크게 떨어졌다. 실제 기상청의 강수량 분석을 살펴보면 인접한 진도군 기준 2020년 5월 강수량은 212.9mm, 6월 324.3mm, 7월 320.2mm, 10월 309.1mm로 생산 시기에 끊임없이 비가 내렸다. 이에 더해 지난해 7월에는 551.9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천일염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염전을 운영하는 A 씨는 “염전 가동시기가 3월에서 10월까지인데 이 사이에 비가 많이 오거나 일조량이 충분하지 못하면 생산량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2020년과 2021년에 기록적인 폭우와 일조량 감소로 산지 생산량이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은 천일염 가격이 이어지고, 노동력도 부족해 폐업을 선택한 염전 농가들이 증가해 염전의 개소와 면적도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도 천일염 생산량 감소의 요인 중 하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가용염전은 2017년 1062개소에서 2021년 909개소로 153개소(14,4%)가 감소했다. 가용 면적도 2017년 4618ha에서 2021년 3459ha로 1159ha(25%)가 줄었다. 이 같은 이상기후와 가용 염전 및 면적 감소로 인해 천일염 생산량은 2017년 30만8844톤, 2018년 28만2590톤, 2019년 26만1970톤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2020년 17만6247만톤으로 2017년 대비 42% 급감했다.

이에 대한민국김치협회는 김치업체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수부에 수급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신안군에 공동구매를 추진했다. 하지만 여전히 뾰족한 수급 대책을 찾지 못했고 적절한 가격 절충점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김치협회 관계자는 “김치업체가 배추 10톤을 절일 때 천일염이 약 50포가 들어가는데 이처럼 김치 제조에 투입되는 천일염의 단위가 크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면 김치 업체의 부담도 커진다”라며 “정부에서 하루빨리 천일염 가격 상승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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