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레토르트 이어 기준·규격 마련
육계업계 “환영” 뜻 밝혀

AI 발생 시 수출중단 조건 탓
삼계탕 수출 쉽지 않아
일부 수출업체 사업포기도

일·미와 검역조건에는 없어
“정부 검역·위생조건 개정 시급” 

한국에서 만든 냉동 삼계탕을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와 관련 육계업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 여부가 삼계탕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정부가 AI 여부에 상관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중국과 검역·위생조건 개정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에 따르면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 ‘냉동 곡류 및 조제식품’에 가금육에 대한 기준·규격이 신설돼 지난 3월 7일부터 시행되면서 국내에서 제조한 냉동 삼계탕이 지난 7일부터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양국 간 협의를 통해 2016년부터 국산 삼계탕을 중국에 수출했지만 냉동 삼계탕은 수출을 적용할 수 있는 기준·규격이 없어 레토르트 삼계탕에 한정해 수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중국 삼계탕 수출물량은 약 38톤(2019년 기준), 수출액은 117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냉동 삼계탕이 수출될 수 있도록 한·중 식품기준전문가협의회에서 수년간 논의했고 지난해 9월에 규정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식품 안전 기준 관련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국외 기관과 교류·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냉동 삼계탕의 중국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육계업계는 삼계탕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육계업계 관계자는 “닭고기 수출업체들은 그동안 냉동 삼계탕이 중국에 수출될 수 있도록 요구해왔다”며 “이번 조치로 중국 수출 길에 오를 수 있는 삼계탕 수출 품목이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냉동 삼계탕 수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국 간 협의가 마무리 된 부분은 환영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는 AI로 인해 대중국 수출 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AI 발생 시 수출을 중단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다.

실제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검역·위생 조건 제5조에 따르면 대중국 수출용 삼계탕의 원료로 사용하는 닭고기의 요건 중 하나로 뉴캣슬병(ND)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로 인한 제한 구역이 아닌 지역에서 유래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12조에는 한국 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뉴캣슬병 또는 오염사건 발생 시 관련 지역에서 생산되는 삼계탕의 중국 수출을 중단하고 전염병 혹은 오염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후 수출 재개를 희망할 경우 중국 측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같은 검역·위생 조건으로 삼계탕 수출 물량은 사실상 전무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식품 수출정보 중 삼계탕 수출물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1만7592㎏(6만9260달러)의 삼계탕만 중국으로 향했다. 이는 대중국 수출협상을 시작한지 10년 만에 삼계탕 첫 수출이 이뤄진 2016년 물량(18만9632㎏·84만7536달러)의 9.2%에 불과하다. 올해 2월까지 삼계탕 수출물량은 0이다.

삼계탕 수출업체들은 현재 수출용 삼계탕이 열처리된 레토르트 제품이기 때문에 AI 발생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중국과의 협정에 이 조건이 포함되면서 AI 발생 때마다 삼계탕 수출 길이 막힌다고 호소하고 있다. 일본·미국과 체결한 검역조건에는 이 조항이 없다.

삼계탕 수출업계 관계자는 “냉동 삼계탕 수출 길이 열린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매년 발생하는 AI 때문에 삼계탕을 수출하기 어렵다. AI가 종식돼 청정국 지위를 확보해도 중국 정부가 빗장을 풀어주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우리가 대중국 삼계탕 수출사업을 포기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첫 삼계탕 수출이 이뤄졌을 당시 정부가 대대적으로 지원했고 안테나숍을 만드는 등 수출업체들도 적극 나섰다”며 “하지만 AI가 발목을 잡으면서 중국 내 수입·유통업체들은 물론 우리도 안정적인 공급을 하지 못하면서 수출에 한계를 느꼈다. 정부가 미국과 일본처럼 AI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삼계탕을 수출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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