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봄나물을 비롯한 엽채류 시세가 유독 강세를 띠고 있다. 가격 급등 현상의 표면적인 인과관계로 꼽히는 부분은 산지 공급여건 문제. 하지만 여기에는 최근 농업 분야의 녹록하지 않은 두 가지 현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것. 현상의 이면에 ‘역대급’ 겨울 가뭄·2월 말 한파 등 이상기후 문제, 인력난 심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달래·냉이 등 나물 가격 급등에
일부 엽채류도 전년비 2배 ‘쑥’

봄나물·엽채류 시세 ‘급등’=지난 2월 25일부터 3월 7일 열흘간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봄나물을 비롯한 엽채류 시세는 예년보다 높았고, 일부 품목은 2배 이상 급등했다. 

대표적인 봄나물인 달래(8kg·상품)의 도매가격은 10만원대를 넘어섰다. 2월 25일 9만4468원·26일 9만7993원에 이어 3월 들어 4일 9만9890원·5일 11만4802원·7일 10만1175원에 거래됐다. 2021년 6만~7만원대·2020년 7만원대 중반 시세보다 30% 오른 셈이다. 냉이(4kg·상품)도 5만원대 초중반으로, 전년 4만원대·2020년 2만원대를 상회하고 있다.

가격 상승폭이 2배나 뛴 품목도 있다. 봄동배추(15kg 상자·상품)는 올해 4만~5만원대로, 지난해 2만원대와 차이가 크다. 미나리(4kg·상품)도 2월 말~3월 초 2만원대를 유지, 평년보다 2배 정도 올랐다. 쑥갓(4kg 상자·상품)도 5일 1만7093원·7일 1만3990원으로 전년(5000원대)보다 높고, 참나물(4kg·상품)도 7일 1만3108원으로 예년(5000~6000원대)보다 강세다.

시금치와 열무 등 엽채류도 좋은 시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시금치(4kg 상자·상품)는 3월 1일 2만5256원· 2일 2만5139원·5일 1만5747원·7일 1만4970원으로 하향세인데, 2018~2020년 6000~7000원대보다는 높다. 열무(1.5kg단·상품)도 3월 5일 4526원·7일 3985원으로, 전년 동기(1600~1800원대) 시세를 크게 웃돌고 있다.

남부지방 ‘역대급’ 겨울 가뭄
2월말 한파로 나물 물량 급감
엽채류, 반사이익으로 값 올라
‘인력난’ 시설채소 축소 영향도

▲이면에는 이상기후와 인력난 여파=봄나물 품목 시세가 전반적으로 ‘동반 급등’한 것이 이례적인 데다 일부 엽채류 품목도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요 영향도 일부 있지만, 주된 원인은 산지 공급 여건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여기에는 최근 농업 분야의 주요 이슈인 두 가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첫 번째가 봄철 노지작물의 주산지인 경상·전라권 등 남부지방에 ‘역대급’ 겨울 가뭄, 2월 말 한파 등 이상기후 여파가 미쳤다는 것이다. 신안군 비금도와 도초도에서 생산되는 시금치(섬초) 물량은 겨울 가뭄 영향으로 2월 중순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0% 감소했으며, 달래의 경우도 가락시장 반입량이 11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0톤)에 비해 64% 줄어드는 등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지작물 물량 부족과 이로 인해 수요 증가에 따른 엽채류 시세 반등 효과가 있었다는 얘기다. 남해에서 시금치를 재배하는 최경진 한국농업경영인남해군연합회장은 “이 시기에는 시금치 가격이 떨어질 때인데, 평년보다 좋은 시세가 꽤 유지되고 있다. 날씨가 가물어 다른 노지채소들이 나오지 못하는 반사이익을 보는 것 같다. 겨울 가뭄 영향으로 주요 노지작물의 피해 소식이 많이 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엽채류 등 시설채소 농가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인력난 문제다. 중부지방 시설채소의 경우 이번 겨울 기상 영향보다 인력난에 따른 영농 규모(수확 물량)를 축소한 곳들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 근교에서 쌈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황성태 한국농업경영인서울시연합회 부회장은 “이 시기가 작목 전환기이기 때문에 쌈채소, 엽채류 물량이 적은 측면이 있고, 무엇보다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확을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영농 규모를 줄인 농가들이 많다. 출하를 늦추거나 작업을 하지 못한 물량들이 많아 시세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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