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유통학회 동계학술대회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사과의 당도(맛)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시식보다 더 소비자들의 지불의사가격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판매 과일의 ‘당도’ 표시를 하고 있는 서울의 마트(SSM) 매장.
사과의 당도(맛)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시식보다 더 소비자들의 지불의사가격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판매 과일의 ‘당도’ 표시를 하고 있는 서울의 마트(SSM) 매장.

색깔·모양 등으로 고르지만
맛 관련 정보 제공 없는 탓

색깔 좋지 않은 상품이라도
고당도 정보 제공했더니
시식보다 지불의사가격 높아

‘맛 중심’ 생산유통체계 전환
생산자 수취가격 상승 가능

‘브릭스(Brix)’는 흔히 과일의 당도를 표현할 때 쓰인다. 사과 당도가 15브릭스라고 하면 사과 100g당 15g의 당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최근 당도 등 맛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다 보니, 과일 경매 시 당도 측정기를 들고 다니며 과일을 구매하는 유통인도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맛(당도) 정보를 제공하면 농산물 가격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온라인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한국식품유통학회 2021 동계학술대회에서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 줄만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경북대학교 연구팀(유양형·김세혁·김태균)이 발표한 ‘실험경매법을 이용한 사과 맛 정보의 소비자 가치 측정’ 연구결과다. 실험에 참여한 소비자들에게 사과 맛(당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 정보가 지불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것이다. 

 

‘맛’을 원하지만 ‘모양’으로 고른다?

실제 소비자들은 ‘맛’있는 과일을 원하지만 실제 구매단계에서는 색깔이나 모양, 크기 등을 보고 고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팀은 “국내 사과 소비자의 소비행태와 선호도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는 사과 구입 시 맛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맛에 따른 가격지불을 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사과 소비시장은 맛에 대한 정보 제공 없이 사과의 색깔과 크기에 따른 선별 및 가격 설정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현실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색깔 중심으로 사과를 선별하고 유통하는 관행은 생산비 증가와 소비자 효용감소라는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

연구팀은 다른 논문을 인용해 “착색을 위한 적엽 등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만 오히려 당도 등 맛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 이러한 고품질 사과 생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사과 구매 시 불만사항으로 ‘맛없음’과 ‘당도개선’이 주요 요구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사과 맛을 높이기 위한 많은 연구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에서는 맛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색깔 중심의 자원배분이 일어나고 맛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개선되기 어렵다는 게 이번 연구 배경이다. 

 

‘맛 정보’ 제공하면 지불의향↑

연구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해 실제 시장과 유사한 모의시장을 만들고, 색깔이 좋은 상품과 좋지 않은 상품, 시식이 가능한 상품과 당도 정보를 제공한 상품 등으로 나눠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실험결과 사과의 맛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색깔이 사과 맛을 대변하는 기능이 사라지고, 맛에 따라 사과 가격이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실험결과 현재 유통기준으로 색깔이 좋지 않은 사과의 경우에도 고당도(15Brix)라는 사과 맛 정보를 제공한 결과 지불의사가격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색깔이 좋지 않은 사과의 지불의사가격이 2981원(0.75kg기준)이었다면 고당도(15Brix) 사과를 ‘시식’ 했을 때 지불의사가격이 3821원으로 840원 높아졌고, ‘당도정보’를 제공한 경우 지불의사가격이 4180원으로 1199원 높아졌다. 

또한 착색이 좋은 사과라도 ‘시식’이나 ‘당도 정보’를 제공했을 때 지불의사가격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색깔이 좋은 상품도 맛 정보 제공 필요성이 있고, 맛 정보 제공을 통해 높은 수취가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당도 표시, 소비자 효용 높일 것

연구팀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과 맛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과 맛 중심의 생산유통체계로 전환이 가능하다”면서 “사과 생산자는 색깔보다 사과 맛 향상에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생산비를 절감하면서 맛 좋은 사과 생산이 가능하고, 소비자는 맛 정보의 제공으로 품질 불만족이 줄어 소비자 효용도 증가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정보제공 방법으로는 ‘시식’이 맛 분별 능력은 높으나, 정보제공 비용 등을 감안하면 ‘당도 정보’ 제공이 현실적이나, 소비자가 당도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차별성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나 생산자와 소비 시장의 협력을 통해 ‘당도 정보’에 대한 소비자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농산물유통센터(APC)의 시설상 기계적으로 쉽게 측정이 가능해 정보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단맛 중심의 정보제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면서 “그러나 사과의 맛과 품질에는 다양한 속성들이 관련돼 있어 향후 사과의 단맛 이외에도 다양한 정보의 가공방법과 효율적 제공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맺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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