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치솟는 생산비와 질병 확산, 각종 규제 등으로 산란계 농가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양계 현장에선 계란값이 올라야 하고 정부에선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작 정부는 계란값 누르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강원도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계란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치솟는 생산비와 질병 확산, 각종 규제 등으로 산란계 농가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양계 현장에선 계란값이 올라야 하고 정부에선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작 정부는 계란값 누르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강원도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계란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생산비 상승·호흡기질환 확산
노계 생산성 저하 맞물려
수급 좋지 않아할인 불가

“계란가격 인상돼야 숨통” 
농가 아우성 아랑곳없이
정부는 계란값 잡기 급급

“무조건 올리자는 게 아니라 지금은 계란값이 올라야 합니다. 정부는 ‘청와대 경제수석은 계란수석’이라는 둥 산지 상황은 외면한 채 산지나 유통단계에서의 지원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격만 억누르고 있습니다.” 양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 전언처럼 사룟값, 인건비, 유류비 등 치솟는 생산비와 확산하는 닭 호흡기 질환, 노계 위주에 따른 생산성 저하 등이 맞물려 산란계 농가들이 상당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농가들은 각종 규제에 따라 시설 투자비도 올라, 계란값이라도 인상돼야 버틸 수 있다고 하소연하지만, 정부에선 오히려 계란값을 누르고 있어 계란 농가와 유통인들이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

산란계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빠져야 할 노계가 100만수가량 나가지 못했다. 상인들이 산지에 노계라도 더 잡고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계란 수급이 원활치 않았기 때문이다. 산란계 현장에선 현재 고병원성 AI는 물론 환절기와 환기 문제 등으로 뉴모, IB, 계두 등 호흡기 관련 바이러스 질병이 창궐하고 있다. 산란율이 떨어지는 노계 위주에다 호흡기 질병으로 생산성도 뚝 떨어지면서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증가해도 계란 수급은 원활치 않다고 산란계 업계는 전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봄철 행사를 진행하는 대형 유통업체가 계란을 행사 집중 품목으로 올려놨겠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규모나 일정 등이 줄었는데 이는 계란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산란계업계에서도 유통업체에 현재 계란 수급 상황이 안 좋고, 산지 생산비 등도 치솟아 할인 폭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전했다.

경북의 한 양계 농가는 “농장에선 도저히 할인 가격으로 계란을 낼 수 없다. 지금 산지에선 노계 위주에다 호흡기 질병 확산에서부터 병아리값, 인건비, 사룟값, 유류비 등 모든 것이 급등했다”며 “여기에 선별포장 강화, 산란일자 표기, 유통기한 운영 등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저장 등의 수급을 할 수 없는 계란 생산비는 치솟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농가들은 급등하는 생산비와 생산성 저하 속 산지 계란 가격이 1개에 적어도 ‘160원(특란 30개 기준 4800원)’은 돼야 농장이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축산물품질평가원 특란 가격을 보면 30개 기준 지난 2일 계란 산지 가격은 4460원이었다.

난방비와 질병 확산 등 생산비는 치솟고 있지만 계란 가격은 오히려 지난해 10월 4637원, 11월 4548원, 12월 4556원, 올 1월 4530원, 2월 4354원 등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농가들은 계속해서 계란값을 올리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정부에 의해 번번이 막혔기 때문이다. ‘계란값이 물가의 바로미터’인 양 이슈가 되자 산지와 유통 사정은 아랑곳없이 정부가 계란값 잡기에만 신경을 쓴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란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산지 사정이 최악으로 흘러 계란값을 올리려 하자 정부에선 선별포장 감독 등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놨다”며 “규제는 강화하면서 계란값은 억누르려고 하니 농가가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죽하면 정부 관계자가 청와대 경제수석을 계란수석이라고까지 했겠느냐. 더욱이 선거철까지 맞물려 정부는 계란값을 낮추려는 데만 혈안”이라고 전했다.

산란계업계에선 계란 판매가를 낮추려 할인 쿠폰 등을 판매업체에 지원하거나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는 수입 계란 정책을 펴기보단 생산이나 유통 단계에서 정책적 지원을 통한 계란값 안정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생산비는 치솟는 데 규제만 강화하며 또 계란값은 올리지 말라고 한다. 이는 모순이자 농가를 사지로 몰겠다는 것밖에 될 수 없고 결국 계란값도 불안정하게 된다”며 “할인쿠폰 지원, 수입계란 공급 등이 다 무위로 돌아간 것을 반면교사 삼아 사료를 무이자로 지원해준다거나, 공판장 수수료를 과감히 낮춘다거나 하는 등의 생산·유통단계부터 지원책을 낼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 지원은 하면서 왜 농가 지원은 못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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