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오는 3월 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의날이다. 공교롭게도 제20대 대통령 선거 하루 전날이다. 세계여성의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들이 노동여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에서부터 시작돼 1911년 전 세계로 확산됐다. 당시 여성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는데, 빵은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한다.

얼마 전 만난 한 공무원에게서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 그는 여성농업인 정책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뜬금없이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는데, 여성가족부 폐지는 ‘여성’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모든 부처의 조직과 관련 사업, 연구, 예산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성농업인 정책 역시 발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속한 신문사 내 조직 이름에도 ‘여성’이 들어가는데, 어쩌면 나도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비슷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중, 얼마 전 시도별 농촌여성 전담부서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떠올랐다. 농촌여성 전담부서가 있는 도 단위 광역지자체 8개 중 전남을 제외한 7개 지자체의 전담부서 마련 시기가 모두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이 신설(2019년)된 이후거나 비슷했다는 점이다. 실제 중앙의 전담조직 설치가 지자체 전담조직 설치의 유인책이 됐다는 건, 이와 반대의 상황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개월 동안 현장에서 만난 여성농민들은 한 번도 일을 쉰 적이 없었다. 여성농민들은 밭에서 논에서 고된 농사일을 하면서 자식을 키워냈고, 시부모를 모시며 집안 대소사는 물론 마을 행사까지 모두 도맡아 하고 있었다. 여성농민은 농사와 돌봄, 가사 노동을 쉼 없이 해왔지만, 정작 이들의 일이 ‘노동’으로, 지위가 ‘농민’으로 대우받은 적은 별로 없었다.

농가인구의 50.1%, 농업주종사자의 50.7%가 여성이지만, 경영주인 여성은 20.3%에 불과하다(2020년 농림어업총조사).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여성의 비율은 37.3%(평균 농지 0.23ha), 집·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비율은 36.37%에 그쳤다(2018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2016년 남성농민의 배우자도 농민의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공동경영주 제도가 도입됐지만, 공동경영주 등록률은 여전히 10.7%뿐. 

한평생 농사를 지으며 땅을 일궈온 여성이 ‘농민’이라는 직업적 지위를 얻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여성의 지위와 권리를 이야기할 때조차 대부분 도시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떠올리지, 농촌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특별히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2022년,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여성인권과 여성노동권 향상, 성평등 사회와 더불어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 향상도 중요한 여성 문제임을 우리 모두가 인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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