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지난해 수입액 1억 달러 넘어
“국산 꽃 경쟁력 강화 정부 지원을”

코로나19 국면에서 화훼 수입액이 지난해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면 행사 축소 등에 따른 특수 감소, 인건비와 자재비 증가 등 생산 여건 악화로 꽃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나타나는 현실에서도 수입 꽃의 기세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KATI)와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1년 화훼 수입액은 1억525만2302달러(약 1261억원) 규모다. 2020년 8171만달러보다 30% 가까이(28.8%) 증가한 수치로, 화훼 수입액이 1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수입 시장은 국내 화훼 판매액(생산액) 5270억원 수준(화훼재배현황, 2020년 기준)의 24%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커지고 있다.

물량도 소폭이지만 전년(2020년)보다 더 많이 수입됐다. 2021년 수입 물량은 2만1678톤으로, 2020년 2만1226톤보다 2% 늘었다. 코로나 국면 이전인 최대 물량(2019년 2만2092톤) 수준으로 회복되는 양상이다. 주 수입국은 중국, 콜롬비아, 네덜란드, 베트남 등으로, 콜롬비아 수입 물량이 54%나 증가했다.

최상만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은 “주요 화훼 수출국의 화훼가격이 많이 올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력 및 원자재 수급이 원활치 못하다보니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며 “지난해 수입 물량이 소폭 올랐지만 수입 금액이 크게 오른 것은 이런 영향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수입 규모는 코로나 변수에도 큰 타격 없이 확장세다. 2017년 6536만달러(1만3982톤)·2018년 8079만달러(1만9447톤)·2019년 8651만달러(2만2091톤)·2020년 8171만달러(2만1225톤)·2021년 1억525만달러(2만1678톤)로, 2017년보다 1.6배(수입액) 커졌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생산 여건은 악화일로다. 화훼 생산액은 2017년 5658억·2018년 5385억원·2019년 5174억원·2020년 5269억원으로 하락 흐름이다. 재배 농가(2017년 7421호·2018년 6918호·2019년 6824호·2020년 7069호)와 재배 면적(2017년 4936ha·2018년 4353ha·2019년 4244ha·2020년 4299ha) 모두 내리막길이다.

수출 동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수출액은 2017년 2362만달러·2018년 1868만달러·2019년 1715만달러·2020년1585만달러·2021년 1655만달러로, 수입액의 10~20%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생산 부문이 하락 내지는 답보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해마다 수입 꽃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수입 꽃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에는 지난 1월 수도권 학교 졸업식이 한순간 몰리며 2~3일간 꽃값이 폭등했던 시기에 수요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 수입업자들이 장미 수입을 크게 늘려 가격 폭등 이후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등 국내 꽃 가격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통계치를 통해 일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KATI에 따르면 올해 1월 장미 수입 물량은 112톤(1241만달러)으로 2021년 1월에 비해 85% 증가했다. 1월 수입 물량은 월별 역대 최고치다. 에티오피아(39톤)와 콜롬비아(48톤) 수입이 전년 1월보다 각각 2배씩 늘어났다.

코로나에 따른 대면 행사 취소 등으로 ‘특수’ 효과가 실종된 데다 생산비 부담으로 꽃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는 악조건에서 수입 꽃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화훼 현장에서는 수입 꽃 관련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

화훼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저가·저품질 수입 꽃과는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지만, 수입 꽃이 희귀종인 경우도 있고, 청정 고지대에서 자라는 것들은 품질이 좋은 경우도 있어 이런 수입 꽃들과 경쟁하는 것은 정부 정책 지원 없이 생산자의 힘으로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화훼 농가들도 품질 좋은 꽃을 생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국산 꽃 유통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마케팅 지원 정책이 따라줘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콜드체인 등 유통체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정부의 수입 꽃 관리 대책은 검역 및 원산지 단속 강화 외에는 특별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최상만 농식품부 사무관은 “수입이 자유화돼 있는 품목이다보니 수입업자들이 상황에 따라 진행하는 수입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수입 검역 시 검역을 철저히 하고 원산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수입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수입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화훼 농가들이 수입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화훼종합시스템에 관련 부분을 구축할 계획이며, 수입 추이 등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