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7조6000억대로 성장한 농산물 직거래시장
‘농민-소비자 만족’ 온라인 판매가 주도
기존 유통정책 벗어나 활성화 모색할 때

어머니가 옥수수를 좋아하셔서 온라인으로 자주 구매해 드리곤 한다. 어머니는 아들이 좀 비싸도 ‘대’자 옥수수를 주문하는 것을 아신다. 때문에 조금 작다고 느껴지면 불만을 제기하신다. 사실 옥수수도 생물인데 대자와 중자 두 가지 크기로만 자라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대자와 중자 사이, 모호한 크기의 옥수수도 나온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대’자라고 팔았으니 통일되게 큰 옥수수만을 기대하셨던 것이다. 어머니의 불만을 들을 때마다 그냥 흘려듣고 말지만, 사실 그 농가의 온라인 스토어를 보면 어머니 같은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많다. 그런 불만을 보면 참 안타깝다. 왜냐하면 그 농가는 정말 열심히 좋은 옥수수를 재배해서 찌고 냉동해서 판매하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크든 작든 너무 맛있다.

옥수수 농가와는 반대로 판매해서 고객의 불만을 아예 없앤 경우가 있다. 얼마 전 제주에서 레몬 농사를 짓는 선배와 만난 적이 있었다. 생산량의 1/3 정도를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그 선배는 온라인 판매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직거래를 하니 아무래도 수취가격이 높다는 것이었다. 택배비까지 계산해도 수취가 비율이 70%를 넘는다. 둘째 점박이 레몬 같은 비품도 쉽게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온라인으로는 가격만 조금 싸게 팔면 늘 매진이었다. 마지막으로 선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80-150g까지 레몬을 무선별로 판다고 명시해놓고 파는데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선별하는데 들어가는 일손을 줄일 수 있다. 또 재배 시에도 크기 보다는 맛있는 레몬을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늘 불만이 많았던 옥수수 농가 온라인 스토어와 불만이 없었던 레몬 농가 온라인 스토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온라인 직거래의 특성을 이해했는지 여부인 것 같다. 옥수수는 기존 도매경로 판매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수집-선별-포장의 관행을 따랐다. 상인끼리의 거래에 있어서는 농산물 가격을 정확하게 책정하기 위해서 선별이 중요했다. 그래서 선별은 보다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한 당연한 조건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농민-소비자간의 직거래에서는 규격화나 선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농가를 믿을 수 있고, 또 서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되면 사실 농산물 규격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크든 작든, 집에서 먹는데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농가를 믿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 스토어에서 농부들이 자신의 소식뿐만 아니라 전화번호나 본인 사진도 농장도 공개한다. 게다가 오랫동안 그 농가와 거래한 소비자들의 댓글도 있다. 충분히 농부를 믿을 수 있는지를 판단할 정보가 있고, SNS를 통해 소비자들은 ‘아는 농부’라고 쉽게 인식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만일 소비자의 믿음을 얻었다면, 처음부터 선별하지 않는다고 표시만 해놓으면 된다. 소비자는 집에서 먹는 것인데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먹는다. 하지만 선별을 해서 ‘대’자라고 명시해놓으면 문제가 생긴다. 소비자는 배달 온 농산물이 ‘대’자가 맞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작은 것 같으면 불만이 생긴다. 결국 선별을 하고 ‘대’자라고 써놓는 것은 직거래 소비자들을 귀찮게 하고 불안하게 하고 결국 불만을 자아낼 수도 있다. 결국 옥수수 농가는 열심히 선별해서 고객의 불만을 초래했고, 레몬 농가는 불필요한 선별 노동을 안하면서도 고객 만족도를 더 높였던 것이다.

한국의 농산물 직거래 시장은 지난 몇 년간 정말 놀라운 발전을 했다. 2015년에는 당시 2조3864억원이었던 직거래 시장규모는 2026년에 가서야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2020년 이미 직거래시장규모는 7조6000억원이 넘었다. 농업생산액 대비 직거래 비중이 15.5%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한 것이다. 이런 직거래 시장 성장은 온라인 판매가 주도했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의 공약이나 정부의 정책은 농민과 소비자 모두 만족하고 있는 온라인 농산물 직거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보인다. 명확한 정책이 없거나 혹은 과거 유통을 답습한 ‘수집-선별-포장’ 중심 패러다임에 갇혀있다.

온라인 농산물 직거래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이 아닌 농민이며, 선별이 중요하지 않다. 기존 상관행과 많이 떨어져 있다. 차기정부에서는 농민-소비자가 모두 만족하고 있고 지금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직거래시장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그래서 정확한 온라인 직거래 특성에 기반한 활성화 대책이 수립되어 보다 많은 농민과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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