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축평원 보고서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잘못된 비교로 시작된 ‘축산업이 기후 위기 주범’이란 여론이 확산해 결국 교육계의 채식 급식 확대, 정부의 대체 식품 활성화까지 이어졌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위 공문은 지난 2학기 지역의 한 도교육청 지시로 일선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보낸 채식 시행 안내문으로 축산업이 기후 위기 주요 요인이란 설명을 전하며 채식 급식의 당위성을 알렸다. 사진은 안내문 일부. 
잘못된 비교로 시작된 ‘축산업이 기후 위기 주범’이란 여론이 확산해 결국 교육계의 채식 급식 확대, 정부의 대체 식품 활성화까지 이어졌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위 공문은 지난 2학기 지역의 한 도교육청 지시로 일선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보낸 채식 시행 안내문으로 축산업이 기후 위기 주요 요인이란 설명을 전하며 채식 급식의 당위성을 알렸다. 사진은 안내문 일부. 

‘축산업이 기후 위기 주범’이란 여론은 불공정한 비교로 시작됐고, 이를 채식주의 단체가 지속해서 확대, 재생산한 뒤 언론이 받아쓰면서 확산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결국 채식 급식 확대와 대체 식품 소비로까지 번졌다는 것으로 축산업에 덧씌워진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야함과 동시에 축산업계에서도 탄소 배출 노력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최근 ‘축산업의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진실(주관연구기관 한국축산식품학회, 주관연구책임자 조철훈 서울대 교수)’ 보고서를 발간, 이를 유관기관과 언론 등에 우편으로 배포했다. 

#잘못된 비교가 축산 대체 식품 소비까지 번져

전 세계 운송수단과 비교할 때
축산업이 온실가스 더 많이 배출
2006년 FAO 발표가 시발점
서로 다른 기준 적용 ‘불공정’

민간연구소도 2009년 자료서
온실가스 배출량 51% 점유 주장
비과학적, 국제기구 인정 못 받아

‘축산업의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진실’(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이 기후 위기 주범이란 주장은 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2006년 발표한 ‘축산업의 긴 그림자’에서 출발한다. 당시 축산 공급망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18%로 추정하고, 축산업이 전 세계 모든 운송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일어난 불공정한 비교의 결과라는 것. 축산업은 사료 작물 재배부터 사료 제조, 운송, 가축 사육, 가축 수송, 도축, 가공, 판매, 폐기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을 포함한 반면 운송 부문은 자동차, 배, 비행기, 철도 등의 운송 수단이 주행 중에 발생하는 온실가스양만을 합산해 비교했다. 공정하게 비교하려면 운송수단도 각 운송수단의 제조, 운행, 폐기 전 과정과 원료인 석유류의 생산, 가공,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산해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놓고 다시 비교, 환산해 보면 온실가스 세계 총배출량 중 농업은 11.9%, 축산은 7%에 그친다. 반면 교통 분야는 16.9%였다. 국내에선 그 격차가 더 커 총 온실가스 배출량 중 교통이 13.5%를 차지한 반면 농업은 2.9%, 축산으로만 보면 1.3%에 불과했다.

또한 2009년 환경 관련 민간연구소인 월드워치연구소에서 발간한 자료에선 FAO보다 한발 더 나아가 온실가스 추정치에 많은 것을 누락했다며 축산업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1%까지 점유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매우 비과학적이며 학계는 물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FAO 등 관련 국제기구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공정한 비교와 비과학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10여 년간 채식주의 단체가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했고 언론이 다시 받아쓰기 시작하며 축산업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었다. 특히 이로 인해 공공영역인 교육계에선 채식 급식을 확대하고,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까지 나서 채식을 권장하거나 축산물을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고 보고서에선 분석했다. 

#잘못된 정보 바로잡아야

자칫 잘못된 통계, 주장 탓
축산업만 온실가스 저감하다간
온실가스 배출량 많은 산업
저감노력·기회 모두 잃을 수도

축산업이 기후 위기 주범이란 잘못된 정보의 확산 방지 및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자칫 잘못된 통계로 인해 축산분야보다 월등히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에 대한 저감 노력과 기회를 모두 잃을 수 있고, 상대적 비중이 낮은 축산업계의 노력만으론 효과적인 온실가스 저감 결과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주범을 축산업계로 떠넘기는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에너지를 비롯한 온실가스 주요 배출 산업계에 면죄부를 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축산업은 환경 정화 기능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국내 사료업계가 전방산업인 농업과 식품산업으로부터 사들인 원료 구매금액은 5조6000억원에 이른다. 옥수수 등 식량작물은 2조원, 대두박, 밀기울, 단백피 등 식품산업으로 발생하는 식품제조 및 가공부산물과 농산부산물 구매액은 3조5000억원대에 달하는 것. 즉 과거 농장이나 지역 단위에서 벌어지던 경종농업과 축산업과의 자원 순환보다 더 큰 국가·글로벌 단위의 거대한 자원 순환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일 축산업을 축소시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결정한다면 국내 식품산업은 3조5000억원의 매출 감소뿐 아니라 이와 비슷한 규모의 폐기물 처리 비용이 발생하고, 가축이 배출하는 오염물질보다 더 많은 오염원을 배출할 수 있다. 가축은 식품폐기물을 이용해 고기, 젖, 알, 가죽 등을 만들고 분뇨와 메탄과 같은 오염물질 일부를 내놓고 있어, 한마디로 가축이 오염물질을 상당량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와 관련 보고서에선 ‘축산업의 오염물질 정화 기능을 간과하고 축산업을 축소하고자 하는 시도는 자칫 식품산업 생태계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축산업도 기후 위기 대응 동참해야

보고서에선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내 기준 1.3%에 불과하지만 ‘전 지구적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노력에 축산업이 빠져야 한다는 인식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냈다. 

다만 현재 축산분야 방법론에 맞는 기술 보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농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할 일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가축분뇨 에너지화에 대한 인센티브가 명확해져야 하며, 장내 발효 과정 중 메탄 발생을 억제하는 저 메탄 사료 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관련 제품 개발·생산 기업 지원 방안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 또 현행 사료와 축산물 가공 및 유통 체계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탄소를 적게 쓰는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유통구조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에 대해 보고서에선 ‘여러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는 노력과 함께 축산업계가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인식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는 한편 탄소배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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