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잠잠하던 고병원성 AI가 최근 들어 확산세로 접어들어 농가 긴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올겨울 AI 차단 등을 위해 지역의 한 산란계 농장 입구에서 농가가 철저한 소독을 하고 있는 모습.
잠잠하던 고병원성 AI가 최근 들어 확산세로 접어들어 농가 긴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올겨울 AI 차단 등을 위해 지역의 한 산란계 농장 입구에서 농가가 철저한 소독을 하고 있는 모습.

11월 초 첫 발생시점 빨랐지만 
이후 출현건수 작년보다 적어
안도의 한숨 내쉬었지만
이달 들어 14일까지 15건 확진

“예년 같으면 수그러들 때인데”
농가 노심초사 ‘방역 고삐’

2020년 11월~2021년 3월 대비 첫 발생이 빨랐지만 이후 비교적 잠잠했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2월 들어 확산세를 보여 가금농가가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현장과 업계에선 뒤늦게 터지는 올 시즌 AI 행보와 관련, 예년과의 비교·분석과 함께 AI 상시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가을 이후 14일 현재 가금농장에서 모두 43건의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 올 시즌 고병원성 AI는 1년 전과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의 경우 2020년 11월 28일 전북 정읍에서 첫 확진이 나온 반면 올 시즌엔 확진일 기준 첫 발생이 19일이나 당겨진 2021년 11월 9일 충북 음성에서 첫 확진이 나왔다. 유럽과 아시아의 야생조류에서 AI 발생이 급증하고 바이러스 유형도 다양해져, 지난가을 어느 때보다 겨울 철새를 통한 AI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았고, 빨라진 첫 발생 시점까지 더해져 우려가 컸다. 

그러나 작년 늦가을부터 올 1월까진 우려 했던 만큼의 AI 출현은 없었고 예상보다 잠잠히 지나갈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왔다. 실제 농식품부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 지속적인 방역수칙 홍보와 점검을 통해 농가 방역 수준이 높아졌고, 1년 전보다 야생조류 고병원성 AI 발생이 감소한 결과 고병원성 AI 발생은 전년 동기 68건 대비 69% 감소한 21건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무색하게 2월 들어 AI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시즌의 경우 1월까지 총 83건, 그중 1월에 41건이 발생한 뒤 2월 들어선 14일 기준 12건이 확진됐다. 반면 올 시즌엔 1월까진 28건, 1월엔 10건에 불과했지만 절반밖에 안 지난 2월 1~14일 15건으로 오히려 1월 한 달 검출 건수보다 많았다.
 

가금농장에서 차량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가금농장에서 차량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월 들어 날씨가 풀리는 등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2010년대 발생한 H5N8형이나 H5N6형과 달리 그 이전 발생한 H5N1형이 올해 다시 유행하면서 나오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올 시즌 AI 상황이 마무리되는 데로 예년보다 자주 찾아오는 고병원성 AI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과거 AI 집중 발생 시기를 보면 2003~2004년, 2006~2007년, 2008년, 2010~2011년, 2014~2015년, 2016~2017년, 2020~2021년 등 발생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상시화되고 있다. 가금 현장에서도 AI 발생 유형이 예년과 다른 행태를 보이자 이에 대한 연구 분석 등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예전 같으면 지금쯤 AI가 수그러들 시점인데 올해는 거꾸로 가는 상황인 것 같아 현재 농가들이 상당히 긴장하고 또 우려하고 있다”며 “코로나도 델타,  오미크론, 스텔스 오미크론 등 변이가 계속 나오는 것처럼 AI도 예단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정부에선 점검하고 홍보를 열심히 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섣부른 자찬만 했다. 이제는 올해처럼 일찍 와도 늦게 퍼질 수 있는 등 변화하는 발생 행태와 더불어 바이러스 변이에 대해서도 조사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혁준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번 시즌 고병원성 AI가 늦게 발생한 것과 관련 “예년과 다른 기후 환경과 함께 올해 발생한 H5N1형이 지난해를 비롯해 2010년대 주를 이뤘던 H5N8과 H5N6 형과 비교해 환경적 요인이나 저항성 등에서 어떤 영향이 있는지 직접 비교해 보고 실험한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며 “AI가 점점 상시화되고 있는데 이제는 이런 식으로 계속 갈 것이냐, 아니면 백신을 통한 근본적 해결에 나설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개인적으론 저병원성도 백신을 쓰는 상황에서 고병원성에 대한 백신을 쓰지 않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외국 사례를 계속해서 드는데 뉴캐슬병 관련 백신은 외국에선 문제였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프로그램을 잘 적용해 성공사례가 됐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 이번 시즌 AI가 마무리되는 데로 농식품부에 백신 등 AI 대책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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