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지난해 망고·체리·키위 등 
수입단가 높은 품목 중심 증가
코로나 불구 역대최고 기록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2021년 수입과일 수입액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망고·체리·키위 등 수입 단가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7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과일(과실류)은 78만2787톤이 국내로 들어왔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년 89만5290톤, 2019년 81만5170톤보다 줄었는데, 2020년 77만6866톤에 비해서는 소폭 늘어났다. 물량은 하향 국면인데, 금액 측면으로 보면 양상이 달라진다.

지난해 수입과일 금액은 14억8421만달러로, 전년(2020년) 13억2602만달러보다 12%(1억5633만달러)증가했다. 총 수입액은 역대 최고 수입액을 기록했던 2018년(14억8235만달러)보다도 많은데, 우리 돈으로는 1조7000억원대 규모다. 2021년 국내 과실 생산액(4조9630억원·추정치)의 약 30%에 해당한다.

강형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위촉연구원은 “2021년 수입과일은 전년 대비 물량은 비슷한 수준인데, 금액은 크게 늘었다”며 “주요 원인으로는 바나나, 오렌지 등 수입단가 낮은 품목들의 수입이 줄어든 대신 망고, 체리, 아보카도, 체리, 블루베리 등 수입단가가 비싼 품목들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 점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입 단가가 높은 편인 망고, 체리, 블루베리, 아보카도 등의 물량이 크게 늘면서 수입액 증가로 이어졌다.

망고는 페루산 망고가 2020년 무관세로 전환됨에 따라 페루산 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1만3426톤이었으나 2021년에는 2만2291톤으로 5년 사이 6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도 5000만달러에서 9500만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필리핀산보다 당도가 높은 태국산 망고 비중도 증가 추세다.

아보카도 역시 수입 금지 조치가 해제된 페루산이 낮은 수입단가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8243톤에서 2020년 1만3282톤·2021년 1만7313톤으로 팽창세가 두드러진다.

체리 수입도 2018년 1만8000톤 수준과 비슷한 1만7448톤(2021년)까지 회복됐다. 특히 체리는 국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지난해 대형유통업체(마트)들이 물류비 부담을 짊어지고 ‘항공 직송’을 추진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해당 품목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최신 과일 소비 트렌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강형준 연구원은 “수입과일 금액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수입과일 역시 섭취하기 편하고 당도가 높은 과일을 선호하는 소비트렌드가 반영된 망고, 체리, 블루베리 등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경우 수입과일 지형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나나, 오렌지 등 수입 줄어

이와 반대로 ‘전통의 강호’ 품목인 바나나, 파인애플, 멜론 등의 수입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수입 물량이 줄어든 주된 이유다.

바나나의 경우 2017년 43만7380톤·2018년 42만7260톤으로 치솟다가 2020년 35만1994톤·2021년 35만1906톤으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파인애플도 2017년 7만8000톤 이후 2020년 6만1839톤·2021년 6만1688톤으로 줄었다. 포도는 코로나 여파에 따른 해상물류 차질 영향으로 2019년 7만3000톤에 비해 2020년 5만9000톤·2021년 5만3000톤으로 감소했다. 오렌지는 2018년 14만2443톤에서 2019년 12만4385톤, 2020년 11만5356톤, 2021년 10만9338톤으로 하향 추세다.

이에 대해 강 연구원은 “과일 소비 트렌드 변화와 함께 글로벌 물류 차질에 따른 운임 증가로 바나나 등 저가의 수입과일은 물량이 줄어든 측면이 있고, 오렌지의 경우 간편 섭취에 맞지 않는 문제와 더불어 최근에는 미국 현지 여건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감소 추세가 두드러졌다”고 봤다.
 

수입과일 분야에서 눈여겨볼 이슈는

국내 만감류와 경쟁 품목으로 꼽히는 오렌지다. 지난해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현지 작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며, 수출 여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다. 또 ‘오미크론’ 재확산에 따라 국제 해상 물류난이 다시 심각해질 조짐이 있어 수입 물량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오렌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져오는데, 지난해 작황이 상당히 안 좋고, 미국 자국 내 소비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플로리다 지방의 오렌지 작황도 문제가 심각해 자국 수요를 충당하기에 버거워 수출 여력이 부족할 여지가 크다”며 “또 물류 문제도 ‘오미크론’ 재확산 영향으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체리의 경우 대부분 항공으로 오기 때문에 영향을 덜 받겠지만, 중남미에서 오는 과일이나 남아공에서 오는 자몽 등은 물류 문제로 수입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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