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도는 제주 산지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이달 들어 가격 하락세 뚜렷 
올해 첫 1만원대 아래로 급락
작업비는 올라 생산비 못 건져

작황·시세 안 좋아 수확 미루다
2월 중순 넘어 물량 쏟아질 듯  
소비 늘어날 기미도 없어 ‘한숨’

가격 폭락으로 제주에서 양배추와 당근 산지폐기가 진행된 가운데 월동무 가격도 소비부진으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어 산지에 긴장감이 감돈다. 월동무 농가들은 작황과 시세 모두 좋지 않아 수확을 뒤로 미루고 있어, 물량 쏠림에 따른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동무 가격은 이달 들어서면서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8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무 평균가격(20kg·상품)은 9697원. 설 명절을 보낸 후 4일 1만1843원, 5일 1만289원, 7일 1만438원으로 계속 내림세를 보이다, 올해 들어 처음 1만원대 밑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월동무 산지인 제주도에서는 최근 양배추와 당근 산지폐기가 이뤄졌다. 생산량 증가와 소비부진이 겹치면서 가격이 폭락한 것. 여기에 월동무 가격까지 약세를 이어가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강동만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 회장은 “지난해 파종기 태풍 피해 물량이 있어 가격이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높지 않았다”라며 “태풍 이후 늦게 파종한 무를 수확하고 있는데 가격이 안 좋아 수확 작업을 많이 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무 평균가격은 1만1600원. 평년 가격 1만4000원을 밑돌았지만 이달 들어선 1만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생산비조차 못 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최도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부회장은 “재배면적은 분명히 적은데 그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다”며 “월동무를 세척해서 박스에 담는 작업비만 지난해 3500원 내지 3700원이 들었는데 올해는 작업비가 1000원 이상 올랐다. 1만원 밑으로 가격이 형성되면 그만큼 고스란히 적자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강동만 회장은 “가격이 낮다고 수확을 계속 미룰 수는 없고 언젠가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2월 중순을 넘기면 그런 시점이 올 것으로 본다”며 “수확 물량이 뒤로 밀리는 만큼 앞으로는 너나없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가격만 괜찮다면 농가들이 좀 덜 자란 어린 무라도 수확해 출하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 출하 물량이 자꾸 뒤로 밀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농업관측센터가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산 겨울무 재배면적은 5508ha, 생산량은 37만2000톤으로, 평년 대비 재배면적은 10.6% 줄었지만, 생산량은 4.1%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최도균 부회장은 “무값이 500원, 600원이라도 사먹어야 되는 것인데, 지금 상황에선 소비가 늘어날 기미가 없다”며 “앞으로 월동무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긴 힘들지만 소비가 워낙 안 되고 있어 면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격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명배 대아청과 기획팀장은 “단기적으로는 설 명절이 끝난 이후라 소비가 다소 줄어들겠지만, 이후에도 소비가 늘어날 요인이 없는 상태”라며 “코로나19로 외식 수요가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보통 큰 선거를 앞두고도 외식 소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3월 대선 전까지는 소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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