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자급률 감소해도 축산규모는 확대
한우 소비자가격 내리면 소비는 늘 것 
혹시 모를 폭락 대비 예산 준비해야

축산업계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조차도 국내산 식육 자급률이 감소하는 부분을 우려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수치상으로 국내산 식육의 자급률이 계속 내려가는 추세이고, 50% 자급률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도 이미 몇 해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는 조금 다르게도 해석할 수 있다. 축산 관련 협회와 정부 자료를 보면 한우 사육두수는 과거에 비해 전체적으로 조금씩 증가해왔고 국내 돼지 사육두수도 과거보다 조금씩 증가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국내산 식육 자급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80년대와 비교해 인구가 대폭 증가했고 식육 소비량도 급격하게 증가한 반면, 국내산 식육의 생산량 증가는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수입산 식육이 이 소비 부분을 흡수한 결과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즉, 수치상으로는 국내산 식육의 자급률이 감소했지만 국내 축산업의 물리적 규모는 오히려 조금씩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축산업의 물리적 성장은 거의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으로 보여지고, 인구자연증가율이 0%에 이른 지금, 자연스러운 인구감소는 수입산 식육의 감소를 발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현 상황과 국내 축산업계의 생산 기술력을 고려해 보았을 때 수입산 축산물이 국내산 자급자족의 마지노선인 30%를 위협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도 예측해볼 수 있다.

최근 고공행진 중인 한우 가격에 한우 송아지 입식이 크게 늘면서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거의 모든 관련 언론에서 한우고기 가격 폭락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 한우가격 폭락에 대한 여러 예측들이 나오면서 한우업계는 수급조절에 나서야할 정부가 축산업계의 자율 수급조절에만 너무 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일부 한우농가들은 과거와 같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에 대비할 수 있는 선행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우려할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과도한 우려가 시장의 수요조절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는 듯하다.

최근 소고기의 주요 수입국인 호주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는 여파로 농축산업 관련 물류 대란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호주산 소고기의 가격이 상승함과 동시에 공급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수입산 소고기의 주요 수입국인 미국과 호주의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면, 수입산 소고기의 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다. 물론 국내에 이미 들어온 수입산 냉동육의 재고가 상당하기 때문에 당장은 수입산 소고기 공급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향후 코로나19 상황에 영향을 받는 산업의 전망은 한치 앞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미국과 호주산 수입 소고기의 가격이 조금씩 상승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은 결국 한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사실 값싼 한우고기가 먹고 싶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은 것이 사실인데, 실제로 높은 등급의 한우고기는 서민들이 쉽게 구매를 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비싸다. 산지 한우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소비자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 유통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가격 하락이 국민들 대다수에게 득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시장에서 실현되기 어려울 뿐 기본적인 해결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즉, 산지 한우 가격이 떨어질 때 마트에서의 소비자 가격도 하락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불과 몇 달 사이에 한우가격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또한 한우의 풍미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 품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마트에서 한우가격이 내리면 금방 소비가 이를 따라갈 수 있고, 공급이 느는 만큼 소비도 자연스럽게 늘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국내 축산물 유통구조상 산지가격과 시장가격의 연동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거나 수요에 대응해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대략적으로 봐도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안정되는 기간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도축일령이 110㎏ 정도로 비교적 일정한 돼지에 비해 한우는 사육기간을 조금 더 연장하거나 단축시킬 여력이 있기 때문에 대략 20만두 정도가 증가해도 출하시기를 조금씩 조절하면 급격한 가격 하락을 어느 정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적지 않은 한우농가가 한우가격의 급격한 폭락은 없을 것으로 예측하는 것도 이렇게 출하시기 조절 여력이 아직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으로 한우가격의 고공행진은 수입산 소고기와의 대비되는 효과도 있겠지만, 수입산 소고기의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가격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역작용도 예상해볼 수 있다. 즉 한우가격이 높다는 이해가 있기 때문에 수입산 소고기의 가격이 올라가도 소비자들이 이를 조금씩 수용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우고기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는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한우업계가 고민해볼 부분이다.

국내산 축산물의 자급률 하락이 국내산 축산물 생산량의 감소와 함께 온다면 이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국내 축산물 생산량의 물리적인 감소 없이 수입육이 늘어나는 상황은 유불리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향후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비율의 증가는 육류 시장에 점차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데, 그 감소분이 한우에서 발생될 것인지 수입육 감소로 이어질 것인지 또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급과 수요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자율에 의존하는 것이고, 정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만을 가동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에 대비해 기본적으로 한우업계 스스로가 입식을 조절하고 준비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겠고, 한우자조금도 이럴 때 쓰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한우고기가 맛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그래서 한우고기 TV 광고는 시쳇말로 재능 낭비이고, 그 돈으로 한우 경쟁력 강화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혹시 모를 가격 폭락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별다른 준비는 아니고 관련 예산을 더 준비하는 노력이 가장 현실적인 대비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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