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지난 13일었다. 전날 저녁 무렵 세종시 소재 환경부 청사 앞에서 2020년 8월에 발생한 수해에 대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배상 결정에 반발해 5개 댐 17개 시·군 수해피해 주민들이 궐기대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환경부 청사 인근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섬진강댐 피해주민들이 타고 온 버스에서 짐을 내리고 있었다. 이내 준비해온 현수막을 이곳저곳에 걸기 시작했고, 준비해 온 현수막의 숫자로 인해 적잖이 놀랐다. 장기 농성이 아닌 경우에는 보통의 집회는 현수막 한두 개 정도 내걸고, 집회 이유를 알린 후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고 끝이 난다. 하지만 이날 내걸린 현수막은 10개가 넘었고, 현장에서 환경부·국토교통부·수자원공사·중조위 이름이 내걸린 상여까지 뚝딱뚝딱 만들어졌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집회를 준비해 환경부 청사를 찾은 것은 피해 발생 1년 반여만에 나오기 시작한 중조위의 보상 결정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읍 전체가 물에 잠긴 구례는 보상비율로 48%만 인정한다는 게 중조위의 조정결과였다. 여기에 더해 하천관리지역과 홍수관리지역은 배상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특히 지난 2010년, 주민공청회도 개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국토부가 하천·홍수관리지역을 재설정해 고시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고, 수해 당시까지도 피해주민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토지이용계획관리상 변경되지 않은 기존 이용계획에 준해 영농과 건축행위를 적법하게 해 왔고 세금까지 성실하게 납부해 왔다는 게 또 이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국토부는 이에 대한 책임이 있어 보이는데, 오히려 중조위 조정 과정에서 ‘하천·홍수관리지역은 배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견을 내놓으면서 이들 지역이 배상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하니 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수해 참사 1년을 맞아 구례에서 열린 위령제와 집회를 취재하던 과정에서 섬진강수해참사대책위가 손해사정인을 통해 조사한 피해보고서의 분량을 보고 크게 놀란 바 있었던 터라 더했다.

대선을 앞두고 있다. 투표하는 국민들이 바라는 건 그저 지금보다 삶이 나아지길, 그리고 모든 일이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능한,  바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보면서 ‘아직까지는 자력으로 구제해야 하는 것인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지난 13일. 힘들고 모진 상황 속에서도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스스로 찾기 위해 1년 반 넘도록 험난한 파고를 넘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들에게서, 정부와 정치권이 아닌 그들에게서 지금보다는 나은 우리의 미래를 기대해 봤다. 경중을 넘어 이런 불합리한 일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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