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산후풍ㅣ인천자생한방병원 박지용 원장

[한국농어민신문] 

박지용 인천자생한방병원 원장
박지용 인천자생한방병원 원장

세상 사람들의 절반만 느낄 수 있는 통증. 남자들은 느껴보지 못한 통증. 산후풍이다. 요즘은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에는 대부분 자연분만으로 애를 낳았다. 자연분만 중에 출혈과다가 생기는 경우가 있고, 아기가 나오다가 걸리면서 잘못되는 경우도 있고, 진통시간이 길어지면서 탈진으로 진행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때로는 분만 혹은 분만이후 감염으로 잘못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출산이라는 것이 과거 여자들에게는 목숨을 거는 도전이었다. 무사히 출산했다고 하더라도 급격히 벌어진 관절과 인대에는 처절한 전투의 흔적처럼 직접적인 혹은 자잘한 파열이 남게 된다. 특히 둘째나 셋째 때에는 한번 갔던 길을 다시 가는 것이기에 덜하지만 초산인 경우에는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기에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마음에 부담이 크다. 그리고 그것은 통증으로 흔적을 남긴다. 

특히 신기한 것은 그 통증이 애를 낳았던 시기가 되면 재발한다는 것이다. 몸에 시계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자식이 태어난 날 전후로 통증이 심해진다. 애를 낳았던 시기의 온도, 기압, 햇빛의 길이를 마치 몸에서 기억하고 있듯이. 그래서 우리가 생일날 먹는 미역국이 사실은 우리를 낳아준 어머니의 출산 당시를 기억하면서 산후풍을 예방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미역국은 어혈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출산을 겪으면서 몸 곳곳에 남아있는 자잘한 어혈들을 풀어놓으면 산후풍으로 통증이 재발하는 것을 예방해준다.

그렇다면 산후풍으로 가장 통증이 많이 오는 곳은 어디일까? 실제로 환자들을 보면 해당부위 통증은 출산 후 2~3개월 이내에 대부분 회복된다. 오히려 팔꿈치, 손목, 어깨, 무릎, 발목 등 기타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출산과정에서 분비되는 릴렉신 호르몬으로 인해 늘어난 인대들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해서이다. 두 번 째는 애를 낳고 나면 애기를 계속 안고 있거나 자주 들었다 놨다 하며 집안일(빨래, 설거지거리, 청소거리 등)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늘어난 노동량에서 오는 통증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크게 두 가지 결과를 겪게 되는데 쉽게 말해 너무 많아지거나 혹은 너무 줄어들거나 이다.

실(實)한 경우는 출산 시 늘어났던 체중이 덜 빠지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 혹은 체력부족으로 인해 몸이 붓게 되어 체중이 평상시에 비해 늘어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체중이 늘게 되면 그 자체로 무릎, 발목 관절에 부하를 줄 뿐더러 안고 있는 아기의 무게도 어깨, 손목, 허리, 무릎, 발목에 가중되기 때문에 통증이 늘어난다. 허(虛)한 경우는 본래 유연하고 근육량이 적던 사람이 과로와 수면부족 등으로 인해 체력이 저하되면서 인대와 관절이 더 약해져 통증이 오는 것이다. 허실(虛實) 이 2가지는 정반대의 경우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기(中氣)가 약해졌기 때문이며, 살이 너무 찌거나 혹은 너무 빠지는 것의 균형부터 잡아가면서 규칙적인 생활습관(식습관, 수면습관, 운동습관)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과제가 된다.

또한 아기가 태어나게 되면 남편과 다른 가족과의 사회적인 관계를 재정립하면서 사회적인 역할도 달라지기 되는데 여기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다. 육체적인 환경이 바뀌는 와중에 정신적, 심리적인 환경도 달라지기 때문에 마치 사춘기처럼 정신적, 육체적,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인체 입장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과정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지치게 되므로 너무 힘들 때에는 혼자 다 이겨내려고 하지 말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약해진 인대와 관절을 튼튼하게 해주는 침과 약침, 체력을 향상시키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한약,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뜸 치료 등은 아기의 탄생으로 인하여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하는 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이미 이 모든 것을 겪고 어르신이 된 부모님들도 자식들 생일이 다가온다면 자식들만 생각하지 말고, 그동안 고생한 자기 몸과 마음을 생각해보자. 그리고 내 생일이 가까워온다면 나를 낳느라 고생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한의원에 한번 들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제 곧 봄이다. 몇 번의 강한 추위가 지나가면 땅에서는 어김없이 푸른 싹들이 돋아날 것이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할 것이다. 혹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직은 춥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땅속에는 곧 피어날 새싹과 봄꽃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힘든 지금 이 순간에도 나에게 새로운 삶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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