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 도전 경기 남양주시 대가농원 장복순 씨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15년 체험농장으로 노하우 쌓아
치유농업으로 더 큰 발걸음

딸기는 물론 제철 농산물 수확
음식 만들어 먹으며 편히 쉬도록

농업·농촌 있는 그대로 느끼며
정신적·육체적 건강 회복
농업의 치유기능 확대 기대

“땅에서 농사지어본 농민이라면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휴식을 잘 알 거예요. 도시에서 태어났던 농촌에서 태어났던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나 자연 속에서 진정한 휴식과 자유를 느끼잖아요. ‘치유농업’이 국내에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건, 농업·농촌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서 딸기 체험학습농장을 운영하는 대가농원 장복순 씨(61). 그는 치유농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남양주에서 39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장 씨는 지난해 농촌지도 시범사업(농촌치유농장 육성)에 선정되면서 치유농업 프로그램 개발로 나날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 치유의 가치를 발굴하고, 치유관광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 대두되며 지난해 3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이 시행됐다. 치유농업은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제공되는 모든 농업활동으로 정신질환자, 우울증환자, 학습장애인, 약물중독자 등을 농업을 통해 치료하는 활동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펜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일상생활 속 무기력감이나 불안감,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치유농업의 역할도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장 씨는 “치유농업이 최근에 새로 생긴 개념이라고 생각하지만, 부르는 명칭만 바뀌었을 뿐 1999년 그린투어부터 시작해 체험농장, 교육농장, 6차 산업 등을 거쳐 오며 국내 농업은 이미 치유농업의 기능을 해오고 있었다”고 했다. 
 

목민심서의 고장 남양주 조안면에 위치해있는 대가농원은 실학박물관, 정약용 유적지 등 다산생태공원과 인접해 있어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 유치원, 장애인 복지관 등에서 매년 2만명 가량이 찾는 스타체험농장이었다. 코로나19로 체험·관광객이 줄어 직격탄을 맞았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됐다는 의외의 반응이었다. 

장 씨는 “하루 100~200명씩 체험객을 받으며 개인적으로 공황장애가 올 정도로 힘들었다. 체험객들도 여유를 즐기지 못하고 정신없이 체험하기 바빴다”면서 “혼자서 일을 감당하기가 어려웠고, 내가 이 일을 오래하기 위해서는 손님 뿐 아니라 나에게도 힐링이 돼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체험객 인원을 줄이려는 찰나 코로나가 터진 것이다. 그는 “지금은 4~6명씩 소수의 인원만 농장에 오다보니 나도 체험객들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남양주에서 축산과 수도작을 하는 부모님을 도우며 4H 활동을 하던 장 씨는 남편 이성준 씨를 만나 결혼 후 20년간 엽채소를 재배했다. 그러나 마땅한 수익창출이 어려웠던 그는 1998년 유기농 딸기 재배로 작목을 전환했고, 당시 주변에 놀러온 관광객들이 딸기 재배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관광농업을 고안하게 됐다. 

장 씨는 “오랫동안 장애인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힐링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농장에 놀러온 아이들 중 유독 딸기 이파리 하나도 못 만지는 아이들이 있었고, 울면서 하우스 안에 들어오는 것조차 무서워했다고. 그러나 그는 아이들이 딸기는 참 좋아하는 데 착안해 ‘우리가 먹는 딸기가 어떻게 자라나는지 궁금하지 않니?’라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는 “겁먹은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농장 안으로 들어오면 그게 참 기뻤다”고. 이후 15년간 체험학습농장을 운영하며 노하우가 쌓였고, 이를 바탕으로 장 씨는 체험농장에서 치유농업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다.
 

재배 방식의 변화도 있었다. 2020년 고설재배 방식을 트롤리 컨베이어 방식의 스마트팜으로 전환했고, 이곳에서 연간 6톤씩 생산되는 딸기를 전량 체험으로 소비한다. 또한 지난해 치유농업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체험장을 조성하는 등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장 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대가농원에서 머물며 딸기 뿐 아니라 각종 재철 농산물을 수확하고, 수확한 농산물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면서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가격은 단골 고객들과 이야기 해본 결과 7~8만 원 대가 적당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마침 대가농원을 방문한 이날은 한 가족이 함께 딸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온 김윤아 씨는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과 마땅히 갈 곳이 없었는데, 농장에서 마음껏 뛰어놀면서 딸기를 수확하는 아이들을 보니 얼마 만에 느끼는 행복인지 모르겠다”고 웃어보였다.

장 씨는 체험농장이 일회성 교육이나 체험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에게 치유의 기능까지 줄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농업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점에 대해 그는 “치유농업은 이제 시작 단계처럼 보이지만, 이미 농촌에서 많은 것들을 해왔고, 또 하고 있다”며 “이제는 내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제공하고 가르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농업·농촌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충분한 휴식과 쉼을 통해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치유농업의 역할이 아닐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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