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다시 한번 해봅시다.” 조건택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이광택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양측 관계자들이 협약식을 갖고 자조금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다시 한번 해봅시다.” 조건택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이광택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양측 관계자들이 협약식을 갖고 자조금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자조금관리위-육계농가협의회
법적 분쟁 즉시 취하 등 협약

존립 찬반 투표 등 암흑기 지나
‘상처 봉합’ 신호탄 의미 커
 
“투명한 자조금 사용 약속”
산업 재도약 밑거름 기대도

뼈대만 남았던 닭고기자조금에 새살이 돋아날까. 아직 많은 난관이 있지만, 상처를 봉합하기 위한 첫 실타래를 풀었다는데 일단 긍정적인 신호가 읽힌다.

지난 17일 대전 선샤인호텔 테라홀에선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조건택)와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회장 이광택)가 ‘닭고기자조금 정상화를 위한 협약식’을 개최했다.

닭고기자조금은 자조금 사업 활용 등을 놓고 업계 내 갈등과 대립 속에 자조금 존립 찬반 투표가 진행되고 법적 소송까지 전개되는 등 최근 몇 년간 암흑기를 보냈다. 지난해 거출금이 납부 고지 금액 46억5098만원의 3%인 1억3891억원에 그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닭고기자조금은 사실상 닭고기산업의 ‘계륵’이었다. 하지만 한돈·한우 자조금 사례처럼 닭고기자조금이 정상화돼야 닭고기산업의 앞날도 밝다는데 뜻을 같이한 닭고기업계가 물밑에서 소통을 시작했고, 첫 결실이 17일 협약식으로 맺어졌다.

이날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와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는 4개 분야에서 서로 협력키로 했다. 우선 ‘한국육계협회 회원사 중 농가협의회 구성 업체(8곳)’라는 단서 조항이 달리긴 했지만 양측 간 법적 분쟁 건을 즉시 취하하기로 했다. 또 농가협의회가 이른 시일 내 닭고기자조금을 납부키로 했고, 이를 위한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관련 협약 내용은 언론 등을 통해 즉시 발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했다.

조건택 관리위원장은 “지난 3년간 오늘 같은 자리를 만들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정말 어렵게 이 자리가 만들어졌다”며 “오늘이 있기 전 그동안의 과정들이 이루 말할 수없이 복잡했지만, 닭고기자조금을 단단하게 만드는 기반이라 여겼으면 한다. 앞으로 닭고기자조금이 정상화되고 이를 통해 닭고기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광택 농가협의회장은 “닭고기산업은 수년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공정거래위원회 담합 조사, 원가에도 못 미치는 시세 등 불황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더욱이 농가들의 염원으로 탄생한 닭고기자조금이 그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방관 돼 매운 안타까웠다”며 “닭고기산업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 (자조금이 무너지는 걸) 더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절박함에 8개사 농가협의회장이 중지를 모으고, 닭고기자조금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앞장서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닭고기자조금이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지나간 것은 다 털어내고 초심으로 돌아가 첫걸음을 내딛기로 한 만큼 앞으로가 중요하다”며 “사육농가협의회는 관리위원회와의 소통을 강화해 농가들이 거출한 소중한 자조금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닭고기업계에선 이제 협약이란 첫 발을 내디뎠고, 앞으로 T/F가 운영되는 과정에 여러 악재도 도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번에 협의한 8개사 이외 중소계열 농가들의 입장도 아직 반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지난 수년간 논의조차 되지 못했던 시기를 지나 소통을 시작했고 ‘협약’이라는 첫 결과물이 나왔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며 앞날을 응원하고 있다.

닭고기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목소리가 있겠지만 한우·한돈처럼 닭고기 자조금 조성에 반대하는 닭고기업계 종사자들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어떤 일이 또 벌어질지 모르지만, 시작이 반이고 첫술에 배부를 수도 없다. 과욕 부리지 않고 대의를 위해 조금씩 배려해나간다면, 닭고기자조금이 성공적으로 조성될 것이고, 그렇게 해야 자조금이 여러 부침에 시달리고 있는 닭고기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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