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산지 없이 소비지 유통이 존재할 수도 없고, 소비지 유통 채널이 없다면 산지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산지와 유통은 떼려야 뗄 수 없다. 하지만 요즘처럼 산지와 소비지 유통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보다 각자 개별 공간에서 분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적은 없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산지의 고립감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지난해부터 산지의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금대파’를 시작으로 금상추, 금시금치, 금수박에 이어 최근 금딸기까지, 농산물 품목 앞에 ‘금’자라는 수식어가 지독하게 따라붙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은, 달리 생각한다면 이상기후와 코로나19 사태 속 인력 부족으로 영농 리스크 역시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산지 농민들의 형편이 나아졌으리라는 인식은 농촌 사정을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이 고통 분담을 과연 소비지 유통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지난해 8월 초에는 수박 가격이 큰 이슈였다. 폭염과 고온 여파로 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전년 가격 폭락으로 재배면적까지 축소된 산지의 사정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수박 가격이 치솟고 있는 현상을 바라보는 산지의 반응은 씁쓸함이 묻어났다.

당시 산지에서 만난 수박 농민은 “언론에선 값이 올랐다고 하는데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작년에도 1만원, 올해도 1만원을 받고 상인에게 넘겼다”며 “수박 값이 안 좋으면 계약을 파기하고 밭에서 안 가져가거나 물건 값을 깎는 경우가 있는데, 값이 좋으면 그런 일만 없을 뿐 가격을 더 받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수박 산지의 농협APC 관계자는 “7㎏ 기준 1만7000~1만9000원 정도에 마트에 납품하는데, 마트 판매가를 보니 3만원이 넘더라. 2만2000원에 납품했는데, 마트에서 3만6000원에 팔기도 했다”며, 유통 마진이 상당하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 연말부터 1월 초 가격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딸기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논산에서 만난 딸기 농가는 10여년간 대형유통업체와 납품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사전에 체결한 단가 계약대로 정산이 이뤄져 딸기 시세가 좋다고 돈을 더 받는 건 아니다. 시세가 형편없이 낮으면 물건을 안 가져가려고 하고, 시세가 높으면 그런 게 없을 뿐 농민들이 ‘갑’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소비자가 ‘갑’이라면, 소비지 유통은 ‘을’, 농민은 ‘병’쯤 되는 거 같다”고 씁쓸해했다.

빈번해지는 이상기후와 인력 부족 등 영농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지의 수급 불안이 잦아지고, 이에 따라 소비지 가격 역시 요동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산지는 산지대로 신음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는 이 간극 속에서 소비지 유통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유통업체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 새해에는 산지와 소비지 유통 간 상생 소식이 더 많이 들리기를 바라본다.

고성진 유통팀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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