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지난 10월 이상고온으로
위황병·시들음병 등 피해
산지 출하도 앞당겨져
반입량 전년비 절반으로
2kg 상품 4만원대 중반

설 겨냥 2화방 나오기 전까지
당분간 물량 공백기 지속

“얼마 전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준비한다고 딸기를 많이 사용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더라”, “연말 수요가 많아서 가격이 오른 건가요?”, “딸기 가격 실화임?”, “딸기 가격 언제 떨어질까요?” 등등 지난해 연말부터 온라인 공간에서는 겨울철 대표적인 제철 과일인 ‘딸기’ 얘기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가격이 예년에 비해 크게 비싸져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새해 벽두부터, 언론도 “딸기 한 팩(500g) 가격이 2만원 턱밑까지 치솟았다”며 딸기 가격이 ‘금값’이 됐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딸기 가격이 예년보다 강세를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딸기 경매(도매)가격(2kg 상품 기준)은 12월 20일부터 1월 3일까지 2주간 4만원대 중반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수요 절정기인 12월 23일에는 5만2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전년도 같은 기간, 크리스마스 성수기에 3만원 중후반대로 ‘반짝’ 오른 것을 제외하고 2만원 후반대의 시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폭이 큰 상황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걸까. ‘크리스마스 수요’·‘한파’ 등이 일부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지 변수가 아니라 산지의 공급 변수가 크다는 분석이다.

겨울철 출하에 맞춰 산지에서 모종을 정식(아주심기)하는 시기가 8월 중하순경. 이 때 기상 여건에 따라 작황이 크게 좌우되는데, 지난해 10월에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위황병, 시들음병, 탄저병 등 병해가 발생해 주산지의 작황 피해가 상당했다는 전언이다. 앞선 2020년에는 여름철 50일이 넘는 장마로 인해 정식 시기가 9월로 미뤄지면서 출하시기도 지연됐는데, 올해의 경우는 고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출하가 빨라졌다는 것.

이에 따라 ‘1화방’ 생산 물량 자체가 감소했고, 이상고온으로 숙기가 당겨지면서 출하도 빨라져 지금 시기에 시장 물량이 전년보다 크게 줄게 됐다는 것이다.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딸기 경매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연말 딸기 반입량이 전년의 50~60%에 불과한 수준으로 체감하고 있다.

김문겸 중앙청과 경매사는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딸기 반입량이 절반밖에 안 되는 것 같다. 2021년 10월 고온 현상으로 병해가 발생해 모종이 고사되는 피해가 많았다. 모종 피해로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출하 시기까지 앞당겨 진행하면서, 일부 지역은 지난 11월에 전년 대비 400% 넘게 출하되기도 했다”며, “특히 최근 시점이 1화방 출하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물량이 없어 고단가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선 한국청과 경매사는 “2021년 가을 고온 영향으로 딸기 주산지 작황이 좋지 않았다. 1화방 생산량 자체가 평년 대비 3분의 2 정도로 급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작황 부진 여파가 12월 들어 나타나고 있고, 올 겨울 내내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설 명절을 겨냥해 출하를 준비해 온 ‘2화방’ 물량이 나오기 전까지는 당분간 공급 변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면서 1월 말~2월 초까지 시세 변동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김용흠 서울청과 부장은 “1월 말~2월 2화방 물량이 출하될 때까지는 ‘물량 공백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지금 시세가 가장 고점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면서 “현 시세에서 등락이 있겠지만 1월 달까지는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2월 돼서도 공급 상황은 개선되겠지만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아 가격 폭락 등의 시세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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