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전략기획경영본부장

[한국농어민신문] 

질병·해충 감지, 급수타이밍 시각화 등
증강현실기술 적용 생산성 향상 기대 
우리 농업구조 적용방법 지혜 모아야

메타버스는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3차원 가상세계다.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와  초월·추상을 뜻하는 ‘메타’의 합성어로, 초현실세계 또는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단순히 게임이나 오락을 넘어 실제로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다른 개념이다.

메타버스가 등장한 첫 영화는 1999년에 나온 ‘매트릭스’다. 이 영화 속에서 인류는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세계에서 마치 현실인 것처럼 살아간다. 2009년에 나온 영화 ‘아바타’에서도 개개인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가 등장해 실제세계와 가상세계가 구분 없이 하나로 통합된다. 2018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에서는 사람들이 현실보다 가상세계에 더 중요한 의미를 두며, 가상세계에 빠져서 사는 모습을 그린다.

개념은 그럴 듯 하지만 제대로 된 메타버스가 언제 올건지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다. 20여년 전 가상세계와 실제세계의 통합 서비스를 지향했던 ‘세컨드라이프’가 조용한 퇴장을 했던 선례도 있다. 그럼에도 기술금융시장과 신세대들이 메타버스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에는 투자자금이 거의 무한대로 몰리고 있고, 사회의 중심축으로 성장한 MZ세대들에게 메타버스는 이미 생활의 일부분이 되고 있다.  이미 TV 광고와 유튜브 속에는 가상인간으로 창조된 가짜 가수와 가짜 모델, 가짜 아나운서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람들은 한동안 이들이 가상인간인지 구별하지 못했다. 2018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영향력 있는 저명인사 25인에 가상인간이 포함될 정도였다.

메타버스는 농업에도 적극 활용되는 추세다. 우선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증강농업(Augmented Farming)’ 형태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데, 증강농업이란 농업에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혁신활동이다.

2013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농업 신기술 컨퍼런스에서는 온실(Greenhouse) 관련 흥미로운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이 발표됐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습도 및 온도 센서 네트워크를 이용해 토마토의 곰팡이 균이 발달하기 위한 조건을 인지하고 사용자에게 알람을 보내 빠른 대처를 가능하게 도와준다. 사람은 감지하기 어려운 온실의 미세한 온도와 습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하고 곰팡이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조건을 식별하는 것이다.

2017년 미국의 ‘헉슬리(Huxley)’사는 인공지능과 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한 플랜트 비전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농부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재배 중인 농작물의 질병이나 해충 발생 징후를 빠르게 감지하고, 급수 타이밍이나 농작물의 성장 상황을 시각 정보로 얻을 수 있다. 증강현실기술은 토질 검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네덜란드의 컴퓨터 공학자가 개발한 증강현실 기반의 솔루션인 ‘팜AR’은 인공위성과 카메라를 활용해 긴급하게 관리가 필요한 농지의 좌표를 알려주고, 농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화학비료 사용량을 알려준다. 사용자는 위성사진과 농지 데이터로 과거와 현재의 농지 상태를 비교하고, 원인을 분석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농기계 운전법 교육, 농축산 관련 홍보, 농기계 연구개발 등 생산 이외의 분야부터 메타버스를 활용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농업에 가장 디지털적인 메타버스가 혁신의 수단으로 등장하면 미래 농업은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제는 영세농과 고령농, 소면적 작목이 유난히 많은 우리 농업구조에서 메타버스를 가장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 농업계 안팎의 지혜를 모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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