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시대, 유기 축산을 꿈꾸다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김경욱 기자] 

 함양 약초골농원 

약초골농원은 자연순환농법을 통해 유기농 계란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강구영 약초골농원 대표가  '행복한닭알'을 소개하는 모습(왼쪽)과 닭들에게 유기농 늙은호박으로 간식을 주는 모습.
약초골농원은 자연순환농법을 통해 유기농 계란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강구영 약초골농원 대표가  '행복한닭알'을 소개하는 모습(왼쪽)과 닭들에게 유기농 늙은호박으로 간식을 주는 모습.

단호박·메밀·보리 등 
손수 재배한 농산물 먹여


‘행복한 닭알’, 이는 경남 함양의 유기 축산 산란계농장인 약초골농원(대표 강구영)에서 생산되는 계란의 브랜드명이다. 강구영 대표는 “행복한 닭에서 낳은 알이기에 ‘행복한 닭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왜 행복한 닭일까. 지난 12월 17일 찾은 약초골농원에선 그 이유를 넌지시 알 수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경 지리산 자락 해발 700m 고지에 위치한 약초골농원에서 만난 강구영 대표는 닭장 앞에서 늙은호박을 썰고 있었다. 닭에게 간식을 먹이는 시간이었던 것. 강 대표는 이 늙은호박을 비롯해 보리, 메밀 등의 작목을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 닭에게 사료나 간식으로 먹이고 있다. 

강구영 대표는 “사료 중 절반, 그리고 간식은 대부분 직접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로 닭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며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후 일반 직장에 취업해 10년 정도 다니다 귀농했는데 대학 때부터 유기농,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 유기농 토마토·오미자·상추 등을 재배했다. 이후 산란계로 전업해 유기 축산을 한 이후엔 농산물은 전량 유기농 보리·메밀 밭 등으로 만들어 닭에게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계란은 노른자색이 다 다르고 그럴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도 좋아하는 음식이 따로 있듯, 닭들도 그렇다. 늙은호박을 좋아하는 닭에서 나온 계란은 노른자색이 더 노랗다”고 설명했다. 

 

강구영 대표가 사료로 사용할 보리의 생육을 점검하는 모습이다.
강구영 대표가 사료로 사용할 보리의 생육을 점검하는 모습이다.

닭 분뇨는 토양퇴비로 
‘자연순환농법’ 실현 앞장

청년들 유기축산 관심 높지만
축산규제 높은 벽 안타까워

유기농 농산물을 먹고 자란 닭에서 배출된 분뇨는 다시 닭에게 먹일 유기농 농산물을 만드는 토양의 퇴비로 쓰인다. 유기 축산·농산물을 모두 할 수 있기에 가능했던 ‘자연순환농법’이 약초골농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요즘 농산물에선 생산자와 소비자는 물론 정부에서도 유기농,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는데 유기 축산이 없다면 진정한 친환경 농업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강 대표의 지론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유기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선 퇴비도 유기농이어야 한다. 그런데 유기 축산이 국내에선 활성화돼 있지 못해 유기농 퇴비가 없어 일본에서 친환경 메추리 분뇨, 한마디로 새똥을 수입해 지원해 주고 있다”며 “유기농·친환경 농산물을 강조하면서 유기 축산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기 축산을 키우는 건 탄소중립을 외치는 정부의 지향점과도 잘 어울린다”며 “정부가 농산물 못지않게 축산도 유기농에 대한 관심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초골농원의 행복한 닭은 먹는 것과 더불어 활동에서도 나타난다. 해발 700m 고지의 지리산 자락에 있는 농장 내 운동장에서 700마리의 닭들이 활발히 움직이며 활동하고 있다. 이 닭들에서 하루 650~700개의 유기 계란이 생산되고 있고, 직거래와 로컬푸드, 유기농방목마켓(온라인) 등으로 계란이 유통되고 있다. 

강 대표는 “지금은 겨울이라 덜 활동하지만 따뜻한 시기엔 대부분 시간을 운동장에서 활동하며 간식과 사료도 자유롭게 먹고 있다”며 “계란을 생산할 수 있게 도와준 스승이자 지인이 우리 농장에 와서, 너희 집 닭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닭이라고 했다. 가장 행복한 닭이 낳은 알이기에 ‘행복한 닭알’이라고 계란 상품명을 지었고 고객들도 그렇게 봐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초골농원엔 유기 축산과 친환경 농업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이 와 자주 배우고 간다. 하지만 이들 중 다수는 유기 축산을 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있다. 강구영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 대표는 “농촌으로 오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은 유기농,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유독 크다. 청년 중에 우리 농장이 (흔하지 않은) 유기 축산을 한다고 하니, 한 번씩 와서 배우고 또 직접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며 “하지만 너무나 과도한 가축 사육시설 거리 제한, 축산물을 가공식품으로 보는 각종 규제 및 제도 등 여러 정책적 문제가 이들 앞에 장벽으로 놓여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1년에 한 번씩 인증 받아야 하는 유기 축산 인증만 받으면 다른 제도는 다 갖출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든 제도를 다 받아야 한다”며 “유기 축산인증을 국민들에게 홍보하며, 젊은이들에게 여러 제도 개선과 지원 등을 추진하면 자연순환농법이 정착되고, 결국 대한민국 농촌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제주 건준목장 
넓은 방목지, 그림 같은 목장젖소 스트레스 줄여 건강하게

건준목장의 황호진 대표는 넓은 초지에서 직접 유기농 조사료를 생산, 젖소들에게 급여하고 있다. 이곳의 젖소들은 약 10ha에 달하는 방목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축사 높이 높이고 환풍기 빼곡
사육두수도 줄여 쾌적하게
젖소가 원하는 때에 착유 하도록
로봇 착유기도 두 대 들여와

유기축산·동물복지 인증 획득
삼양제주우유에 전량 납품
유기농 우유 ‘없어서 못 팔아’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건준목장(대표 황호진). 농장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제주도를 알리는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돌담과 나무들이 어우러졌다. “목장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 무렵, 목장 안쪽에는 약 10ha에 달하는 넓은 방목지가 보인다. 그리고 그 위에서 풀을 뜯고 있는 젖소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악취와 분뇨로 인한 부정적인 축산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황호진 대표가 목장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7년으로, 목장 운영 경력은 약 15년에 불과하지만 1992년부터 시작한 인공수정사의 경험이 조화를 이루면서 농장을 탄탄하게 이끌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유기 축산물 인증, 4월 동물복지 인증을 연이어 획득, 유기농 우유 생산이 가능해졌다.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유기 축산물·동물복지 인증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친환경적인 목장을 조성하려는 황호진 대표의 의지 덕분이다. 실제 건준목장의 축사 높이(13m)는 일반 축사보다 높게 설계하고 환풍기를 1m도 되지 않는 간격으로 빼곡하게 설치했다. 이를 통해 축사 바닥이 잘 마르게 하는 것은 물론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해 축사 내에서 발생하는 냄새·가스 등이 잘 빠지도록 했다. 또 젖소들이 축사 안에서도 충분히 햇빛을 즐길 수 있도록 투명 슬래브로 축사 지붕을 완성시켰다.

황호진 대표는 “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준비해야 하는 서류만 한 가득이었다”면서도 “사육두수가 많을 때는 220~230마리였다. 하지만 유기 축산물 인증과 동물복지 인증을 준비하며 사육두수를 170두까지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밀집사육을 하면 소들이 스트레스가 많고 유량도 줄어든다”며 “유기 축산물 인증에 맞게 사육두수를 줄이니 사육환경이 더 좋아졌다. 젖소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3만평에 달하는 조사료포에서 직접 유기농 조사료를 생산·수확해 젖소들에게 급여하고 축사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부숙 과정을 거쳐 조사료포에 환원하는 등 자연순환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또 젖을 잘 때 발생하는 젖소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원하는 시간에 착유할 수 있도록 로봇착유기도 두 대 설치했다.

물론 유기 축산물·동물복지 인증에 따른 사육방식을 바꾸면서 유사비(유대당 사료비) 상승은 불가피했다. 관행 축산방식에서는 마리당 약 1만5000원 수준이었는데 친환경 축산방식으로 바꾼 후 2만2000원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그럼에도 삼양제주우유를 통해 전량 납품하고 있고 일반 우유 보다 유대를 70% 더 받고 있어 안정적인 생산과 소득 확보가 가능해졌다. 오히려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받을 만큼 건준목장의 유기농 우유는 인기다.

건준목장에서 생산한 우유의 유통을 책임지는 삼양제주우유의 남상학 팀장은 “고품질 우유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증가한다는 관점에서 건준목장은 유기·동물복지 인증을 동시에 획득했다. 매일 생산되는 약 1.9톤의 유기농 우유를 삼양제주우유에서 전량 매입해 가정배달과 백화점 등으로 유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친환경축산협회가 주관한 2021 친환경축산대상 시상식에서 인증농가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해 많은 성과를 일군 황호진 대표는 “유기 축산과 동물복지의 가치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겠다”는 취지의 일환으로 올해 목장형 유가공 사업에 도전한다. 이미 목장 내 직접 설계한 유가공장 건축 공사를 끝냈고 자체 제품 개발과 함께 소비자들을 위한 카페와 체험목장도 올 상반기 중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어릴 때부터 목장이 꿈이었다”는 황호진 대표가 유기 축산·동물복지 전도사로 나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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