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식품 수출 100억달러 이후를 준비하자 <상> 차세대 수출 농식품을 찾다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조영규·최영진 기자] 

농수산식품 수출액 100억달러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거둔 이러한 성과는 우리 정부와 수출업체, 연구기관 등 주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정부와 수출업계는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100억달러 이후 차세대 수출 품목을 개발·육성하는 동시에 수출 현장의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해 안정적인 수출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달러 달성이 한번으로 그치지 않기를 기대하며 2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농수산식품 수출 110억달러 돌파 예상 

11월 누계 농수산식품 수출액
102억5500만달러 달성
12월 합산 땐 110억달러 돌파 확실

인삼류·김치·김 실적 돋보이고
딸기·포도 수출액 증가도 주목
수출국가 편중되지 않아 고무적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사상 최초 100억달러 돌파에 이어 110억달러까지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누계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약 102억5500만달러를 달성했다. 12월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월 평균 수출액을 감안하면 2021년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11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농수산식품 수출액 100억달러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에 대부분의 품목이 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100억달러 달성이라는 타이틀로 시상을 한다면 모두가 주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식품 부문에선 신선농산물과 가공식품에서 수출 강세가 지속됐고, 2020년 수출이 다소 주춤했던 수산 부문에서도 지난해 수출액은 상승폭이 확대됐다. 

신선농산물 중에서는 인삼류와 김치의 수출액이 단연 돋보인다. 11월 누계 기준 인삼류 수출액은 2억34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김치는 1억4800만달러 수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3%, 12.6%가 증가했다. 정부가 스타품목으로 육성 중인 딸기와 샤인머스켓을 전면에 내세운 포도의 수출액 증가도 주목된다. 딸기는 53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해 전년 대비 30.7%가 늘었으며, 포도는 3050만달러로 24%가 증가했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라면이 6억800만달러(10.6% 증가)를 기록했으며, 쌀가공식품 1억4770만달러(18.3% 증가), 조제분유 9600만달러(19.3% 증가), 장류 중 고추장 5200만달러(10.7% 증가) 등 대부분 품목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수산식품에서는 김이 6억2600만달러가 수출돼 궐련을 제외하고 농수산식품 전 품목에서 가장 많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또 굴 7770만달러(14.5% 증가), 오징어 6770만달러(110.2% 증가) 등의 성과를 보였다.

품목뿐만 아니라 수출국가도 특정 국가에 편중되지 않았다. 신남방(19.5%), 중국(28.5%), 미국(9.5%), 신북방(33%), 영국을 포함한 EU(24.5%), 일본(3.2%) 등 대부분 국가에서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도 한류의 영향으로 해외시장에서 한식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전 세계 MZ세대 중심으로 한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이 예측된다. 사진은 2021년 11월 러시아 케이푸드 페어(K-FOOD Fair) 중 한국 보이그룹인 BXK 등이 참여한 소비자 팬미팅 모습.
올해도 한류의 영향으로 해외시장에서 한식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전 세계 MZ세대 중심으로 한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이 예측된다. 사진은 2021년 11월 러시아 케이푸드 페어(K-FOOD Fair) 중 한국 보이그룹인 BXK 등이 참여한 소비자 팬미팅 모습.

 #세계 트렌드로 본 농식품 유망품목은 

한류열풍 타고 한식 HMR 상승세
MZ세대 주요 소비층 부각도 주목

한식 중심의 HMR(가정간편식) 제품 인기는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류열풍에 따라 한식이 ‘건강하고 맛있다’는 공감대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즉석밥과 면류제품, 간식류 등의 수출실적이 크게 올랐다. 이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해 밀키트 시장이 성장한 가운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한국의 HMR 등 새로운 제품의 시장점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진단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국내 밀키트업체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밀키트업체인 마이셰프는 다양한 국가에서 밀키트를 통해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심화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뉴욕지사장은 “미국인은 아침과 점심은 간편하게 해결하기 때문에 밀키트 시장 등 가정간편식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대체육으로 대표되는 비건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윤리적 소비트렌드에 따라 채식 문화가 확산되면서다. 전 세계 식물성 단백질 시장 규모는 2023년 143억달러에 달하고 2030년에는 전 세계 육류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 미국은 성인 인구의 1/3이 비만인 현상을 사회적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데, 육류 위주의 식습관이 그 원인이다. 그만큼 비건 식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다. 중국에서도 소득이 향상됨에 따라 대체육 수요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상하이 지사가 2021년 동방명주 F&B 상품기획자와 셰프들을 통해 조사한 결과 발전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도 비슷한 양상이다. 2021년 10월에 열린 ‘독일 쾰른 국제식품박람회’에서 ‘2021 유럽주요국 식품 트렌드’의 하나로 ‘식물성 단백질’을 제시했고, 미래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MZ세대가 한국 농식품 주요 소비층으로 부각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유럽에서 식물성 단백질 제품이 새로운 농식품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MZ세대 소비자 증가’다. 일본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의 마늘빵’이 알려지면서 최근엔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다. SNS 활용도가 높은 MZ세대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다. 특히 한국으로 건너간다는 ‘도한(渡韓)’이라는 문화도 이들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식과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미국 또한 한류를 세련된 문화로 받아들이면서 한국 농식품을 향한 관심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차세대 신선농산물 가능성은? 

아리수 사과·그린시스 배·소형 양배추 
다양한 신품종 세계시장 공략 박차

주목할 만한 차세대 신선농산물인 ⓛ아리수 사과, ②그린시스 배, ③소형양배추, ④당조고추
주목할 만한 차세대 신선농산물인 ⓛ아리수 사과, ②그린시스 배, ③소형양배추, ④당조고추

최근 수년간 새로운 신선 농산물들이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농산물 수출 활성화를 위해 2018년부터 5년간 매년 6개씩 총 30개의 수출유망품목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한 성과다. 특히 현재 신선농산물 수출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샤인머스켓은 2018년 농진청이 선정한 수출 유망품목이었다. 2020년까지 18개 품목이 선정됐고, 이들 품목의 2020년 수출액은 7933만달러로 2019년 7533만달러 대비 5.3% 올랐다. 

우선 사과 ‘아리수’가 눈에 띈다. 색이 빨갛고 표면이 매끈하며 당도는 13 브릭스 전후로, 상품성이 높다. 무엇보다 수확시기가 9월 초다. 그만큼 다른 품종보다 수출시기가 빠르다는 점과 홍로보다 저장성이 뛰어나고 맛이 새콤달콤하다는 점에서 수출 경쟁력이 기대된다. 영주에서 지난해 홍콩과 베트남에 600kg을 시범 수출했고, 올해 수출실적은 전년 대비 414.9%가 증가했다.  

배 ‘그린시스’도 주목받고 있는 품종이다. 2017년 아랍에미리트 농식품박람회 시식 결과 현지 바이어로부터 상품성을 인정받은 다음, 2020년 천안에서 생산된 ‘그린시스’가 홍콩(405kg)으로 시범 수출됐다. 현재는 천안과 익산, 울산 등 총 21ha 규모에서 재배되고 있다. 껍질색이 녹색인 ‘그린시스’는 당도가 12.4 브릭스로 맛이 담백하고 상온 저장기간이 총 60일 정도여서 수출유망품목으로 가능성이 크다. 

강삼석 농진청 배연구소장은 “맛이 담백하고 깔끔한 점, 검은별무늬병에 강해 재배가 수월한 점, 수확기간이 9월 10일부터 30일까지 길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수출이 기대된다”며 “내년부터 본격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소형양배추 또한 기대된다. 전북 군산시가 논벼 대체 작목 개발 일환으로 일반 양배추보다 크기가 작은 650~750g의 소형양배추를 보급한 결과다. 아시아종묘의 ‘꼬꼬마양배추’가 대표적이다. 2018년 7.9ha였던 재배면적은 2020년에 30ha까지 확대됐고, 소형양배추는 일본에는 ‘타마나코마치’로, 대만은 ‘양군고려채’ 브랜드로 수출되고 있다. 소형양배추는 식감이 아삭하고 단맛이 풍부해, 1인당 양배추 소비량이 15~20kg에 달하는 일본과 대만 소비성향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2018년 첫 수출을 시작한 소형양배추의 2020년까지 수출량은 250톤이며, 싱가포르 등 신남방국가로 수출국을 늘려간다는 생각이다. 군산 대야의 소형양배추 농가 박영철 씨는 “지난해 전량 수출했는데,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뿐만 아니라 함안의 특화품목인 멜론 ‘백자’와 ‘노을’은 지난해 싱가포르로 수출, 현지 바이어 등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 1호 레몬 품종으로 산 함량이 높고 향이 진한 ‘제라몬’은 2019년부터 묘목을 보급함으로써 외국산 레몬을 대체함은 물론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당조’ 고추도 기능성 고추로 일본 시장 수입산 농산물로는 최초로 ‘기능성 표시식품’에 등록된 가운데 ‘당조’ 가공식품은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김성렬 농진청 연구사는 “‘아리수’나 ‘그린시스’, ‘소형양배추’ 등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품목”이라며 “앞으로 품목다변화를 통한 수출시장 공략과 함께 다양한 신품종도 육성해서 우리나라의 우수한 농산물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민·조영규·최영진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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