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최근 신품종 도입 늘고 있지만
시식 등 소비자에 맛 알리기 어려워
복잡한 설명보다 ‘비유’가 효과적

얼마 전 고마운 분께 신품종 사과인 엔비 사과를 선물 드린 적이 있었다. 통찰력이 상당히 뛰어난 분이라 엔비 사과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렸다. “다른 사과보다 향이 진해서 사과 주스 마실 때 나는 향이 나네요.” 이 답을 듣고 처음에는 좀 당황했다. 고급사과인데 겨우 사과 주스라니.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었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맛있는 사과 관련 식품은 사과 주스였던 것이다. 원래의 사과 맛보다 대개 당도도 높고 향도 조정했을 테니 당연히 사과보다 사과 주스가 더 달고 향도 진했을 것이다. 그 분은 소비자 입장에서 사과에 대한 극찬을 이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하지만 고급 사과를 생산한 분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사과가 겨우 사과주스에 비유당했다는 것에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이런 비유는 사실 이제는 보편화된 사례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귤을 맛보고 오렌지 주스 맛 같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특이한 이야기가 아니니 말이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평가들 속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있다. 이 비밀을 이해하면 상품의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홍보 전략이 탄생한다. 이 비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품 설명 방법들을 좀 살펴보아야 한다.

신선 식품에 대한 마케팅 표현은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생산과 관련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이 사과는 일교차가 큰 00지역에서 자라서 당도가 높습니다, 친환경으로 재배했습니다, 퇴비를 많이 사용한 건강한 땅에서 자랐습니다’는 등의 설명이다. 설명이 없는 것보다는 좋겠지만 생산 관련 기술이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관심사는 아니기에 기억하긴 어렵다.

두 번째는 맛에 대한 설명이다. ‘이 사과는 당도가 높습니다. 아삭함과 시원함이 좋습니다. 꿀맛이 느껴집니다.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과즙이 입안에 꽉 찹니다’ 등의 설명이다. 생산기술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마케팅적인 입장에서 볼 때 훨씬 좋은 설명이다. 하지만 이 설명도 문제는 있다. 설명이 적으면 다른 품종과의 차별점을 이해하기 어렵고, 설명이 많아지면 소비자들이 그 모든 설명을 읽고 기억하기 어렵다. 지금 두세 문장 전에 사과의 맛에 대해 설명한 것이 혹시 기억나시는가? 사과 전문가가 아니라면 불과 두세 문장 지나갔을 텐데 기억나는 것은 대개 ‘맛있는 사과설명이었었지?’ 외에는 기억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소비자들은 더 심할 것이다. 맛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면 일반 소비자들은 그 많은 설명을 잘 읽지 않는다. 기억하기도 어렵다. 그 뜻은 재구매 확률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제시할 설명방법은 비유이다. 상품 설명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과주스 맛이 난다고 한 것은 사과를 사과 주스에 비유한 것이다. 단 한마디의 말이지만 쉽게 기억된다. 아마 어떤 사과주스인지도 명확하게 했다면 더 쉽게 기억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상품을 설명할 때 비유적 설명은 매우 효과적이다. 비유적 설명은 매우 간단하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돕는다. 예를 들어 보자. LG전자의 경우 LG 시그니쳐라는 브랜드 제품군이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이 있다. LG는 이 많은 제품들의 특징을 ‘가전, 작품이 되다’라는 한마디 비유로 설명한다. ‘작품’이라는 비유 속에서 이 제품은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이며 집안에 들여놓았을 때 집안을 고급스럽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린다.

식품에도 이런 비유를 통한 효과적 설명은 생각보다 많다. 해삼은 ‘바다의 인삼’으로 표현하는데, 이는 많은 것을 설명하기도 하고 기억도 쉽다. 최근 우연히 맛을 보게된 고급 오징어 품종인 무늬오징어도 이런 류의 표현을 듣고 바로 이해한 적이 있었다. 무늬오징어를 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녹진한 맛이 좋은’, ‘최고의 맛을 선사하는’ ‘달큰함이 올라오는’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설명만으로는 기억을 잘 못한다. 하지만 최근 방문했던 식당의 젊은 주인은 무늬오징어를 ‘오징어계의 에르메스’라고 표현했다. 무늬오징어를 샤넬보다 더 비싼 명품으로 알려진 에르메스에 비유했던 것이다. 이 비유 한마디가 에르메스의 가치를 아는 세대에게는 수많은 설명을 압도하고 무늬오징어를 기억 속에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최근 신품종들이 계속 도입되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 판매가 보편화되면서 시식 등으로 상품의 맛 등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은 점차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신품종을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마케팅의 성공 여부를 나누게 된다. 온라인으로 설명할 때 생산 관련된 기술적인 이야기나 맛에 대한 복잡한 설명보다는 비유가 더 효과적이다. 새로운 상품에 대해 소비자에게 설명하고자 할 때 비유가 효과적임을 기억한다면, 온라인 시대의 신품종 판매를 하려고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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