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모니터링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농식품부는 농업·농촌 주요 교육기관 교육과정의 성인지적 점검 및 개선할 사항을 발굴해 농업·농촌 교육 기관과 협력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농업 교육기관 성평등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농식품부는 농업·농촌 주요 교육기관 교육과정의 성인지적 점검 및 개선할 사항을 발굴해 농업·농촌 교육 기관과 협력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농업 교육기관 성평등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농촌 남성 중심적 문화에 
여성농업인 과소평가 
노인·다문화가족·장애인 등
부정적 인식, 관용적 표현 문제

‘수업 분위기 좋게 한다’ 핑계
성희롱적 발언도 거침없어
교육생 불쾌감일부 중도포기도

국내 주요 농업 관련 교육기관에서 성차별적이거나 부적절한 사례가 교육 과정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여성농업인을 과소평가할 뿐만 아니라 노인여성, 여성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족 여성, 귀농·귀촌한 젊은 여성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노화, 장애, 이주 등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표현이 사용된 것이다. 특히 이로 인해 일부 여성농업인이 교육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발표한 ‘2021년 주요 농업 관련 교육기관 성평등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총 36건의 불평등 사례가 보고됐다. 모니터링 대상은 농촌진흥청, 산림청, 농식품공무원교육원, 한국농수산대학, 한국농어촌공사, aT농식품유통교육원, 농협중앙회, 지자체(농업기술센터) 등 주요 농업 관련 기관이며, 8~9월 두 달간 성평등 전문강사가 교육에 참관해 평가 지표에 따라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평가 결과 성차별 사례가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표성 10건, 성역할 고정관념 6건, 가족 5건, 폭력 2건, 기타 2건 순으로 조사됐다.

성차별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육 과정 중 기생성 천적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기생’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잔딧물의 무성생식을 설명하면서 논란이 된 한 기업인을 예로 들며 ‘그 애미에 그 딸’이라는 표현을 하는 등의 사례가 지적됐다. 또한 “일벌은 모두 암놈인데 연애도 못하고 애도 낳지 못하고 일만 하다 죽어서 불쌍하다”는 강사의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례로 현장 수업에서 짝을 지어 체조를 하던 중 남성과 여성이 짝이 되자 성적인 농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수업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방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문정원 성평등 전문강사는 “수업 중 한 강사가 ‘남자들이 왜 룸살롱이나 가라오케를 가겠느냐? 집에서 잘 안 해줘서 그런다’고 말하자 다수의 남성 교육생들이 웃고, 일부 여성 교육생도 웃었다. 이런 예시가 수업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내 청년창업농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교육시간은 100시간이나 된다. 그동안 성희롱적인 수업 내용이 있었고, 젊은 여성 수강생들이 성차별적인 수업에 거부감을 느껴 중도에 많이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차별적인 내용은 남성 교육생도 매우 불편해한다.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인여성을 돌봄의 대상, 나눔의 수행자로만 묘사하거나, 농산물 마케팅 교육에서 농산물 생산은 남성으로, 구매는 여성으로 그려지는 등의 성별 고정관념이 작용했다. 마을이나 사회적인 갈등의 주체는 남성으로, 여성은 가족 등 좁은 범위의 개인적 갈등으로 한계를 두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역사회가 젊은 귀농·귀촌 인에게 바라는 점에 대한 강의에서 ‘10년 동안 아이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한 마을이 있다’는 등 젊은 층은 아이를 낳아 마을의 인구를 늘리는 도구로 생각하는 관점도 드러났다. 

장애인, 이주 여성 노동자를 부정적인 요소로 대상화하는 표현도 발견됐다. 실제 한 영농교육 중 강사가 정신 장애인을 ‘정신박약자’라고 지칭한 사례와, 외국인 노동자와 협력 관계를 위한 갈등관리 수업 중 외국인 노동자 고용 실패 사례로 ‘성폭력’을 설명하는 것 등이다. 이는 피해자의 고통을 ‘실패’로 부적절하게 설명했을 뿐 아니라, 강사가 구체적인 성추행을 묘사 또는 이미지화 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성희롱, 성폭력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이를 ‘애로 사항’으로 표현하는 것은 성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각 교육 기관에서는 교육생들이 상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민원 창구와 교육 만족도 조사 시 성차별 문항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영미 횡성여성농업인센터장은 “현장 교육에서 강사가 수업 분위기를 좋게 만들거나 수강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들면서 성차별적인 사례가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각 기관에서는 교육 참가자들이 언제든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민원창구를 만들고, 교육 만족도 조사를 할 때 성차별 조사 문항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기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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