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20일 계란공판장 도입, 운영 소식을 알리며 이를 통해 계란가격을 안정화 하겠다고 했지만, 산란계농가와 업계에선 작은 거래 규모, 참여유통인 부족 등 상황이나 시점이 적절치 못한 졸속추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산란계농장에서 채란작업을 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20일 계란공판장 도입, 운영 소식을 알리며 이를 통해 계란가격을 안정화 하겠다고 했지만, 산란계농가와 업계에선 작은 거래 규모, 참여유통인 부족 등 상황이나 시점이 적절치 못한 졸속추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산란계농장에서 채란작업을 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하루 거래물량 전체 5%도 안돼
전체 기준가격 제시 무리수 
산란계 업계 부정적 의견 외면

지난 20일 여주서 첫 거래
상장거래 온라인 진행 등
준비 없이 밀어 붙이기 급급


정부가 계란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추진하는 ‘계란공판장’ 도입에 대해 ‘졸속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겨울 과도한 살처분 이후 계란 수급과 가격 등이 이슈가 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공판장 도입을 제시했다. 하지만 ‘참여 규모가 작고 지역도 한정돼 있는 등 기준가를 삼기엔 성급하다’는 업계 의견을 외면한 채 황급히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근거, 20일 계란공판장 첫 거래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준비해 왔다고 했지만, 사실상 지난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과도한 살처분 뒤 수입으로도 계란 가격을 안정화시키지 못하자 지난 10월 8일 기획재정부 주도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연내 공판장(도매시장) 2개소 시범운영에 착수하겠다’는 발표 이후 급물살을 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계란공판장은 산란계 농장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계란을 출하하면 공판장(도매법인)이 이를 수집, 중도매인과 매매참가인이 입찰과 정가·수의매매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농산물 도매시장 개념이다. 다만 초기엔 계란 유통시장의 특성, 코로나 19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우려 등을 고려해 온라인 거래 강화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계란공판장은 경기 관내 2곳에서 운영되며 이 중 한 곳인 여주 소재 (주)해밀은 20일부터, 포천축협은 경매사 채용 지연으로 내년 1월 이후 운영된다. 

농식품부는 “계란공판장 운영을 통해 개선 사항이 발견되면 적극 보완해 계란공판장이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계란공판장에 대해 농가를 비롯한 다수의 산란계 업계는 부정적인 시선이 강하다. 일일 4500만개의 계란이 유통되는 시장에 공판장 2개소의 일일 거래 물량이 200만개(목표치) 수준으로 5%도 안 되는 물량으로 전체 기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지적. 한 공판장 당 경매사 2명, 중도매인 4명이 전국 계란 가격을 정하는 것에 대한 물음표도 붙는다. 

시작부터 상장 거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데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우 경매사들이 생육 초기부터 수확 이후 저장 과정까지 수시로 산지를 방문해 해당 상품을 미리 점검하고 난 뒤에도 온라인 거래가 제대로 정착되기 어려웠는데, 그런 과정 없이 처음부터 ‘육안으로 못 본 상품’에 대한 온라인 거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것. 

특히 양계업계에선 도매시장이란 새로운 유통 경로가 생겨난 것이 아닌, 기존 유통 경로를 늘려놓고 수수료만 추가하고 있다고 정부의 공판장 도입을 평가 절하하고 있다. 여기에 ‘이동제한이 수시로 걸리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시기가 지나고 난 뒤 추진해야 한다’, ‘농산물처럼 지역 곳곳에 유통센터가 생겨난 뒤 권역 별로 추진해 기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묵살됐다는 업계 반발도 나온다. 

산란계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본 거래가 진행되기 전 시범거래를 진행했는데 이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업계의 부정적인 의견도 외면한 채 본 거래를 추진했다”며 “한 분야에 도매시장을 새롭게 개설한다는 것은 해당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 마치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올해 안에 하겠다고 했으니 했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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