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지역재단 지역순환경제센터장)

[한국농어민신문] 

도시 소비자에도 매력적인 공간 되려면
농촌 사회혁신 시스템·제도정비 기반
주민 주체로 공동체 과제 해결력 높여야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과정을 거치면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일상화되고, 사회, 경제, 교육, 문화, 복지, 산업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 과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농업·농촌분야에서도 비대면·저밀도 농촌 공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농촌 인구 유입과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농촌을 쾌적하고 살고 싶은 공간으로 재조성하기 위한 ‘농촌재생’ 정책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농촌재생’이 농촌주민은 물론 도시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기존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경험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농촌 사회혁신의 관점에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다.

농촌 사회혁신은 크게 3가지 핵심과제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사람, 농촌사회 주체의 혁신이다. 마을별·주민조직별로 주민 관계망을 복원해야 한다. 농촌 공동체 내부 주민관계망이 되살아나 연대와 협력의 문화가 복원되어, 농촌 공동체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성과 대표성을 확보한 주민대표기구가 구성되어야 한다. 기존 마을별·정책사업별로 이원화·다원화되어 있던 주민관계망이 연결하여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론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촌 주민자치가 활성화되어야 하며, 주민참여와 공론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주민총회’가 일상적인 활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를 법제화하고 주민자치조직의 상근인력을 지원함으로써, 농촌사회 공론문화 활성화로 민주적 역량이 축적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농촌 사회혁신을 위한 두 번째 핵심과제는 공동체 스스로 과제 해결력을 가져야 한다. 농촌사회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중앙부처별로 다양한 정책사업을 발굴하여 추진해 왔다. 마을만들기, 푸드플랜,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커뮤니티케어, 마을교육공동체 등 다양한 부처의 정책사업이 추진되었지만, 농촌사회 당면과제 해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정책사업 추진과정에서 행정과 소수 기득권 세력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외주를 통해 사업을 지원함으로써 농촌 공동체 내부 지역력 제고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추진방식에서는 단기간 일회성 지원방식으로 추진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었다. 공동체 내부 과제 해결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책 생산자의 관점이 아니라, 농촌주민들의 관점에서 주도적으로 다양한 부처별 정책사업 연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주민주도로 공동체 과제 해결력을 제고함으로써 주민 참여의 효능감이 제고되고, 다시 주민참여가 확대되고 주민자치적으로 공동체 과제를 위해 주민들이 연대하고 협력하는 관계망이 확대됨으로써, 농촌사회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농촌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시스템과 제도정비가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행정이 정책생산자이며 공급자로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정책수요자인 국민들의 욕구 역시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행정주도의 일방적인 정책생산과 공급으로는 다양한 국민 수요를 충족하는데 한계에 직면했다.

최근 중앙정부는 ‘개방’과 ‘협업’을 정책의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정부 자체가 정책 플랫폼이 되어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여 사회과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정책시스템을 정비한다고 한다. 이른바 ‘다부처·다년도 정책패키지’ 패러다임이 확산되고 있고, 농업·농촌분야 ‘농촌협약’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농산어촌유토피아 시범사업, 생활SOC복합화사업, 행정안전부의 지역사회활성화계획, 주민주도형 지역균형뉴딜사업 등이 이러한 흐름 속에 추진되고 있다.

중앙정부 정책환경 변화에 지방정부는 어리둥절한 듯하다.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30년 동안 중앙부처별 정책사업에 대응하는 광역과 기초까지 매우 공고하게 자리 잡은 정책시스템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책환경에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지자체가 충남이다. 충남도 7개 시군에서 행정안전부 주민자치, 농림축산식품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사회적경제,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등 공동체 내부에서 상호 연계가 불가피한 정책 추진부서를 통합한 공동체 전담부서를 설치하여, 정책사업 간 연계·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공동체 전담부서에 대응하여 기존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중간지원조직을 통합하여 통합형 중간지원조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직 형식적 통합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정책사업 간 연계·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고, 공간적·물리적 통합을 통해 단계적 협력사업을 발굴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책 시스템의 변화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정비가 우선되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한다. 2022년 새해 국가와 지역 모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농촌재생이 농촌 사회혁신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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