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물류대란에 선박운송 차질 빚자
직송 비중 확대 대대적 홍보
신선함 강조산지 반감 커져


이마트가 수입과일을 들여오기 위해 항공 운송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신선함을 극대화한 수입과일’이라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내수 소비에서 가지는 국산 과일의 경쟁력 중 핵심이 신선함인 만큼 ‘극신선 수입과일’이라는 마케팅 전략에 대한 산지의 반감이 크다.

이마트는 최근 글로벌 물류 대란 여파로 선박으로 운송되는 수입과일의 상품성이 떨어지고 배송 일정도 들쑥날쑥해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선박 운송이 아닌 항공편 직송 비중을 확대한다는 소식을 보도 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관련 보도가 꼬리를 이었다.

이마트는 수입포도(청포도와 적포도를 모두 넣은 혼합포도)의 항공 운송 비중을 지난해 15%에서 올해 40%까지 늘려 미국 캘리포니아 산지에서 매주 12톤가량 항공으로 공수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항공 운송으로 대체하는 물량을 늘리겠다는 것. 신선 블루베리도 올해 처음 정기 항공편 운송을 시작했는데, 항공 직송 물량을 20~30% 수준으로 늘린다. 칠레산 체리는 현지 수확 직후 5일 내외이면 들어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류 대란을 빚으면서 수입과일 수급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차질을 빚는 경우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포도를 보면,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서 코로나 발생 이전 2019년 수입 중량은 6만9000톤으로 최근 5년간 최대였는데, 2020년 5만6000톤, 2021년 10월 기준 4만2000톤으로 감소 추세다.

하지만 수입 루트가 완전 막히거나 극적인 감소 양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강형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위촉연구원은 “포도 수입 중량 기준으로 올해 수입량이 작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통상 포도 수입량이 많은 3~4월의 경우 소폭 감소했고, 9~10월 감소폭이 컸다가 11월에는 4% 정도 감소한 상황”이라며 “물류 대란 여파로 선박 물류비용과 물류기간이 늘어나면서 ‘과숙 현상’ 등 품질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항공 직송 방안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산 포도의 경우 국내 포도 생산 시기인 5~10월 국내에 들어올 때 계절관세(18.5%) 적용을 받기 때문에 수입량이 많지 않고, 이외 나머지 기간에는 관세가 붙지 않아(무관세) 수입량이 늘어나는 패턴이다. 올해도 계절관세 기간의 수입량이 크게 줄었을 뿐, 전반적으로 소폭의 감소세 수준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런 가운데 이마트가 항공 직송한 수입포도를 ‘신선도를 극대화한 수입포도’라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데 대해 산지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반 항공 직송 물량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샤인머스켓의 겨울철 소비에는 득보단 실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황의창 한국포도회 회장은 “올해 샤인머스켓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저장 물량도 많다. 저장성 있는 샤인머스켓의 경우 여름, 가을에 이어 겨울철 1~2월까지 맛볼 수 있는데, 신선함을 무기로 한 수입포도가 소량 PB 상품으로 마트 매대에 진열돼 있으면, 아무래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않겠냐”라며 “생산자 입장이나 산지 상황을 배려하지 않고 수입과일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대형마트의 행태를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수입과일이 국내산보다 신선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걱정이 인다. 농산물 수출업계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내 물량에 비해 수출 물량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항공 직송 비중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수입과일이 국내 생산 과일보다 신선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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