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용도별 차등가격제 두고
수차례 논의 이뤄졌지만

생산자 “증산여건 안돼 어려워” 
유업체도 “지불가격 너무 높아”
반대 목소리에도 정부는 팔짱
연내 발전대책 마련 의문

정부가 지난 13일 개최한 제4차 낙농산업발전위원회에서 오는 12월 말까지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 관련 정부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도 정부가 제시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안)에 대해 생산자와 유업체는 거듭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또 생산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제도 시행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4차 회의까지 아무런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름여 밖에 남지 않은 12월 말까지 생산자·유업체·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쟁점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있다. 정부의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나리오에 따르면 정상유대가격(리터당 1100원)을 받는 음용유 생산량은 현행 201만톤에서 187만톤으로 감소하지만 정부가 가공유에 대해 예산을 지원(리터당 100원), 농가에게 리터당 900원을 지급해 31만톤까지 생산하고 초과유 4만톤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100원을 지급한다. 이를 통해 현재 205만톤이 생산되는 우유를 222만톤까지 증산할 수 있어 48.1%(2020년)인 자급률을 52.5~54.2%(추정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안에 대해 생산자와 유업체 모두 반대 입장이다. 생산자 쪽 관계자는 “농가들이 증산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지만 설령 증산한다고 해도 유업체들은 그 가격에 가져갈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이 안 가져가면 거래교섭력이 없는 농가 입장에선 처리할 방법이 없다”며 “현행 낙농진흥법에는 낙농진흥회 집유사업에 참여한 농가와 업체가 사업 대상으로, 참여하지 않은 곳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낙농진흥법을 개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상유대가격을 주는 물량이 187만톤으로 정해져있지만 유업체에 따라 음용유와 가공유 물량이 다른 만큼 농가들이 1100원을 받는 물량과 900원을 받는 물량이 다를 수 있다. 동일한 품질의 우유를 생산해도 농가 간 형평성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정부가 세부적인 장치에 대해 아무 것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생산자들이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유업체 대표로 나선 이창범 유가공협회장은 “정부가 (가공유에 대해) 100원을 보조해도 유업체들의 지불가격은 800원이다. 국제경쟁력을 감안해 400~500원 수준으로 (유업체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외에도 복잡한 음용유 기본가격 산정방식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농식품부는 현행 생산비·경영비 수준에서 결정하는 음용유 기본가격 산정방식을 생산비±생산비 증감, 수급상황, 유업체의 생산원가, 국제경쟁력, 낙농가 소득 등을 포함해 계산한다고 제시했다.

정경수 건국대 교수는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산출해서 반영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유업체 생산원가에 대한 공식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유업체가 보낸 자료를 그대로 반영할 것이냐.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기본가격에 여러 의미를 담아두면 향후 또 다른 분쟁의 여지 줄 수 있다”며 물가와 생산비 등 간단한 구조로 산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올해 낙농산업 발전대책 마련할 수 있을까

이날 4차 회의 자료에서는 3차 회의 때 학계 등이 제안한 안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정경수 교수가 “지난번 (3차) 회의 자료와 큰 차이가 없다. 내가 (3차 회의 때) 말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할 만큼 이날 회의는 3차 회의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결국 4차 회의에서도 아무런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이날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유업체와 생산자는 의견을 이번 주까지 제출해 달라. 대안을 주면 검토하겠다”라며 “8월에 (첫 회의) 할 때 12월 말까지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 관련) 정부안을 발표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대안에 대한 이야기 등을 하기 위해 12월 하순경 5차 위원회를 개최하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생산자와 유업체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생산자와 유업체가 제출한 대안을 갖고 원만히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유업체와 생산자, 소비자가 윈-윈 하는 그림을 그려보자고 시작한 만큼 잘 지켜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김종훈 차관)는 정부의 바람이 실현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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